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미영 기자] 경기도 분당구 운중로 137번길에 위치한 운중화랑에서는 2021년 8월 19일~9월 25일까지 한성필 초대전, 'Blue Drama'가 전시된다.
파랑(Blue)을 좋아하시나요? 파랑은 많은 나라에서 가장 선호되는 색이고, 우리나라 조사에서도 선호도가 가장 높은 색이라고 합니다. 파랑의 이미지는 다양합니다. 하늘, 바다, 차가움, 희망, 평화, 지혜, 진리, 총명함, 투명성 등 대부분 긍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기도 하지만, 슬픔, 우울함, 애환이나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색이기도 합니다.
미술작품에서 파랑이 지나치면 건조하고 지루하며 우울한 느낌을 줄 수 있다고 합니다. 파랑을 잘못 쓴 작품은 기계적이고 논리적으로 느껴지고, 개성이나 감성을 이끌어내기 어렵다고 합니다. 작가들에게 파랑은 도전의 대상이고, 많은 이들이 자신만의 개성 있고 독특한 파랑을 찾으려는 시도를 합니다. 좋은 작품들에서 파랑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가를 지켜보는 재미도 작지 않습니다.
파랑이 운중화랑의 네 번째 기획전에서 펼쳐집니다. 지구 곳곳을 무대로 자연과 인간 사이에서 보일 듯 보이지 않는 깊은 울림의 관계를 담아내면서 관객들에게 환경이슈를 지속적으로 일깨워 온,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Visual Artist 작가 한성필의 오랜 여정의 결과물 가운데 특별히 파랑의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여러 작품들이 찾아옵니다.
“Blue Drama”. 한성필 작가 고유의 신비롭고 아름다운 파랑의 향연이 다양한 주제의 작품과 함께 드라마처럼 펼쳐질 것으로 기대하면서 정한 이번 전시의 제목입니다. 신비로운 푸른 빛이 우리가 서서 작품을 바라보는 현실 공간과 작품 속 가상 공간 사이의 정서적 통로가 될 것입니다.
한성필 작가노트
한성필 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로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파사드(Façade) 연작들은 그가 고유의 푸른 빛을 구현하고자 오랜 기다림과 극도의 절제를 다한다는 점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작가는 공사현장을 가리는 가림막 위에 그려진 그림과 실제 풍경이 맞닿는 절묘한 각도를 찾는다. 관람자들은 현실 공간과 가상의 이미지를 구별하기 쉽지 않고 작가는 이렇게 현실과 가상의 세계가 공존하는 독특하고 초현실적인 이미지를 화면에 담고, 관람자들은 그 모호함이 주는 흥미로운 체험을 하게 된다.
이렇게 흥미롭고 오묘한 체험은 화면 전반에 흐르는 신비한 파랑에 이르러 극대화되는데, 이는 작가가 동틀 무렵과 해질녘에 이루어지는, 아주 짧은 빛의 교차시점을 기다려 포착한 마법 같은 푸른 빛을 작품에 투영한 결과이다. 그가 아니라면, 그리고 그 공간과 그 시점이 아니라면, 찾을 수 없는, 작가 고유의 푸른 빛이 파사드에 깊이 스며 있다.
한성필 작가의 다른 작품들 속에도 그 고유의 파랑이 면면히 흐른다. 초기작 MY SEA 연작 속 바닷물과 아련한 안개 빛 사이의 어우러짐에, Seine Liver과 Loire Valery 의 원자력발전소 굴뚝 연기를 담은 GROUND CLOUD 연작의 배경에도, Pollar Heir 연작의 오로라를 담은 북극 하늘에도, INTERVENTION 연작이 주는 순백의 만년설과 빙하의 갈라짐에도, ICELAND SUMMER 연작의 이끼와 냇물의 어울림에도, 그가 마침내 찾은 마법 같은 그 파랑은 보는 이들의 시선을 끈다.
한성필 작가의 작업에는 시간성이 담겨 있다. 연출되거나 가공되지 않은 자연의 순수성을 자연 스스로 허락하는 때를 기다리는 겸허한 마음으로 담아낸다. 자연에 대한 기다림으로 표현되는 시간성을 작가의 고유한 예술적 감각으로 담아내는데, 그 기다림과 시간성 안에 파랑이 깊이 투영된다.
Blue Drama에는 이 전시를 위하여 특별히 제작한 “Layers”, “Iceland Summer”, “Cockscomb” 작품을 비롯하여 20점이 넘는 사진회화 작품과 영상작품, 그리고 작업과정을 담은 영상자료들이 함께 전시된다. 한성필 작가는 남북극을 비롯한 수많은 오지, 사람의 발길이 드문 곳, 사람의 향기가 진한 곳을 가리지 않고 부단한 작업을 계속해 왔다. 오늘도 록키 산맥 한 자락을 베이스캠프 삼아 그만의 고유한 예술적 표현으로 렌즈 안에서 자연을 그리고 있다. 그의 대표작들을 통해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의 끝자락에 여러분들에게 파랑색의 드라마가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