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52에 위치한 print bakery에서는 2021년 5월 26일~6월 8일까지 김예랑 작가의 '화지몽'이 전시된다.
화지몽(花之夢)
김예랑
빈 화면을 마주하며 공백을 유희하고 사유한다. 공간(spece)이 비어(空) 있지는 않았을 텐데 가시광선 너머를 보지 못하는 시선의 한계인지 늘 비어있는 듯하다. 채워지지 않는 갈증 그 무언가다. 어둠을 수놓는 내밀한 별빛처럼 검은 배경에 화려한 꽃을 대상화(對象化) 한다. 아름다움이 우리 자신에게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지 허공에 호기심을 넌지시 던져본다.
움직이지 않는 꽃을 오브제로 배치하였지만 역설적으로 시간의 흐름을 보여준다. 모든 생명은 죽음이라는 한계성이 있다. 그 유한성으로 더 많은 가치를 부여받고 치명적인 아름다움에 우리는 매료된다. 내가 꽃을 찍는 이유이기도 하다. 생명체는 숨 쉬는 순간부터 나날이 늙어가고 상실을 겪기 때문이다. 세상 어느 것도 영원한 것은 없으며 파괴적인 시간의 흐름에 압도된다. 이러한 일련의 꽃에 대한 감상과 감정 이입이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며 성장시킨다.
꽃으로 작업하면서 삶의 해상도가 높아졌다. 대상을 볼 때 꽃과 주변부가 어우러져 또 하나의 세계로 확장된다. 오감이 깨어나고 생명력이 투영된다. 꽂을 꽂아본다. 규칙 속에서 느껴지는 또 하나의 불규칙, 꽃들의 군상을 어떻게 존재시키는가는 오롯이 작가의 몫이다. 꽃은 색 자체만으로도 리듬감이 있으며 그 농도에 따라 생동감을 부여한다. 시간을 버텨낸 숭고함 속에 조화를 표현하며 풍요로움과 향기를 담아보고 싶음이다.
나와 다른 존재와의 어울림을 통해 만들어내는 화음이 공간에 울려 퍼질 때 세상은 행복의 극치를 향한다. 공간과 공기 그리고 꽃이 펼쳐가는 삶의 의미. 꽃이 각자의 고유성을 발휘함과 동시에 연결고리로서 길고 긴 생명력을 이어가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꽃으로부터 시작되어 나를 찾는 작업은 시각적 이미지의 어울림 그리고 대승적(大乘的) 관계이다.
빛깔과 향기(香氣)로 남겨진 흔적
원춘호(전시기획자)
예술가들은 수 세기에 걸쳐 꽃을 오브제로 표현하며 보편적인 철학과 예술의 개념으로 정의해 왔고 가치를 부여하였기에 꽃 작업은 쉬우면서도 또한 역설적으로 어렵다. 그것은 역사로 축적된 기존의 법칙 위에 차별화된 색(個性)과 결을 제시해야 하는 예술의 숙명으로부터 출발한다.
시대를 초월해 만인(萬人)의 사랑을 받아온 미적(美的) 생명체인 꽃. 김예랑의 화지몽(花之夢)은 먹빛 사유의 공간에 꽃을 선택하고 배치하며 “어떻게 존재시킬까?” 에 대한 소우주적이고 근원적인 질문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녀는 새벽 꽃 시장을 다니며 설정에 맞는 이질적인 느낌의 꽃과 고풍스러운 빈티지 화병을 얻기 위해 수 많은 기다림을 감내하였고 이러한 과정마저도 작품을 숙성시키는 시간으로 생각했다.
정물 사진의 매력은 연출력에 있다. 세밀한 꽃의 질감과 형태속에서 형형색색의 꽃들이 발산해내는 표정, 이질감과 함께 동질감을 찾으려는 시도, 인공조명을 활용한 강한 대비를 통해 물성적인 특징을 강조하고 냉정한 시선과 절제된 감정선을 유지하며 한때 유행했던 신즉물주의를 차용한 흔적이 보인다.
칠흑 같은 어둠 속 작은 빛으로부터 태초의 천지가 창조되었듯이 김예랑은 꽃을 꽂는 행위를 통해 검은 사색의 여백을 색으로 채워가며 먹을 지워간다. 하나의 종(種)이 갖고 있는 고유성과 다른 종(種)을 병치(竝置) 하고 해체를 반복하며 함께 피고 지는 공감과 연대의 미학, 정량화할 수 없는 의미의 무게를 표현한다.
꽃은 땅을 떠나 살 수 없는 유전자를 갖고 있다. 아름다운 꽃들은 모두가 찬미하는 그 화려함으로 인해 온전한 생을 누리지 못하고 관상용으로 밑동이 잘리고 만다. 화려함이 오히려 독이 되는 것이다. 풀이 갖는 ‘무가치의 가치’를 누리지는 못하지만, 짧고 강렬한 화양연화(花樣年華)를 꿈꾼다. 이미 죽음이 정해진 모래시계 같은 삶. 교만하지 말고 죽음을 기억하며 성찰해야 한다. 존재와 부재, 욕망과 서사 사이의 초연한 먹빛 공간에서 꽃을 통해 진실 하나를 바라본다.
한번 고개 숙인 꽃은 절대 고개를 들지 않는다. 내려놓아야 할 때를 아는 아름다운 사람의 뒷모습을 꽃의 스러짐을 통해 그려본다. 습기와 힘을 뺀 마른 꽃으로 환생하여 누리는 또 다른 꽃의 영원한 자유로움은 또한 어떠한가? 모든 것이 순리대로 흐를 때 단순하지만 무게를 갖는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생명이 있는 모든 것들, 박제하고 싶은 소중한 기억들은 잉태한 그 순간부터 소실점을 향해 쉼 없이 사라져간다. 다행히도 그 끝이 존재한다는 인식을 통해 우리는 가치를 선물로 받는다. 흐르는 것이 어디 시간뿐이랴!
봄이면 꽃들이 지천이다. 꽃이 좋아지면 나이가 든 것이라고 누군가는 말한다. 모두 다 시절인연(時節因緣), 그렇게 봄날은 간다. 시인 김춘수가 말했던 빛깔과 향기(香氣)에 알맞은 이름을 남기고 오늘도 꽃은 지고 핀다.
PROFILE
김예랑
개인전
2021 화지몽 『花之夢』 갤러리 강호
2021 화지몽 『花之夢』 프린트베이커리
2019 『Symphony of Flowers』, Galerie 89(Paris, FRANCE)
주요 그룹전
2021 선의 경계 : 사진으로 읽기, Galerie 89
2020 뉴욕 첼시 기획전 『Photography, at the Moment』, K&P Gallery, New York, USA
2020 붓과 종이, 일곱번째, 한옥란 갤러리
2019 Seoul Art Show, 코엑스
2019 『점이 선이 되기까지』, 토포하우스
2019 대한민국국제포토페스티벌 『변화의 틈』, 예술의전당
2018 제 7차 중국연변 국제사진문화주간, 연변국제컨벤션전시센터, CHINA
2018 18th Pingyao International photography Festival』 ,핑요 고성, CHINA
2018 『신통방통』 , 갤러리 와(瓦)
2018 인물사진 <실어기>, 갤러리 사진창고
2017 붓과 종이, 두번째, 한옥란 갤러리
2017 CAUPA 중앙대학교 사진아카데미 작품연구반 수료전, 갤러리 라메르
2017 대한민국국제포토페스티벌 『사진의 반란』, 예술의전당
2017 아포리아(aporia) 사진연구회 PSA in Korea, 세미갤러리
2016 Fukuoka Korea Fine Art Exhibition, Fukuoka Asia Museum, JAPAN
2016 Photography Spectrum, 한벽원미술관
2016 한국환경미술대전, 서울시립미술관
2016 Oh, Paris! 7인그룹전, 한벽원미술관
2016 한불수교130주년기념 포토페스티벌 『사진의 힘』 , Galerie 89, Paris, France
2016 대한민국 명인미술대전, 한국미술관
2016 서울국제아트쇼, 갤러리 라메르
2015 대한민국국제포토페스티벌 『시간의 기억』, 예술의전당
수상
2017 대한민국국제포토페스티벌 『사진의 반란』, 예술의전당 *최우수 작가상
2016 대한민국 명인미술대전, 한국미술관 *명인상
2016 서울국제아트쇼, 갤러리 라메르 *대회장상
작품집
2021 화지몽 『花之夢』, 하얀나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