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Basel Hong Kong 인카운터스Encounters 참가

[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국제갤러리는 올해 ‘인카운터스’를 통해 국내외 현대미술가 양혜규와 다니엘 보이드의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양혜규의 〈우발적 서식지Contingent Spheres偶然之界〉는 페어장 중앙에 전시되며, 다니엘 보이드의 설치 작업 〈Doan〉은 ‘오프-사이트 인카운터스off-site Encounters’의 일환으로 페어장 근처의 대규모 쇼핑단지인 퍼시픽 플레이스Pacific Place에서 관람객들을 맞이할 예정이다. 

양혜규의 〈우발적 서식지〉는 최근 인류가 맞닥뜨린 글로벌 팬데믹, 지역 간 문화적 차이, 기후변화 등의 여파를 둘러싼 작가의 사고로부터 비롯되었다. 지난 몇 년간 전시 관람과 작품 생산에 큰 타격을 주었던 팬데믹은 2020년 10월에 개최된 작가의 두 개인전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중 2020년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캐나다 토론토의 온타리오 미술관Art Gallery of Ontario에서 열린 《창발創發》은 캐나다의 여러 지역에서 진행된 단체전 및 비엔날레를 통해 간헐적으로 소개되어 왔던 작가의 작업 84여 점을 북미 관객들에게 총체적으로 소개하고자 기획된 대규모 서베이전이었다. 같은 시기 마닐라 현대미술디자인박물관MCAD에서 개막했던 《우려의 원추The Cone of Concern》는 작가의 첫 필리핀 개인전이었으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사실상 관람이 가장 어려웠던 전시 중 하나로 남았다. 전시 제목으로 사용된 ‘우려의 원추’는 본래 기상예보에서 태풍이나 열대성 저기압의 경로를 예측하기 위해 고안된 일종의 정보 그래픽 도구로, 자연현상의 관측을 바탕으로 재난에 대응하고, 주변 환경을 주시 및 제어하고자 하는 인간 문명의 의지를 표방한다. 당시 전시를 준비하며 작가는 매년 극심한 태풍 피해에 시달리는 악천후 상황에서 발현되는 사회적 연대감에 주목했다. 마닐라 현지 장인들과 협업해 탄생한 라탄 조각군인 〈엮는 중간 유형〉은 특히 이러한 지역적 특성에 대한 작가의 이해를 반영한 결과물로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기상학적 주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은 작가에게 문화적 차이를 재해석하고 국경을 뛰어넘기 위한 비유로 기능해왔다. 양혜규는 이와 유사한 맥락으로 올해 인카운터스를 위해 〈우발적 서식지〉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작가의 전속 갤러리(국제갤러리(서울), 쿠리만주토(멕시코시티, 뉴욕), 샹탈 크루젤(파리)) 세 곳이 공동 주최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올해 10월로 예정된 런던 헤이워드 갤러리의 서베이전 《윤년Leap Year》을 통해 다시 한번 도약하고자 하는 작가의 신호탄이기도 하다.

제목인 ‘우발적 서식지’는 보통 일정한 절기의 지역적 순환 이면을 암시하며, 각기 다른 세 개의 환경(해저, 육지, 천체 혹은 외계)에 대응하여 일종의 대표성을 띠는 듯 보이는 두가지 조각군으로 구성된다. 먼저 각각 이질적인 형상을 한 쌍의 등신대 라탄 조각 〈엮는 중간 유형 – 이면의 외계 이인조〉로 소화한 듀오가 있고, 천장으로부터 하강 혹은 위로 도약하는 백색 이무기를 연상시키는 대형 조각 〈중간 유형 – 서리 맞은 다산의 오발 이무기〉가 그 위에 위치한다. 이 독립적 개체들은 각각 라탄과 짚풀 공예라는 수공예적인 직조 방식을 공통 제작 언어로 함께 공유하면서 ‘우발적 서식지’라는 하나의 장면을 구성한다. 개별적인 지역의 문화 환경에 기반하면서도 이를 탈피하여 환상적인 서사를 직조하는 조각적 개체들은 하나의 조각군을 이루며 ‘자연문화natureculture’라는 하이브리드적 개념을 형태와 제작 방식에서 구현한다.

양혜규-엮는 중간 유형 – 떠오르는 지상 외계 포자
양혜규-엮는 중간 유형 – 떠오르는 지상 외계 포자
엮는 중간 유형 – 이면의 외계 이인조
엮는 중간 유형 – 이면의 외계 이인조
양혜규-중간 유형 – 서리 맞은 다산의 오발 이무기
양혜규-중간 유형 – 서리 맞은 다산의 오발 이무기
양혜규 작가 프로필 이미지
양혜규 작가 프로필 이미지

 

다니엘 보이드, 〈Doan〉
2024년 3월 21일(목)–4월 7일(일)

다니엘 보이드가 홍콩 퍼시픽 플레이스에서 선보이는 작업은 바닥과 창문 설치, 그리고 대형 신작 영상까지, 총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각의 요소는 불투명성과 공허함을 시각적 언어로 재현시키며 식민주의 시대의 일방적인 관점을 개념적으로 풀어내고 비판한다. 광범위한 무대와도 같은 바닥 설치 작업은 무수한 점들로 뒤덮여 있는데, 거울처럼 반사되면서 우리가 차지하는 공간의 분해된 건축적 요소와 다층적 역사를 반영한다. 작가는 이와 동일한 맥락으로 쇼핑 단지의 유리 창문을 활성화하여 그의 전매특허인 볼록한 점들을 수많은 ‘렌즈’로 작동하도록 한다. 관람객들의 시야를 방해함으로써 어둡고, 난해하고, 불규칙적인 공간들을 스스로 항해하게끔 유도하는 것이다.

한편 작가의 영상작업에는 수많은 점 형태의 빛이 어두운 화면 위에서 춤추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러한 빛의 산발적인 움직임은 광파light wave, 전자기복사electro-magnetic radiation, 암흑 물질dark matter 등을 연상시킨다. 이번 프로젝트가 제시하듯 다양한 형태로 무한히 확장되는 작가의 점들은 제각기 유일무이한 지식, 경험, 또는 관점을 시사하는 렌즈가 되어 과거, 현재, 미래를 바라보는 제한된 문화적 시각을 재고하고 세상을 단일한 구조가 아닌 다수의 서사로 이끌어낸다.

1982년 호주 케언즈에서 태어난 다니엘 보이드는 2005년부터 시드니를 기반으로 작업 및 전시 활동을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오쿠이 엔위저Okwui Enwezor가 기획한 제56회 베니스 비엔날레 《모든 세계의 미래All the World’s Futures》(2015),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Hans Ulrich Obrist와 아사드 라자Asad Raza가 브뤼셀의 보고시안 파운데이션에서 선보인 《몬디알리테Mondialité》(2017) 등 주요 전시에 참여했으며, 지난해 독일 베를린의 그로피우스 바우Gropius Bau 미술관에서 유럽에서의 첫 대규모 개인전을 개최했다. 

2014년에는 불가리 미술상을 수상하였으며 멜버른 건축사무소 에디션 오피스Edition Office와 공동으로 제작한 기념비적 조각 〈For Our Country〉(2019)는 ACT Architecture Awards 2020에서 4개 부문의 상을 수상하며 화제가 됐다. 그의 작품은 캔버라의 호주 내셔널 갤러리, 호바트의 타즈마니아 박물관, 멜버른의 내셔널 빅토리아 갤러리, 시드니의 뉴 사우스 웨일스 아트 갤러리 등 호주 대부분의 주요 기관을 비롯해 런던 자연사 박물관, 파리의 카디스트 콜렉션, 아부다비 구겐하임 미술관 등 세계 유수의 기관에 소장되어 있다. 

다니엘 보이드-Doan
다니엘 보이드-Doan
다니엘 보이드 작가
다니엘 보이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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