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적이고 초월적이며 신비적인 조형언어

신항섭(미술평론가)

그림은 현실적인 미를 찬미하는가 하면, 상상 또는 환상적인 비현설적인 미를 추구하기도 한다. 화가의 조형적인 상상력은 결과적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꾸미기 위한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현실에서 볼 수 없는 세계를 만들어냄으로써 현실공간을 상상의 공간으로 확장하는 것이 다. 그리하여 우리는 그림을 통해 현실과 또 다른 세상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그림이란 어차피 화가 자신의 개인적인 삶이나 인생관을 투영하는 것이고 보면 주관적인 시각이 작용하게 마련이다. 그 주관적인 시각이야말로 창작의 원천일 수 있는 것이다.

최혜심은 그림과 문자언어가 병립하는 독특한 조형공간을 만들어낸다. 그림과 문자가 하나의 몸처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어쩌면 ‘숨은 그림 찾기’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문자가 분명히 존재하는데도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문자가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 이는 조형적인 기교라고 할 수 있는데, 문자와 현실적인 이미지라는 서로 어울릴 듯싶지 않은 관계를 교묘한 방법으로 묶어 놓는 조형적인 발상이 신선하다.

그림을 그릴 때마다

“참 감사합니다.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그림을 그리길 원합니다.”

이렇게 기도하곤 합니다.

무언가를 그리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깊은 바다, 높은 하늘, 넓은 땅이고 싶고

어쩌다 때로는 감당 못할 거센 바람이고 싶기도 하고

들녘의 이름 모를 잔잔한 꽃향기를 닮고 싶기도 할 때

오롯이 그 형상을 간직하고 싶은 열망이 온몸 가득 실릴 때

그렇게 일 년 열두 달 설레는 가슴으로 캔버스를 마주합니다.

2010년부터 작업해 온 "Beautiful-Energy, 사랑" 시리즈를 발전시켜 새로이 한 폭 한 폭 정성껏 담았습니다. 그림 속에는 또 다른 그림인 다양한 모습의 글자가 들어가 있습니다. 이 세상 수많은 언어 중 가장 소중한 단어 “사랑”입니다.

또한 그림 속의 작은 사람의 몸짓은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어 그림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는 요소가 될 것입니다. 언어의 상징성과 의외성에 주목하여 가장 아름다운 글자를 분해하고 재조합 하는 방식으로 세상의 피조물을 밝고 사랑스럽게 표현하려고 애썼습니다. 그림 속에 마음이 온전히 들어가시기를 바랍니다.

그리 하신다면 분명 “사랑” 이라는 한글의 자음과 모음이, 자연이 만들어낸 생명체들에게 더 크고 깊고 넓은 의미를 나누어주고 있음을 알아챌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부디 그 사랑을 자세히 살피시어 이전의 우리가 알고 있던 사랑이라는 가치에 나만이 가질 수 있는 또 하나의 진정한 느낌을 더 얹게 되기를 소원합니다.

인사아트센터 2F

2013년 12월 4일 ~12월 10일까지

www.artkoreatv.com
아트코리아방송 김한정 기자 (merica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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