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종로구 청운동에 위치한 류가헌갤러리에서는 2024년 3월 12일(화) ~ 24일(일)까지 김지연 사진전 '99명의 포옹'이 전시될 예정이다.

 

“자신을 꼭 안아보세요”
누군가에게 이런 청을 받는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까?

사진가 김지연에게 이런 청을 받은 99명의 사람들은, 처음에는 뜬금없어 하다가 서서히 스스로를 안아주었다. 한 번도 안아본 적 없는 자기 자신이었다. 어떤 사람은 어색한 나머지 차마 꼭 그러안지 못했지만, ‘나’의 존재를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02 김지연 _ '9명의 포옹' 정은. 2021
#02 김지연 _ '9명의 포옹' 정은. 2021

 

‘나는 누구와 손목을 잡거나 포옹하는 일에 익숙하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은 자주 누군가를 포옹하게 된다. 내 마음을 다 전달할 수 없을 때 때론 몸으로 다가선다. 어느 날은 나 자신을 껴안아 보았다. 안쓰러움과 고마움과 서러움과 사랑하는 마음이 교차하면서 비로소 나를 이해하고 용서할 것 같았다. 그동안 나를 지탱해 주어서 고마웠다고.’

작가가 지인들에게, 또는 처음 만난 사람들에게 ‘자신을 안아보라’고 청한 이유다. 때는 느닷없이 맞닥뜨린 코로나 팬데믹의 긴 터널을 통과하던 시기였다. 만나는 사람들 모두가 저마다의 이유로 힘들고 지쳐 보였다. 

#03 김지연 _ '99명의 포옹' 이봉금. 2023
#03 김지연 _ '99명의 포옹' 이봉금. 2023

 

2002년 <정미소> 개인전을 시작으로 <근대화상회>, <낡은 방>, <삼천원의 식사> <남광주역> <안녕하세요, 광주극장>에 이르기까지, 우리 삶에서 잊히고 사라지는 것들에 주목해 온 사진가 김지연이다. 또 불안과 우울, 잠재의식의 흔적 등 스스로의 내면을 집요하게 탐색해 <놓다, 보다>를, 자신이 태어난 영산강가 탯자리 주변과 강물이 시작되는 근원지부터 서해바다에 이르는 길을 강을 따라 걸으며 강과 사람의 서사를 한데 묶어 <영산강>을 선보이기도 했다. 

세상의 시간과 공간, 사물, 자기의 근원과 내면으로까지 향했던 그 섬세하고 다정한 시선이, 오랫동안 자신이 해 온 사진으로 사람들을 위무하고 싶었던 마음이, <99명의 포옹>을 낳은 것이다. 

#04 김지연 _ '99명의 포옹' 곽승호. 2021
#04 김지연 _ '99명의 포옹' 곽승호. 2021

 

작가는 <99명의 포옹>을 인화지 대신 천에 담음으로써, 스스로를 감싸 안았을 때의 질감과 온도가 시각적으로도 전달되는 방식을 택했다. 숫자가 99인 이유는, 스스로를 안아 줄 한자리를 ‘당신’에게 남겨둠이다. 

전시는 3월 12일부터 2주간 류가헌 전시1관에서 이어지며, 16일 토요일 4시에 작가와의 만남이 열린다. 사진가이자 산문가 또 충실한 아키비스트로서 그동안 해온 모든 사진 작업 시리즈를 책으로도 기록해왔듯이 <99명의 포옹> 역시 작은 책으로 묵었다. 전시장에서 사인본 책을 만날 수 있다. 

99명의 포옹

누구나 삶에는 고통과 슬픔이 있다. 
때로는 삶을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다. 
그래서 너무나 자신을 혹사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나 자신을 잘 알 수 없기에 과소평가하거나 과대평가하게 된다.

나는 누구와 손목을 잡거나 포옹하는 일에 익숙하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은 자주 누군가를 포옹하게 된다. 
내 마음을 다 전달할 수 없을 때 때론 몸으로 다가선다. 
그리고 비로소 어느 날 나를 껴안아 보았다. 
안쓰러움과 고마움과 서러움과 사랑하는 마음이 교차하면서 
비로소 나를 이해하고 용서할 것 같았다. 그동안 나를 지탱해 주어서 고마웠다고.

지인이거나 처음 본 99명의 인물에게 내가 느닷없는 제안을 했다. 
‘자신을 꼭 안아보세요’라고. 
대개는 뜬금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들 각자가 ‘나’의 존재를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여기 숫자가 99명인 것은 100명의 가상 숫자를 정해 놓고, 
나머지 한 명은 ‘당신’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에서이다. 

#05 김지연 _ '99명의 포옹' 조경우. 2021
#05 김지연 _ '99명의 포옹' 조경우. 2021

 

김지연 金池蓮
김지연(金池蓮)은 해방공간인 1948년 광주에서 출생. 늦은 나이에 사진을 시작했다. 70년대에 드라마센터(현 서울예대)에서 연극을 공부하다가 그만두었다. 80년대 말 한국 방송통신대 영어과를 졸업했다. 2002년 ‘정미소’ 개인전을 시작으로 ‘낡은방’ ‘근대화상회’ ‘삼천원의 식사’ ‘자영업자’ ‘영산강’ 등 17회 개인전을 열었고, 2006년 전북 진안에 공동체박물관계남정미소를 열고 근대유산의 문화 재생산의 첫 사례를 만들었으며, 2013년 전주에 서학동사진관 문화공간을 열어 지역문화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전시 기획으로는 계남정미소와 서학동사진관에서 ‘계남마을 사람들’ ‘작촌 조병희 선생을 기리며’ 용담 위로 나는 새‘ ’시어머니 보따리‘ ’도마‘를 비롯해 ’꽃시절‘ ’택배‘ 등 30여회 기획전을 열어왔다. ‘정미소’와 ‘자영업자’를 비롯해‘ 13권의 사진집을 만들었다. 그리고 감자꽃(열화당), 전라선(열화당), 따뜻한 그늘(눈빛), 등 세 권의 사진 산문집을 냈다. 
2020년1월-2022.6월까지 경향신문에 사진과 글<따뜻한 그늘>을 연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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