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국제갤러리는 오는 2월 29일부터 3월 3일까지 개최되는 프리즈 로스앤젤레스 2024(이하 프리즈 LA)에 참가한다. 지난해 샌타모니카 공항에 새롭게 둥지를 튼 프리즈 LA에는 총 21개국 95여 개의 갤러리가 주요 섹션인 ‘메인(Main)’과 근 12년 내 설립된 갤러리들을 중심으로 소개하는 ‘포커스(Focus)’ 섹션 등에 참여한다. 이번 행사는 무료 공개 예정인 아트 프로덕션 펀드(Art Production Fund) 기획 하의 특별전 이외에도 로스앤젤레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한국계 이민자 문화 예술 전문가 그룹인 교포(GYOPO)를 포함, 5개의 비영리 단체들과 협업해 도시 내 다양한 공동체들을 예술로써 지지하는 활동을 조명하는 섹션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또한 프리즈 임팩트 어워드(Frieze Impact Award)와 도이치 뱅크 프리즈 로스앤젤레스 필름 어워드(Deutsche Bank Frieze Los Angeles Film Award)의 수상자 역시 동일한 시기에 공개된다.

이번 행사에서 국제갤러리는 한국 미술가들의 주요 작품들을 대거 소개한다. 먼저 한국을 대표하는 단색화 대가 박서보의 〈묘법〉 연작을 세라믹으로 제작한 〈Écriture (描法) No. 230216〉(2023)이 있다. 전문 도예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제작된 해당 작품은 세라믹의 주재료인 ‘흙’을 통해 작가가 자연에서 영감을 얻었음을 보여준다. 마대 뒷면에서 앞면으로 물감을 밀어내는 배압법(背押法)으로 제작된 하종현의 〈Conjunction 22-38〉(2022)도 소개한다. 한국 아방가르드의 시초이자 단색화의 주역으로 활동해 온 하종현은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 이어 현재 로스앤젤레스 해머 미술관에서 개최 중인 순회전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에서 초기 〈도시 계획 백서〉 연작 등을 선보이며 한국 미술사에 뚜렷한 존재감을 각인했다. 

한국 1세대 여성 조각가 김윤신의 작업 〈합이합일 분이분일 2020-207〉(2020)도 미국 현지 컬렉터들을 만난다. ‘서로 다른 둘이 만나 상호작용을 통해 하나가 되며, 그 합이 다시 둘로 나뉘어 각각 또 다른 하나가 된다’는 의미의 작품명처럼 나무에 자신의 정신을 더하고 공간을 나누어 가며 온전한 하나의 예술작품이 되는 작업 철학을 여실히 보여주는 작업이다. 오는 3월 국제갤러리에서의 첫 개인전을 준비 중인 작가는 2024년 베니스비엔날레 제60회 국제미술전 본전시에 초청받아 올 4월부터 11월까지 작업 세계의 정수를 선보인다. 차가운 색감과 화면구성의 대비가 돋보이는 이승조의 파이프 형상의 연작 중 〈핵 73-18〉(1973) 또한 전시된다. 한국에서 기하학적 추상을 선도한 독보적인 존재로 평가받는 이승조는 지난해 마졸레니 런던에서 유럽의 거장 아고스티노 보날루미(Agostino Bonalumi)와의 2인전을 성황리에 마쳤다. 이외에도 500여 년 전 역사 속으로 사라진 조선의 찻사발 ‘이도다완’을 부활시킨 도예가인 길성의 〈달항아리〉(2005)가 출품된다.

전통문화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구본창이 포착한 청화백자 〈EWB 09〉(2019)도 자리한다. 현재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개최 중인 대규모 회고전 《구본창의 항해》에서 한국 현대사진사를 새로 쓴 작가의 작업 세계를 만나볼 수 있다. 한편 2021년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개인전을 선보인 영화감독 박찬욱의 사진 작업 〈Face 183〉(2017)을 통해 그의 사진작가로서의 특별한 면모를 알릴 예정이다. 영화 제작 현장의 안팎에서 촬영한 사진은 그의 영화와는 다르게 우연성과 즉흥성이 특징이다. 이와 함께 작가와 혈연·사회적 관계에 놓인 주변인들의 숨을 불어넣은 풍선을 브론즈(bronze)로 형태화한 개념미술가 김홍석의 조각 작품 〈Untitled (Short People) Amethyst, Orange, Light Turquoise, Cornflower, Wild Strawberry〉(2023)와 뉴질랜드 남섬의 케플러 트랙(Kepler Track) 습지에 자생하는 나무, 덤불, 수풀 등이 다채롭게 어우러진 지역의 생태를 그려낸 이광호의 풍경화 〈Untitled 4819-62〉(2023)도 소개된다. 

이어 ‘MMCA 현대차 시리즈 2023’ 작가로 선정된 정연두의 포토콜라주 및 사운드 작업 〈Here and Elsewhere - Catherine〉(2016)이 전시된다. 현실과 가상이 묘하게 교차하는 초현실주의적 분위기, 시네마틱한 구도, 화면 속 평온한 색감으로 위장한 팽팽한 긴장감이 특징인 정연두의 작업은 리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경기도미술관, 에슬 미술관, 칼더 재단 등 국내외 유수의 기관에 소장되어 있다. 현대미술가 양혜규가 공업적 특성이 눈에 띄는 블라인드를 활용하여 담벼락 정원을 은유하는 설치작 〈두 갈래 천수국 수직 정원〉(2023)도 부스에 설치될 예정이다. 현재 헬싱키 미술관에서 핀란드 첫 개인전 《양혜규: 지속 재연》을 진행 중인 작가는 제3회 타일랜드 비엔날레 《열린 세상(The Open World)》에도 참여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영국의 저명한 현대미술 전문지 아트리뷰(ArtReview)가 미술계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을 가리는 〈2023 파워 100〉에 71위로 선정되었다.

한편 국제갤러리는 2월 1일부터 한국의 현대미술가 김홍석의 개인전 《실패를 목적으로 한 정상적 질서》를 서울점(K2, K3)에서 개최하고 있다. 지난 20여 년간 정치, 문화, 예술 등 다양한 영역에 각인된 서구의 근대성과 이에 대항하는 비서구권의 저항 간 모호한 인식의 질서를 비판해 온 작가가 조각, 회화, 설치 등의 매체를 넘나들며 현대 사회에 팽배한 이분법적 개념을 뒤트는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구본창(b. 1953)
구본창(b. 1953)
길성(b. 1945)
길성(b. 1945)
김윤신(b. 1935)
김윤신(b. 1935)
김홍석(b. 1964)
김홍석(b. 1964)
박서보(1931-2023)
박서보(1931-2023)
박찬욱(b. 1963)
박찬욱(b. 1963)
양혜규(b. 1971)
양혜규(b. 1971)
이광호(b. 1967)
이광호(b. 1967)
이승조(1941-1990)
이승조(1941-1990)
정연두(b. 1969)
정연두(b. 1969)
하종현(b. 1935)
하종현(b.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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