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한진섭의 작품을 보면 부여의 정림사 터에 있는 불상이 떠오른다. 이 불상이 제작되었을 당시에는 백제 특유의 소박하면서 우아한 아름다움을 지녔을지 모르지만 현재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이라곤 시간에 의해 마모된 둥글고 단순한 덩어리에 불과하다. 비록 인간에 의해 파손되고 세월의 풍상이 상처 입은 돌을 다시 자연으로 돌려놓기 위해 그 표면을 부드럽게 만들었을지언정 이 불상에는 세련된 기술적 숙련과 고졸하면서 담박한 아름다움이 깃들여 있다. 인공적인 것이 자연으로 돌아가기 위해 수많은 세월이 필요하지만, 자연을 가공하면서 자연스러운 것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한진섭 조각가
한진섭 조각가

 

한진섭이 그동안 표현하였던 인간의 형상은 우리 산하의 도처에 산재하는 마애불처럼 온화하고 자애로운 모습을 하고 있다. 두드러지게 돌출하거나 기술적 세련을 내세우지 않는 이 형상들은 낙천적이면서 긍정적인 한진섭의 성격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대립보다 상생을, 갈등보다 화해를, 긴장보다 조화를 특징으로 하는 그의 작품은 막 작업실에서 태어난 새로운 것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오랜 시간의 더께에 의해 부드럽게 닳아 시각적 부담을 주지 않는 돌처럼 친숙한 형태로 제시된다. 그러나 이 편안함이 그의 조형적 나태의 결과는 분명 아니다. 그는 노동자처럼 우직하게, 장인처럼 집요하게 돌과 생활하고 있다. 그의 하루가 돌을 깎는 일로부터 시작해서 돌과 함께 마무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작업에 투여하는 시간과 노동의 양은 다른 작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이다. 물론 이러한 근면성과 성실함이 작품의 질적 수준을 보장하는 척도는 아니다. 그러나 한방울의 물이 바위를 뚫을 수 있듯 그가 투여한 노동의 시간은 한진섭 특유의 자기양식을 구축하는 밑거름임에 분명하다. 부드럽고 온화한 곡면으로 이루어진 덩어리는 실제로 수많은 질감을 지니고 있으며, 그 표면은 섬세하고 복잡하다. 덩어리와 형태가 한진섭의 작품에서 중요한 부분임에는 분명하지만 표면의 텍스추어를 보지 않는다면 그의 조각작품이 지닌 진면모를 놓칠 수 있다. 때로는 매끈하고 때로는 거친 표면은 돌의 성질을 잘 이해하고 그것을 구현할 수 있는 누적된 경험과 숙련된 기술, 무엇보다 재료의 물성을 살릴 줄 아는 안목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한진섭 조각가
한진섭 조각가

 

그는 차가운 돌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는다. 다소 정서적으로 표현한 말이긴 하지만 그의 인간에게로 향한 신뢰와 존중, 사랑은 작품을 따뜻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서로를 지탱해주고, 서로에게 의지하고 있는 인간의 모습을 통해 공존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는 그의 작품은 증오와 불신, 배반과 공격이 끼어들 수 없는 견고한 인간애의 성채(城砦)를 구축하고 있다. 인간이란 불가해하고 믿을 수 없는 존재란 부정적 시각이 인간의 본질을 밝힐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인간이란 선하고 고귀한 존재란 시각 역시 인간의 본성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이다. 그는 후자에서 인간의 참모습을 보고자 한다. 최태만 (미술평론가)

한진섭 조각가
한진섭 조각가

 

한진섭의 돌조각은 비례와 대칭을 강조하는 서구 조각의 특성과 함께 간결한 형태와 전체적인 조화를 추구하는 한국미술의 전통적 특징이 결합된 조형양식을 보여준다. 그가 다루는 작품의 주제와 표현방식을 들여다보면 한국미의 전형을 발견할 수 있다. 

12지상을 상징하는 쥐, 소, 호랑이, 토끼와 같은 동물 작업들은 하늘과 땅의 우주원리를 방위와 시간에 응용했던 한국의 전통적 세계관을 함축한 것이다. 또한 한 해가 가고 다른 해가 오는 시간의 영속성을 드러내는 방식이다. 한편 재료를 사용함에 있어서는 화강석, 현무암 등을택하는데, 한진섭은 고도의 기교로 물체가 지닌 고유한 물질성을 그대로 살려낸다. 

현재
(사)한국조각가협회 이사장

2006-09 성남조각가협회 회장
2012-13 국제조각페스타 운영위원장
한국구상조각회 운영위원

미술관 및 공공기관 작품소장

국외
프랑스 대통령궁, 파리 (France, Paris)
디녜시청, 프랑스 (France Digne)
툴루즈미술관, 프랑스 (France, Toulouse)
이종문 컬렉션, 샌프란시스코 (USA, San Francisco)
듀크대학교, 미국(Duke University)
칭화대학교, 베이징(Tsinghua University)
창춘세계조소공원, 창춘, 중국
하코네미술관, 하코네, 일본 (Japan, Tokyo)
피에트라산타 시립모형미술관, 피에트라산타,이탈리아(Italia)
카스텔란자 시립박물관,밀라노 이탈리아 (Italia, Castellanza)
환나노시청, 횐나노 이탈리아 (Italia, Fannano)
테울라다시청 사르데냐, 이탈리아 (Italia, Teulada)
베로나스타디움, 베로나, 이탈리아 (Italia, Vero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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