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종로구 청운동에 위치한 갤러리 류가헌에서는 2024년 2월 20일(화) ~ 3월 10일(일)까지 최광호 빈티지 사진전 '한 컷 반'이 전시된다.

최광호 빈티지 사진전 '한 컷 반'
최광호 빈티지 사진전 '한 컷 반'

 

1986년 일본 유학 중이던 서른 살의 최광호가 실험적 형식을 시도한 <한 컷 반>과 1978년 스무 살 무렵의 자의식이 반영된 <빛에 대한 반항> 두 사진 시리즈다. 국내에서 처음 선보여지는 이 빈티지 사진들은, 늘 새로운 전위작업으로 우리나라 사진계에서 데뚝한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작가의 시원을 볼 수 있는 작업들이다. 

최광호 빈티지 사진전 '한 컷 반'
최광호 빈티지 사진전 '한 컷 반'

 

한 장의 사진 안에, 완전한 한 컷과 잘린 반 컷이 함께다. 한 컷 안에 묶인 개를 바라보는 시선 속으로, 반 컷에 활짝 핀 수국꽃이 틈입한다. 한 컷 안에 찢긴 그물의 구멍과 반 컷 속 산과 하늘 사이의 허공이 등가로 나란하다. 겨우 반 컷이 더해졌을 뿐인데, 한 컷이 지니고 있던 정의 가능한 맥락이 예측 불허로 뒤바뀐다. 한 컷과 반 컷, 완전과 불완전, 연결과 대비로, 한 장의 사진이 품은 내연이 사진 프레임 밖으로까지 확장되는 것이다. 

최광호 빈티지 사진전 '한 컷 반'
최광호 빈티지 사진전 '한 컷 반'

 

<한 컷 반>을 처음 시도한 것은 일본 열도의 작은 섬 ‘카미시마(神島)’에서였다. 당시 오사카 예술대학교 사진과에 재학 중이었고 이듬해 동대학원에서 다큐멘터리사진 전공을 앞두고 있었지만, 사진적 호기심이 가득했던 그는 기존의 표현 방식 너머가 궁금했다. ‘신이 사는 섬’이라 불리는 섬 구석구석을 다니며 풍경과 인물, 사물 한 컷을 찍고 그것을 기억했다가 연결되는 다른 이미지를 찍어 ‘한 컷 반’으로 인화했다. 어두운 암실에서 서로 다른 장면들이 한 컷과 반 컷으로 분리된 채 연결되자, 단조로운 실재의 재현이 다층적인 의미와 해석으로 변주되어 떠올랐다. 

최광호 빈티지 사진전 '한 컷 반'
최광호 빈티지 사진전 '한 컷 반'

 

“사진을 넘어 뭔가 다른 세계로 간다는 느낌을 그때 받았다.” 

일본 유학을 마치고 곧바로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대학교 대학원에서 순수예술을 공부하고 돌아온 이후 지금까지 개인전 50회 국내외 기획전과 단체전을 포함하면 총 160여 회의 전무후무한 기록으로 ‘사진과 삶이 하나인 사진가’ ‘한국 사진계에서 누구보다 의욕적으로 작업하는 작가’라는 평을 듣는 최광호다. 

자신의 몸을 감광 오브제로 사용한 ‘포토그램’, 빛의 파장과 발색제를 이용한 ‘포토케미컬페인팅’, 젤라틴실버프린트의 은을 녹슬게 하여 금속성을 부여한 ‘최광호타입프린트’, 필름을 오리거나 인화물에 구멍을 뚫어 사진의 경계를 허문 작업에 이르기까지 작가가 보여준 숱한 실험과 미학적 탐구의 처음에 <한 컷 반>이 있었던 것이다. 

최광호 빈티지 사진전 '한 컷 반'
최광호 빈티지 사진전 '한 컷 반'

 

‘광(光)은 하나님만 주는 것이 아니고 나도 빛을 준다.’

최광호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사진을 시작해 갓 스무 살을 넘긴 1977년에 <심상일기>로 첫 개인전을 열었다. 위의 문장은 그런 그가 1978년에 8*10 크기의 종이에 큼지막한 글씨로 쓴 메모다. 사진과 삶이 하나로 밀착되기 시작한 무렵 이 청년 사진가의 자의식이 어떠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메모를 시작으로, 먼저 태양을 다중촬영하여 한 장의 사진 안에 여러 개 태양을 창조한 청년 광호는 한 손에 자신만의 빛(스트로보 조명)을 들고 역광으로 인해 보이지 않는 인물과 사물, 풍경들에 정면으로 빛을 투척함으로써 대상들을 드러냈다. 태양을 등진 노인은 ‘최광호의 빛’에 의해 태양보다 밝게 빛나고, 어둠에 묻힌 사물들은 오직 최광호가 빛을 비추었을 때만이 제 존재를 드러낸다. 이후세대 사진가들에게 즐겨 사용되는 이 기법을, 반세기 전에 시도해 한 시리즈를 만들고 손수 제목을 붙인 것이 <빛에 대한 반항>이다. ‘빛에 대한 반항’의 연장선에서 어두운 밤에도 자신의 빛으로 창경원(창경궁)에서 벚꽃놀이를 즐기는 사람들과 풍경을 밝히고, 그것을 또 하나의 사진 시리즈 <창경원 밤벚꽃놀이> 속에 안착시켰다. 아직 발표된 바 없으니, 1983년 폐지된 ‘창경원 밤벚꽃놀이’가 사진가의 시리즈 작업으로 남겨진 유일한 경우라 추정된다. 

최광호 빈티지 사진전 '한 컷 반'
최광호 빈티지 사진전 '한 컷 반'

 

지난 2020년 <뉴욕 1988~1994>에 이은 류가헌의 두 번째 최광호 빈티지 사진전. 용케도 반세기를 건너온 1978년의 빈티지 <빛에 대한 반항>이 전시1관에서 선별 전시되고, 1986년 일본 니콘살롱에서 전시되었던 30점 중 26점의 빈티지 <한 컷 반>이 전시2관에서 선보여진다. 

최광호의 사진책을 중심으로 그의 작업 세계를 톺아보는 ‘작가와의 만남’이 2월 23일 금요일 오후 4시에 열린다. 

최광호  Choi kwang ho 

1992     미국 뉴욕대학교 대학원 순수예술 전공 졸업
1989     일본 오사카 예술대학교 대학원 다큐멘터리사진 전공 졸업
1987     일본 오사카 예술대학교 사진과 졸업
1976     신구대 사진인쇄과 졸업

최광호는 51회 개인전, 단체전 다수, 제2회 최민식 사진상 외 다수의 큰 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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