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충청북도 청주시 청원구 내수로 241에 위치한 쉐마미술관에서는 2021년 9월 8일~10월 5일까지 한국현대미술 반세기 「동세대」 특별전이 열린다.

이번 참여 작가는 김재관 작가 외 김 령, 김영배(작고 작가), 김태호, 신문용, 이두식(작고 작가), 유인수, 전년일, 홍재연, 한기주, 한만영, 황창배(작고 작가)가 참여한다.

2021 공예비엔날레 “Art Bridge” 연계 특별전시
                                    - 한국현대미술 반세기 「동세대」 특별전

글 / 쉐마미술관 관장, 미술학 박사 김재관

 2021 청주공예비엔날레의 주제는 "공생의 도구(Tools for Conviviality)"이다. 이 말은 이반 일리치(Ivan Ilich)의 저서 <자율적인 공생의 도구>에서 차용되었다고 기술되어 있다. 이 의미에 대하여 금년도 주제에 대한 부연설명을 다음과 같이 하고 있다. "지난 200여 년 동안의 과속성장으로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이른 산업사회에서, 개인은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지만 내부와 외부의 도전을 이겨낼 자신감마저 상실한 '현대화된 가난'을 겪으며 표준화되는 삶의 형식과 획일화된 상품의 소비자로 전락하였다." 청주공예비엔날레는 물질 만능과 세계화 그리고 최근의 코로나19  펜데믹 상황에, 급변화된 사회에서 동시대 공예가 어떻게 치유와 희망의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전달할 것인가에 대해 숙고가 필요한 시점이라 언급하고 있다. 이렇게 청주공예비엔날레는 21세기의 '공생 사회'를 위해 어떻게 '공생의 도구'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면서 비엔날레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미술에서 공예와 회화는 같은 지점과 상반된 지점을 추구하는 델리키트 한 차이를 보인다. 20세기 초 스페인의 화가 파울 클레는 "예술이란 눈에 보이는 것의 재현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또한 "인간이 색채를 인지하는 것이 아니라 색채가 인간의 마음을 뒤흔드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이렇게 공예가 쓰임에서 출발했다면 회화는 감성적 개념에서 출발했듯이 매우 상반된 미학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한국현대미술 동세대 전은 2013년 'Eco-Biennale 특별전'에서 언급했듯이 이 전시회에 초대된 작가들은 이제는 80대 선배작가들을 뒤 받히고 있는 한국화단의 원로중진 작가들이다. 따라서 동세대 그룹은 한국 현대미술의 전환점에서 '내적 이성'을 갖춘 진정한 엘리트 집단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 세대에 대한 미술사적 평가는 이제부터 재평가가 뒤따르며 중요시될 것으로 믿는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는 70대 중반의 동세대 작가들이지만 이미 10여 년 전에 작고한 세 작가 이두식, 황창배, 김영배 작가의 작품이 특별히 초대 출품되었다.

이두식_심상_Acrylic on Canvas_80×117cm_2012

<이두식 작가>는 2013년 2월 홍익대학교 교수 정년퇴임을 며칠 앞두고 불의의 사고로 만 65세에 작고하였다. 추상표현주의 화풍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작가이다. 그의 성격이 매우 유연하고 자유분방하고 한편으로는 진실하고 매우 소탈한 성격을 지녔다. 그의 그림은 명제 "잔칫날", "축제"에서 보여주듯이 강렬하고 화려한 색상으로 구성되어있다. 생전에 한국미술협회 이사장과 홍익대 미대학장을 역임한 미술 행정가로도 널리 알려져 있던 우리 화단의 인기 작가였다.

김영배_패턴-동그라미_Acrylic on paper_95×45.5cm(2 Piece)_1997

<김영배 작가>는 불의의 교통사고로 1999년 52세의 젊은 나이에 운명하였다. 중등학교 미술 교사, 전문학교 선생을 거쳐 상명대(천안 캠퍼스) 미술대학 만화학과 교수가 되면서 미술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던 무렵 세상을 떠난 불운한 작가이다. 그의 작품의 특징은 4절지 크기 정도의 패널 쪼가리들을 ‘연접과 이접’, ‘실 공간과 이미지 공간’, ‘형상적 이미지와 기하학적 패턴’과 같은 언어들로 구성되었다. 결과적으로 이미지나 패턴을 묘사할 때 그것들을 화면에 정착시키기도 하고 동시에 부유시키는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황창배_무제_한지에 먹과 오일스틱_263×150cm_1999 (1)

<황창배 작가>는 서울대 미대 출신 한국화 작가이다. 54세에 운명했는데 요즘 같은 100세 시대에는 요절 작가라 할 만큼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났다. 그는 한국화 작가이지만 한국화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의 경계를 넘나들며 '황창배 화풍'을 만들어낸 독보적인 전위 화가라 할 수 있다. 그는 전통을 거부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현대적 화풍으로 한국화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은 우리 시대에 가장 빛나는 천재 화가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작고 작가 세 분 이외에 초대 출품된 9명은 작가의 특징을 간단히 기술하고자 한다.

한기주_Work-Trace-4_못, 목재, 광선, 시간, 거울_2021

<한기주 작가>의 최근 작품은 못 박힌 목재가 빛을 받아 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본다. 그 빛에 의해 해석된 세계가 전격적으로 벽면에 드러내도록 한다. 여기서 세계는 모든 사물이 시간이라는 굴레의 구속에서 벗어난 현실 너머서의 세계를 말함이다. 이것은 음향의 공간이 빛의 공간으로 변환되어 나타난 세계를 말함이다.

한만영_Reproduction of time-Lady_Acrylic on Canvas_117×89.3cm_2019

<한만영 작가>는 시간을 복제하고 공간의 시원을 탐구하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근본적 물음에서 출발하고 있다. 그것은 '앗상블라주'에 의해 재현되는데, 그의 앗상블라주는 공간 속에 시간을 기입하고 시간의 흔적을 공간 안에 배치 또는 확장하기에 무엇보다 작가의 정신과 태도를 드러내는 장치라 하겠다. 여기서 앗상블라주는 조형적 방법론을 넘어선 철학적 차원의 탐구로 보여진다.

김태호_Internal Rhythm 2005-22_Acrylic on canvas_117.5×91

<김태호 작가>는 회화의 평면성으로부터 일련의 예술적 자율성을 추구하는 회화의 본질에 대한 깊은 연구에서 출발하고 있다. 그리드란 얼개를 상정하고 여기에다 반복되는 직선을 통하여 일정한 두께가 만들어지면서 그리드 안에 작은 동공으로 밀집되는 결과를 얻게 된다. 이렇게 쌓아 올린 색층을 부분적으로 긁어내고 깍아내면서 물감층에 숨어있던 색 점들이 다시 살아나는 마치 생명의 숨결이 미묘한 리듬으로 탄생되어진다.

신문용_wave-21_oil on canvas_72×116cm_2020

<신문용 작가>는 자연에서 출발하면서 본래의 의미에서의 추상을 제시한다. 즉 본래의 자연을 추상화(추상화)하는 것이다. 표현의 차이는 있지만 동일한 패턴의 방법론으로 연속성은 필연적이라 말한다. 그는 단순한 점과 형태의 반복에 의해 신선한 형상을 만들어주는 작가이다.

류인수_일상적 이미지_아크릴_130.3×193.9cm_2020

<류인수 작가>는 도시의 일상을 형상화한 것으로 점점 더 예상을 벗어나서 파괴되어 가는 현대인의 도시를 표현하고 있다. 삶의 현ㆍ존에 대한 긴장감 있는 부정을 통하여 어렵게 도달하려 하고, 일상적 이미지는 삶에 대한 서사시처럼 모더니즘의 형식주의에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그의 작품은 뜨거운 삶에 대한 지향성과 모더니즘적 형식논리나 윤리 사이에 일어나는 변증법적 상호지양을 통해 상승함을 보게 된다.

전년일_그것_아크릴물감, 철망, 등나무, 색한지_120×120cm_2020

<전년일 작가>는 최근 원주시립도서관 갤러리에서 있었던 그의 개인전에서 매우 의욕적이고 뛰어난 재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그의 작품 명제 "그것"에 담겨있는 의미는 매우 단순하다. 우리 민족이 오래전부터 숭배하고 친근했던 색상을 중시하고 있다. 그것은 노랑(黃), 파랑(靑), 흰색(白), 검정(黑)인데 바로 우리 민족이 숭상했던 오방색의 근본을 갖고 현대화된 이미지의 형상을 입체적으로 시각화하는 기법을 작품의 근원으로 삼고 있음을 보게 된다.

홍재연_Work-2137외_Acrylic on Canvas_182×227.5cm_2021

<홍재연 작가>는 삶과 예술을 분리하기도 하고 살에 대한 태도를 통해 예술을 모색하기도 한다. 그가 꾸준히 작업을 펼친 세계는 추상세계이다. 그는 회화와 판화기법을 절충적 적용하는 작가이다. 이렇게 형성되는 이미지의 영역을 풍성하게 넓히고 있다. 거기에 이제 바느질이라는 다소 엉뚱한 방식까지 구사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비록 추상이라는 방식은 유지될지라도 화면은 더욱 단순하게 보여진다.

김 령_30's,_Bead & Mixed media_166.2×130.3cm_2013

<김 령 작가>는 작품 명제 "생의 Fantasia"로 작품의 특징짓고 있다. 예술과 삶, 자연과 인간은 매우 상반된 이분법적 사고로 구분할 수 있지만 결국 독립된 개체들이 모여 하나의 Harmony를 이루게 된다. 이 과정에서 하나의 Fantasia를 체험하고 이 경험을 통하여 새로운 오늘을 시작하게 된다는 생각의 기저에서 작품의 컨셉이 결정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그가 말하는 생명이란 본래 소립자들이 모여 이루어진 것이며 우주에서 보면 작은 알갱이에 불과하다는 역설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김재관_Light & Color 21-503_한지+캔버스 위에 Acrylic Color_80×117cm_2021

끝으로 <김재관 작가>는 기하학은 가시적 실체는 아니지만, 추상적 실체이다. '관계', '그리드', '큐브' 시리즈 시대를 거치면서 최근에는 자유스러운 기하학의 아름다움에 심취되어 있다. 2000년 이후 '큐브(cube)의 신화시대'를 마감하고 '후기 관계 시리즈 시대'로 새로운 변화를 맞고 있다. 그것은 나의 마음속에 있는 생명의 무늬를 씨줄 날줄로 엮어서 만들어내는 심상적 풍경이라고 말하고 싶다. 나의 추상세계의 아이콘이었던 정방형의 세계를 해체하고 보다 자유스러운 기하학적 추상세계의 새로운 형태의 '율(律)'과 '색(色)'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이상에서 소개하였듯이 작고 작가 3명을 포함하여 12명의 현대미술가는 한국화단의 팔부능선을 넘어 정상으로 향하고 있는 소중한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어쩌면 몇몇 작가들은 이미 한국화단의 정점에 이르러 있다. 제12회 청주공예비엔날레 미술관 프로젝트 ‘Art Bridge’연계 전으로 열리는 "한국현대미술 반세기 동세대 특별전"은 청주 가을 화단을 보다 풍성하게 하는 매우 소중한 전시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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