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향한 빛의 언어와 축복의 메시지 -서숙양
김종근 미술평론가

“나는 나를 예술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유년 시절에 시작되었던 장애를 극복하기 위하여 예술을 추구할 뿐이다.” 일본이 낳은 세계적인 작가 쿠사마야 야요이의 예술에 관한 철학이었다.
씨앗종묘상의 딸로 태어난 그는 무엇보다 호박 그림을 모티브로 자신의 작품세계를 펼쳐 나가면서 그 호박에 대하여 매우 흥미 있는 말을 남겼다.
“호박은 애교가 있고 굉장히 야성적이며 유머러스한 분위기가 사람들의 마음을 끝없이 사로잡는다.
나, 호박 너무 좋아, 호박은 나에게는 어린 시절부터 마음의 고향으로서 무한대의 정신성을 지니고 세계 속 인류들의 평화와 인간찬미에 기여하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다.
호박은 나에게는 마음속의 시적인 평화를 가져다준다……. 쿠사마 야요이

Light meets light Mixed media & 24K Pure gold leaf 53.0x45.5cm 2024
Light meets light Mixed media & 24K Pure gold leaf 53.0x45.5cm 2024

정말 우연히도 서숙양은 쿠사마 야요이처럼 한국에서 가장 먼저 호박을 그린 작가이다. 
물론 그 이전에 정물이나 구상 작품 속에 나타난 호박은 더러 있었지만, 이렇게 명확한 주제로 호박만을 가지고 작업한 작가는 없었다. 
아주 흥미로운 사실은 서숙양 작가에게도 이 호박 그림을 그리게 된 배경이 쿠사마 야요이처럼 운명적이다. 오래전 독실한 크리스천인 작가에게 교회에서 추수감사절 행사를 앞두고 호박 그림을 하나 그려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한다. 
잘 알다시피 동양에서 사실 호박은 우리 몸에 유익한 건강식품 정도로 알려졌지만 미국에서는 추수감사절에 호박이 없으면 안 될 정도로 아주 중요한 작물이었다.  

Light meets light Mixed media & 24K Pure gold leaf 61x61cm 2024-03
Light meets light Mixed media & 24K Pure gold leaf 61x61cm 2024-03

1600년대 초 미국은 유럽에서 건너온 이주민들이 1621,1623년 추수 감사파티를 열어 다양한 호박파이를 먹으며 축제를 지낸 것이 오늘날 추수감사절의 시작임을 생각할 때 중요한 작물임은 틀림없다. 
이런 종교적인 계기로 작가에게 호박이란 형태가 화폭 깊숙이 들어오게 된 것이다.
작가는 그러한 숙명적인 인연 때문인지, 이후로도 다양한 빛의 형상으로 색채를 혼합하며 호박을 주제로 집중적으로 작업을 보여주었다.

대부분 그것은 검은 바탕에 금박으로 변형된 패턴과 형태로 호박 이미지를 독창적 금빛 색채로 형상화했다. 빛에 의해 보이는 형상들을 금빛으로 쏟아지듯 표현하면서 수십 가지의 화려한 색을 쌓아 올리고 그 위에 금을 입히는 번거로운 공정과 수작업을 피하지 않았다.

Light meets light Mixed media & 24K Pure gold leaf 73x73cm 2024
Light meets light Mixed media & 24K Pure gold leaf 73x73cm 2024

그것은 마침내 작가가 꿈꾸고 희망했던 축복의 은총과 응축된 빛의 에너지이자 메시지인 것이다.
그러한 덕분인지 작가의 작품은 많은 전시와 아트페어에서 컬렉터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 예술적 영감은 당연히 태초에 빛이 있으라는 하나님의 말씀에서 출발했고 이렇게 작가의 내면에는 신앙심 깊은 종교적인 메시지의 원형이 숨 쉬고 있다.

하나님께서 빛을 창조하신 창조주로 빛이 나타나며 작가는 그 빛을 24K 순금 금박으로 올리면서 기도하는 마음으로 작품들을 완성하여 보는 사람들에게 성스러움과 평화로움으로 축복의 메시지를 은총처럼 내렸다.
작가는 그 금빛 형상을 황금의 호박 이미지로 만들어 빛을 발하게 하고, 호박이 가진 풍요의 상징과 축복의 에너지를 빛으로 전환 시키는데 이상적으로 도달했다.

특히 서숙양의 많은 작품 속에 화면의 바탕과 금빛의 극명한 색채 대비는 쿠사마 야요이 작품에서는 볼 수 없는 금빛으로 더욱 축복과 은총의 상징적 빛으로 보는 이의 마음을 가슴 설레게 한다.
특히 그 확산의 형상과 빛의 파장이 마치 맑은 하늘에 벼락처럼 쏟아지면서 우리를 축복처럼 황홀하고 숙막히게 했다. 
찬란하게 빛나는 태양처럼 일렬종대로 쏟아지는 그 태양의 햇살은 다른 그림에서 볼 수 없는 어떤 아우라를 가져다준다. 호박을 소재로 첫 작품을 그린 서 화백은 호박에 인생을 걸기 시작했지만 단순한 그 형태에 머물지는 않았다. 
호박에 집중과 선택을 하면서도 작가는 호박의 <생로병사>에 천착했다고 고백했다.

”호박은 빛과 어둠의 앙상블 속에서 탄생과 성장, 소멸의 반복을 암시한다. ....마치, 사람마다 인생이 조금씩 다르듯, 호박도 같은 모양을 찾기 어렵다. 또한,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호박은 약이 되기도 하고, 식량이 되기도 하고, 들판에 버려져 소멸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작품의 형태나 조형성에서도 서서히 구상에서 비구상 형태로 확산 변형을 보여주었다.

Light meets light Mixed media & 24K Pure gold leaf 80x80cm 2024
Light meets light Mixed media & 24K Pure gold leaf 80x80cm 2024

기하학적 형태에서 원형, 그리고 도형까지 작가는 세련된 형태로 화면이 주는 회화성과 조형미를 충실하게 표현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이러한 배경이 ”호박은 아무도 돌보지 않는 들판에서 모든 것을 내어준다. 추수가 끝나면 덩그러니 고향을 지키는 지킴이로 서리 내린 고향 뜰에 있다.“ 작가는 이런 흔한 호박의 모습에서 어머니의 모습을 발견하고 그 마음을 담아내고 있다는 점이다.

철학자 헤겔은 모든 예술의 종교의 상태를 동경한다고 했다.
서숙양의 작품들이 아름답고 찬란하게 빛나고 성스러움과 축복 같은 은총이 가득한 이유는 바로 이러한 작가의 마음이 아름답고 숭고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작품에서 조용하게 묻어나는 호박을 아우르는 빛과 어둠의 공존, 감사와 축복의 감정들이 충만한 이유는 빛에 의해 보이는 세상의 모든 사물을 금빛으로 수용하며 그것은 색으로 캔버스 위에 펼쳐내는 그 예술적 영감이 순결하고 아름답기 때문이다.
밝고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작가의 순수한 영혼이 찬란하게 빛나는 이유이다.

김종근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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