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관장과 함께 진행하는 제42회 김달진미술사이야기는 2021년 4월 20일부터 10월 24일까지 정정엽 작가의 '조용한 소란'展이 열리는 강서구 마곡동 서울식물원에서 진행되었다. 전시는 식물문화센터 2층 프로젝트홀과 근처 100m옆 마곡문화관 두 곳에서 전시되고 있어 두 곳을 다니며 정정엽 작가와 김달진 관장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미술가 정정엽(59세)은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로 여성주의, 생태주의적 시각을 바탕으로 회화, 설치, 퍼포먼스 등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다채로운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1980년대 두렁, 터, 갯꽃, 여성미술연구회 등에서 활동하며 살림과 여성의 노동에 관심을 가지며 여성이 겪는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며 ‘여성성’을 담아냈다. 2018년에는 제4회 고암미술상을 수상했다.
이번 전시는 크게 살림의 미학, 생명의 씨앗, 공존이라는 문제, 세 섹션으로 나뉘어 열린다. 프로젝트홀2(식물문화센터 2층)에는 살림의 미학, 생명의 씨앗, 섹션의 작품, 큰 작품 24점이 전시되는데 여성의 노동, 살림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바탕으로 창작된 여러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냉이, 달래, 고들빼기 등 주로 밥상에서 나물로 접해온 식물이 선명한 색상과 역동감 있는 작품으로 다시 태어난 모습을 볼 수 있다. 우리에게 흔한 먹거리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생명을 품은 씨앗이기도 한 콩, 팥, 녹두 등 곡식을 사람의 얼굴이나 산, 달, 밤하늘로 표현한 작품을 통해 곡식 한 알 한 알이 모여 전하는 강인한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
마곡문화관에는 비교적 최근인 2014년 경부터 그려온 작품이 걸리는데 <싹>, <나방> 등 소외되거나 버려진 존재에 대한 단상이 담긴 섹션 '공존이라는 문제'에 해당하는 21점이 전시된다. 이곳에는 도시, 건물, 매연 등 인간중심적 환경과 사고 속에서 잊히고 희생되는 생명체를 그린 작품이 주를 이루는데 모두가 아름다운 나비를 그릴 때 나방에 주목한 작가의 시선에서 따스함을 느낄 수 있다. 마곡문화관은 등록문화재 제363호인 ‘서울 구 양천수리조합배수펌프장’을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변모시킨 역사적인 공간이다. 이번 전시는 코로나 19 위기 속에서 조용히 살아 숨쉬는 여러 생명체를 돌아보는 6개월 보여주는 뜻깊은 전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