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인의 미학산책] 정신세계의 미학Ⅱ

   노자의 도덕경에는 이런 말이 있다.
   제자가 노자에게 묻기를,  “스승님 도대체 무엇을 미라고 할 수 있습니까?”
   그러자 노자는 “미는 선(善)해야 미라고 할 수 있다.”라고 했다
   다시 제자가 “그러면 얼마나 선해야 미라고 할 수 있습니까?”라고 묻자,
   노자는 진짜(眞) 선해야 미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명인의 미학산책] 정신세계의 미학Ⅱ
[박명인의 미학산책] 정신세계의 미학Ⅱ

 

진선미는 바로 노자의 도경에 나오는 말이다. 이를테면, 미는 선의 모습이다. 선은 미의 중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행에는 미가 있고 죄악에는 미가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다. 살인의 광경에서도 미는 존재한다. 미가 숨겨져 있을 뿐이다. 어떠한 곳에 나타나는 미일지라도, 미인 것은 선의 모습이다. 그래서 살인자 반성을 할 때는 숨겨져 있던 선이 작용한 것이다.

   이 세계를 미라고 보고 싶은 것은 인류의 의지이다. 본능이다. 미의 세계는 선이 사는 집이다. 인류는 자기의 완성과 함께 아름다워진 자기가 살아야 할 집을 원망(願望)하고 있다. 이것이 미의 본능, 미의 요구이다. 이 의지는 개인적으로도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옮겨져 있다. 이것이 ‘내면의 미’이다. 일반인에게 있어서 이 의지는 매우 낮다. 그러나 매우 강하고 깊은 것이 화가로서의 제1요소이다. 그리고 깊고 강한 화가는 천재라고 할 수 있다. 언젠가 《장편소설 화가의 여자》 출판기념회 때 미술은 화가를 천재로 만든다고 말한 적이 있다.

   ‘미술은 인간을 천재로 다시 탄생시킨다. 그것은 미적 결과를 창출해내기 위해 예지ㆍ사유ㆍ발상ㆍ체험으로 폭넓은 영감을 얻어내기도 하고, 구체적으로 어떤 사물을 발동하여 동기가 되는 원인을 찾아낼 뿐 아니라 예술 형상을 완성함으로써 이를 수행하는 형질이 천재로 만들어지는 조건에 부합되기 때문이다.’

   미술은 인간정신의 근간이다. 태고적부터 무엇인가 표현하고자 하는 의지를 본능적으로 나타냈고, 감성을 발달시킨 것도 미술이다. 특히 미술은 인간표현의 가장 중요한 시작이며 끝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화가는 미를 창출하기 위해 고뇌하는 것이다.

   그러나 범재(凡才)에 있어서는 미라고 말할 수 있는 정도가 못 된다. 그것은 유성이상(類性以上)이 아니고, 발동적 이상도 아니며 다른 물질적 본능 아래, 대부분 일생동안 충동을 의식하지 못하고 끝난다. 그러나 천재는 내면의 미라는 이름으로 보답하게 된다. 그것은 완전한 미이다. 내면의 미는 형은 없어도 살아서 움직인다. 확실히 존재하는 미이다.

   일반적으로 말하면 미란 눈으로 보이는 세계이다. 따라서 형이 없는 곳에 미는 없을지도 모른다. 무형의 물건을 미라고 한다면 기괴한 괴변이 될지도 모른다.

   미라는 무형적인 요구ㆍ본능이 유형적인 자연물과 일치할 때 생기는 주관은 이론상으로는 맞다. 그러나 내면의 본능을 강하게 느끼지 못하는 사람의 차가운 이론이다. 차가운 이론이라는 것은 진리를 말하는 데는 부적당하다. 또한 이론상으로도 틀리게 된다. 내면으로 강한 본능을 느낀 사람은 누구나 그것을 말할 수 없는 하나의 미인 것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무형이지만 감정으로 느껴져 오는 일종의 미인 것이다. 무색의 색이며, 무형의 선이다. 그 생생한 감각, 의식은 내면의 미이다.

   이러한 내면의 미는 표현을 바란다. 빛을 연모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빛나는 것을 바란다. 형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왜일까? 그것은 자연의 의지이다. 이 세계에 여러 가지 물질을 보낸 자연은 최후의 뛰어난 조화로서 인류의 미술로 이 세계를 꾸미기를 바라고 있다. 이것이 인류의 의지가 되었다. 인류는 그 세계의 자연과 협력해서 미화한다. 조형의 본능은 이렇게 해서 내용적으로도 외관적으로도 진화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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