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미영 기자] 서울시 강남구 언주로 152길 16에 위치한 갤러리 나우에서는 06월 08일(화) - 06월 30일(수) (월요일 휴무)까지 김남표 'Castle'이 전시된다.
김남표는 쇠조각, 인조털, 목탄, 파스텔, 콘테, 유화물감 등 다양한 재료들을 사용하며 회화의 본질에 대한 재해석을 함과 동시에 그에 대한 답을 구축해나가는 작가이다. 그가 그려왔던 초현실적인 풍경화 속 탄생된 생명체들은 그 스스로의 목적과 정의를 구축해 가며, 작품이 탄생된 순간 생성되는 의미는 관람객 개개인의 시각에 따라 변주된다. 여러 오브제들을 캔버스에 부착해 제작하던 기존의 작업 방식과는 달리 이번 <Castle> 시리즈의 신작들은 두꺼운 유화를 겹겹이 쌓아 올리며 투박하지만 섬세하고 절제되어 있지만 다채로운 풍경을 만들어 낸다.
동물들을 그리기보다는 손 끝으로 만지며 작품을 구상하고 만들어내는 김남표가 캔버스를 자유로운 상상의 공간으로 사용하며 생명력 있는 동물들과 동시에 성城(castle)을 드라마틱하게 조화시켜 강한 카리스마가 드러나는 신작을 내 놓았다.
갤러리나우에서 처음 소개되는 <Castle> 시리즈는 성城의 웅장함 뒤에 감춰진 그늘을 작가 본인만의 방식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전쟁이 났을 당시 전장으로 떠나는 성주의 마음은 자신의 안위보다 성에 남아있는 가족과 백성들의 안위를 더 걱정하듯 그 배면에 작가 본인의 고뇌가 담겨있다. “화가의 사회적 욕망을 통해 나의 그림자 속에 나의 그림을 가둬 놓으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김남표는 본인만의 길을 개척한 작업이다.
사회 안에서 성(城)은 경쟁을 통해 지켜낸 업적과 성과에 대한 보상과 같은 것이다. 그는 성(城)이 크고 빛이 강할수록 그만큼 더 크고 선명하게 드리워지는 그림자 속의 인간적인 비애의 실체를 탐구하는 것을 과제로 안고 작업에 임했다. "이제 성(城)을 떠나려 한다.” “성으로부터 멀어질수록 전장에서 살아 남아야 하는 의미가 더욱 드러날 것”이라 믿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결단은 미디어와 기존의 미적 개념에 자신을 대입하지 않고 꾸준히 본인만의 작업 스타일을 고수해 오며 대상과 자신과의 교감을 위해 끊임 없이 도전하고 노력하는 김남표만의 자연스러운 행보라 할 수 있다.
[작가노트]
‘Castle’
김남표
성城을 떠나 전장戰場으로 향하는 성주의 마음은 전쟁에서 살아남으려는 의지보다 가족과 백성이 위태롭게 지키고 있는 성의 모습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진다.
성은 이렇듯 외부 침략세력으로부터 안전하게 방어하기 위해 주변의 도랑으로 둘러싸인 곳에 높은 언덕 위에 지은 요새이지만 보이는 웅장함 속에 내비치는 위태로움이 존재한다.
사회 안에서 인간은 서로 경쟁하고 자신의 업적과 성과를 지키고 그것에 대한 보상으로 자신의 높은 성城을 구축해간다. 외형적으로 높아가는 한 사람의 업적을 통해 그 이면에 쌓여가는 인간적인 비애와 아련함은 숨기고 외면하려 한다.
높은 성城에 비쳐지는 빛이 강한 만큼 성城 그림자는 선명할 것이다.
우리는 그 그림자 속에 무엇이 있는지, 그 어두운 그늘 속에서 무엇이 생존하고 있는지 보아야 한다.
나는 어느덧 중년의 나이로 접어든 화가이다.
화가로서 그림 앞에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려 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본다.
화가의 사회적 욕망을 통해 나의 그림자 속에 나의 그림을 가둬놓으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질문인 것이다.
이제는 성城을 떠나려 한다.
성으로부터 멀어질수록 전장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의미가 더욱 드러날 것이다.
최은경 (미술이론)
손끝 풍경(Fingertip-scape)
김남표의 초기작품(1990년대 중후반~ )에서부터 캔버스에 여러 가지 재료를 ‘붙이는’ 형태의 모습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한다. 쇠 조각을 캔버스에 붙일 때도 있고 때로는 캔버스 자체를 셰이프드 캔버스(shaped canvas)로 변형시키기도 한다.
미완성작이라고 여겨질 정도의 흰 여백이나 작품의 맥락과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이질적인 물질들을 오브제로서 캔버스에 부착하는 것은 회화의 본질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한 작가의 질문이라고 볼 수 있다. 어찌 보면 이러한 작가의 태도는 모더니즘의 화두와 관련된 것으로서 새로운 접근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의 작가 자신이 가능하게 된 사회화 과정을 사회 전반에 깔려있는 모더니즘적인 방식의 결과물로 받아들인다면, 이러한 접근 방식이 김남표 작업의 시작이자 환경일지 모른다.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던 아니면 부정하고 극복하던 그것은 작가 자신의 몫이다.
김남표는 2000년부터 2006년까지 <집단 막>을 결성하여 5명의 작가와 함께 공동작품,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과연 일상적인 재료로 일상적인 장소에서 미술이 실현 가능한가’라는 실험적인 형태의 작업을 이끌어 왔다. 예를 들어 재개발/ 재건축 프로젝트, 매봉터널 프로젝트, 비닐갤러리 프로젝트 등 이름만 들어도 한겨울의 매서운 찬바람이 살갗을 에는 기분과 같은 고생스러운 현장의 기운이 느껴지는 듯하다.
김남표는 이처럼 젊은 시기의 대부분을 몇 명의 작가 동료와 함께 일상적인 현장에 미술을 가지고 들어간 이때가 현재 개인 작업의 근간을 이루게 한 시기라고 여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