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혹한 아름다움 '최예태 미학의 비밀' 
서승석(미술평론가, 불문학박사)

빛은 어둠으로부터 온다. 색채는 빛으로부터 온다. 태양으로부터 우리 눈에 당도하여 빛이 색채로 인식되기까지, 빛은 우주 속에서 8분 20초 동안 허공을 여행하며 오존층, 공기와 먼지 속을 통과하며 산란해서 우리 시각에 무지개빛을 선사한다. 일찍이 괴테가 『색채학』에서 “색채는 빛의 고통이다.”라고 규명하였듯이, 빛은 긴 여행 중 산고의 고통을 치르고 비로소 우리에게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적색과 청색, 그리고 녹색이 주조를 이루며 비교적 명도와 채도가 높은 색을 선호하는 최예태 회화의 궁극적인 테마는 빛과 어둠의 싸움이다.

리듬 162.2x130.3cm Mixed media 2021
리듬 162.2x130.3cm Mixed media 2021

 

하얀 눈을 이고 있는 붉은 산 <알래스카의 산>(1991년)이거나, 주홍빛 산의 연작 <붉은 산의 판타지>(2003년), 푸른 산 <신록의 인상>(2013년>에서도, 그는 검은 산이거나 누워 있는 나부를 닮은 검은 형체를 전면에 깔아놓으며 명암대비과 보색대비 효과로 화면의 깊이와 극적인 인상을 획득한다. 결국 그의 산은 대부분 크게 나누어 3단계로 구성 된다 : 순수와 신성함을 향한 기도 같은 순백의 만년설 아래, 뜨거운 삶을 향한 절규 같은 다홍빛 혹은 싱그런 연두빛 생의 예찬이 흐르고, 맨 아래 검은 죽음의 그림자가 근엄하게 드리워진다.    

면과색 그리고 리듬 100호 mixed media 162.2x130.3cm 2019
면과색 그리고 리듬 100호 mixed media 162.2x130.3cm 2019

 

 최예태 회화의 진수는 탁월한 색채 감각에 있다. 색채의 마술사로 불리는 샤갈 못지않게 현란하고 다채로운 색으로 창조되는 그의 우주는 신비로운 색채들이 서로 부르고 화답하며 아름다운 화음을 불러일으키는 조화로운 세상이다.

몽환적사유 50F oil on canvas 2016
몽환적사유 50F oil on canvas 2016

 

사물의 고유한 형태나 색채에 구속되지 않고 대담한 파괴와 재구성을 통해서 화폭에 새롭게 탄생하는 그의 자연은 작가의 심오한 사유의 산물이다. 시공을 초월한 그의 상상력은, 마티스가 “그림에 공간과 깊이를 부여하는 것은 바로 상상력이다(C’est l’imagination qui donne au tableau espace et profondeur. - Henri Marisse).”라고 한 말을 상기시킨다.  

붉은벽돌집의인상 15F 붉은 15F 65.1x 53.0 mixed media 2016
붉은벽돌집의인상 15F 붉은 15F 65.1x 53.0 mixed media 2016

 

 “색채를 혼합하는 일은 작가의 자존심이다.”라며 최예태는 조색에 사활을 건다. 종교적 정화의식을 방불케 하는 그의 조색과정은 가히 괄목할만하다. 그는 튜브의 원색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그림을 그리기 전에 원하는 색에 도달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색을 혼합해가며 공들여 나이프로 물감을 이겨 섞는다. 혼신의 힘을 다해 나이프를 돌리는 그의 모습은 마치 신의 경지에라도 이를 듯 초연하다.

신록의찬가 100F 162.2x130.3cm mixed media 2018
신록의찬가 100F 162.2x130.3cm mixed media 2018

 

이렇게 정성스레 만든 색채의 조각들이 모여지고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며 경이로운 산이 솟고 심해의 풍경이 펼쳐진다. 마치 화음 위에 화음이 쌓이며 교향곡이 심오하게 완성되어 가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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