[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에 위치한 갤러리 라메르에서 세계적인 옻칠 장인 전용복 작가의 초대전이 지난 24일부터 이어지고 있다. 갤러리 라메르 개관 20주년 기념으로 마련한 이번 전시는 단순한 전통의 재현을 넘어 새로운 기법 및 끊임 없는 소재 개발로 독창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옻칠을 선보이는 칠예가 전용복 작가의 최근 신작을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전시를 준비한 황영옥 관장은 전통과 현재가 현존하는 인사동에서 우리 전통 문화의 무한한 가능성과 미래를 볼 수 있는 뜻 깊은 전시로 전용복 작가와 함께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김용호 피안(疲岸) x 전용복 옻칠

전용복 칠예 작가는 27세에 맨 손으로 시작해 전통적인 기법에 황토를 첨가한 독창적인 옻칠 세계를 개척하였다.  1991년, 일본인들도 엄두는 못 냈던 일본의 국보급 연회장인 도쿄 메구로 지역의 가조엔의 내부 5,000여점의 칠예 작품을 성공적으로 복원시키며 일본 현지에서 ‘세계 최고의 칠예가 한국인 전용복’이라는 칭호를 받았다. 2004년에는 작가의 작품 100여 점이 전시된 ‘이와야마 칠예 미술관’을 개관하였고, 이곳에 세계 최대 규모의 칠예 작품인 ‘이와테의 혼’을 발표하면서 다시 한 번 최고의 작가로서 이름을 높였다.

메구로 가조엔 복도

뿐만 아니라 황토를 사용하는 등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고 연구하여 표현 영역을 확대하고, 금속 위에 옻칠예 기법을 적용해 세계최초 옻칠 엘리베이터를 만드는 등 단순한 공예품을 넘어선 칠예 회화 및 설치 작품들을 발표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활동무대를 넓혀가는 중 세이코 시계 회사의 주문을 받아 보석 장식 하나 없이 나전옻칠기법으로만 제작한 5250만엔(당시 시가 8억원)짜리 손목시계는 3개월만에 수집가에게 팔리기도 하였다.

목단 1, 120x120cm, 2021, 철판 위에 옻칠.자개

흔히 옻칠하면 검은 색상의 자개, 나전칠기 작품만을 연상하기 쉬우나 전용복 작가는 옻의 고유한 컬러를 살리는 기법은 물론, 옻에 천연 암채를 배합하여 다양한 색상을 연출해내는 방법 등 조상의 전통 기법에 모던함을 더하여 공예적인 성격이 강했던 옻칠을 순수 미술의 영역으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봄이 오는 소리 2, 120x120cm, 2021, 철판 위에 옻칠.자개

전용복 작가는 “옻칠은 바이올린, 피아노 등 악기와 자동차 내부 인테리어를 칠예 작품으로 꾸며 인체에 유익함은 물론, 내구성과 고급스러운 아름다움까지 더할 수 있는 등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재료”라고 말한다. 더불어 과거 기술과 재료의 제한으로 소수 계층만 사용할 수 있었던 옻칠을 오랜 시간의 연구와 기술, 시설의 발전을 거쳐 더욱 많은 이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현재는 대량, 대형 산업 제품으로 생산이 가능하게 하였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실현할 수 없었던 새로운 소재들을 접목하여 세계적으로 옻칠의 중요성과 생산성을 널리 알리고자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세이코 시계와 협업한 작품

최근 KTX 부산역 앞에 세워진 건물에 길이 18.6m, 높이 2.4m짜리 초대형 나전칠화 작품을 전시하였는데, 이 작품은 일본 이와야마 칠예미술관에 발표한 ‘이와테의 혼’ 작품보다 크게 제작되었다. 현재는 후학 양성을 위해 학생들을 지도 중이며, 칠예 연구소에서도 제자들을 양성하고 있다. 또 나전칠예의 아름다움을 전 세계인들에게 알리는 작업을 병행해 올해 안에 뉴욕 중심가에 전용복 미술관도 개관할 예정이다.

소나무(일부), 244.5x122.cm, 2021, 삼베 위에 옻칠.자개

갤러리 라메르의 전용복 초대전은 1, 2, 3층 전관(약 300평 규모)에서 진행된다. 전용복 칠예가는 최근 실크스크린 작업과 옻칠예 기법을 결합해 대량 생산이 가능한 새로운 작품들을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다. 1층 전시실에서는 위 작업 과정을 이용해 김용호 사진 작가와 콜라보한 작품들이 포함된 다양한 신작들이 전시되고 있으며, 전용복 작가가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에 대한 영상도 관람할 수 있다. 특히, 옻칠 세계에서 전무후무한 옻칠 초상화와 김용호 작가의 ‘피안’ 작품에 옻칠이 더해서 재탄생된 협업 작품은 옻칠의 현대화와 그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전시 전경 (2)
전시 전경 (3)

어둠에서 찾아낸 천 년의 빛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
 지금도 일본 메구로가조엔에서의 하루를 잊을 수가 없다. 온통 그 관내 전체가 마치 전용복 님의 전시장처럼 아름다운 칠공예 작품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감동이기 전에 슬프고 분한 느낌이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고 노을 속에 잠겨가고 있는 칠과 나전의 전통 문화가 지금 남의 땅 일본에서 저렇게 아침햇살처럼 떠오르고 있지 않은가. 생각하면 천 년 전에도 그러했었다. 일본의 가장 오래된 記〮紀의 역사를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이미 상고 때부터 옻칠을 비롯하여 각종 뛰어난 한국의 예인들이 일본 땅으로 건너가 환대 받고 그곳에서 자신의 재능과 꿈을 실현시켰다.
전용복 님도 이 땅에서 이루지 못했던 꿈들을 메구로가조엔 복원작업을 계기로 일본에서 비로소 성취하게 된 분이다. 그 뛰어난 솜씨와 예술성에 감동한 일본의 후원자들은 그분에게 연구소를 차려주었고 북방 오지의 한 마을에서는 젊은이들을 모셔다가 옻칠을 전수 받아 마을의 경제와 문화를 살려내는 기적을 이룩했다. 나는 그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NHK TV로 보면서 왜 그것이 한국이 아니고 일본이어야 했는가, 스스로 부끄러움 속에 자문해보았다.

천마도 전시 전경

옹졸한 민족의식이나 배타적인 국수주의 때문이 아니다. 우리 문화와 예술이 해외로 뻗어가는 것은 기뻐할 일이지 결코 눈 흘길 일이 아니다. 문제는 바로 우리 자신에게 있다. 전통 문화를 버리고 재능 있는 예인들을 푸대접한 우리 자신을 향한 분노요, 부끄러움이다. 충격을 받고 돌아온 나는 전용복 님의 꿈을 이 땅에서도 실현해보고자 여러 경로를 통해 접촉해봤지만 끝내 그 계획은 좌절되고 말았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제 우리는 한 권의 책을 통해서 전용복 님의 옻칠 인생의 생생한 고백과 증언을 듣게 되었으니 그 한(恨)의 한 조각이 풀리게 되는 셈이다. 언뜻 보면 한 사람의 자서전처럼 보일지는 모르지만 이 책갈피 속에는 천 년의 바닥 속에 감춰진 우리 문화의 찬연한 빛들이 상감(象嵌)되어 있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 분명히 이것은 책이 아니다. 종이가 아니다. 활자가 아니다. 먹물이 아니다. 고난의 그 기록들은 바로 그 자체가 옻칠이고 창조를 향한 열정은 영롱하게 깎아낸 나전의 빛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도달한 탐스러운 결실은 일본으로, 세계로 가지를 뻗는 한국 칠공예의 긍지이며 희망이다. 칠흑 같은 어둠이란 표현도 있지 않던가. 세상에서 가장 깊은 어둠의 심연 속에서 나전처럼 영롱한 빛을 찾아낸 전용복 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괴(自愧)와 경의를 함께 보낸다.
<한국인 전용복 中>

전용복 작가 작업 사진
전용복 작가 작업 사진

전용복 칠예가 프로필

1980년 예린칠예연구소 설립
1983년 일본 한국문화원 초대전시회
1986년 한국 현대미술전 대상 수상
1988년 일본 이와데 현 미술공예전 특상
1991년 일본 메구로가조엔의 미술품 5천여점 복원&제작
1997년 예술의 전당 KBS 초대전
2000년 이와데 현 가와이무라 약사도칠예관 명예관장
2000년 대한민국 신지식인 대통령 표창장 수상
2001년 대통령 표창 수상 기념 개인전(일본 모리오카)
2004년 이와야마 칠예미술관 개관&동관 대표 취임
2005년 APEC 기념작품 전시회
2007년 이와야마 칠예미술관 관장 취임
2008년 세계 최고급 옻칠작품 시계 발표
2009년 온스타일과 유네스코한국위원회 공동기획
아트도네이션 작품 기증
2009년 동경 한국문화원 영구전시 작품기증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감사패 수여
2010년 BAROQUE C&F 전용복 옻칠예 연구소 소장 취임.
2010년 조선일보 창간90주년 기념 초대전 (조선일보 미술관)
2010년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 영구설치작품 기증(한국유네스코 60주년 기념)
2010년 서울 강남구 청담동 전용복 옻칠예 아카데미 개원(BAROQUE C&F공동)
2011년 중국문화부 초청 중국미술관 개인전
2015년 갤러리 라메르 초대전
2016년 갤러리 라메르 초대전
2018년 갤러리 라메르 초대전
2021년 KTX 부산역 앞 협성마리나 4층 미술관에 세계 최대 나전칠화 전시
2021년 한남동 목단가옥 최다 규모의 작품 설치 예정

▪ 저 서
【한국인 전용복】 2010. 시공사
【나는 조선의 옻칠쟁이다】 2002. 한림 미디어

영상자료
【KBS TV 뉴스 ‘사람 사는 이야기’】,【KBS TV 'My Way'】,【온 스타일 ‘김혜수의 인터뷰’】,
【목요컬쳐클럽】,【일본 IBC특집】,【한류스타 배용준 ‘아름다운 한국의 미를 찾아서’ 출판기념- 도쿄돔】,
【ARIRANG TV '박칼린의 인터뷰】,【ARIRANG TV '안정현의 인터뷰】 외 다수
【KBS NEWS 통합뉴스룸ET '호모 이코노미쿠스'】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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