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해作 길

                                                         

-길-

 

첫눈은 아직 오지않고

비만 내린다

춤추듯 잎이 떨어지고

태양의 주위를 도는 지구별

나도 네 주위를 맴돌았다

내 눈물로 난 길은 적도(赤道)

그 사이 계절은 스물네절기로 나뉘어

젊은 날 나이 숫자같이 빛났다

과거형 언어보다

현재 화법구사를 좋아했던

나는 견고한 성(城)이고 싶었을까

연인을 쫒아가는

저 렌슬렛 기사를 사랑한 여인 샬롯

갈대 엮은 배는 그녀와 함께 부서졌지만

나는 훼손되지않는 데드마스크

어쩔 수 없는 너는

멸(滅)하지 않는 내 아득한 풍경

우리 서로 포개져 누워

성벽을 에워싸는 들풀로

아예 길도 없어지고 잊혀졌으면

 

세고비아 알카사르성 2016

                                                                                                                                                 

길, 길들은 어디로 이어져 가는가?
좁고 견고한 회색빛 성벽아래를 서둘러 걷는다.
알폰소 8세의 호위대와 이사벨여왕의 화려한 마차가 달려갔던 길......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90km 거리에 있는 버스로 달려온 세고비아, 대성당을 지나 알카사르궁전 가는 길은 중세의 성채를 지나간다.

옛 카스티야 지방, 작은 도시를 감아 흐르는 강과 황량한 벌판의 자리 디즈니 백설공주의 모티프가 된 알카사르궁전은 그렇게 서 있었다.

방들은 박물관으로 꾸며져 있는데 세고비아는 BC700년경 이베리아인의 거주지였고로마에 복속되며 1079년 다시 알폰소 6세에 의해 탈환된다.

기독교 이슬람 건축양식이 혼재되어있는 성은 아름다웠다.

그가 축조한 백설공주의 성, 한때 감옥이었고 요새였던 곳 황금장식의 내부는 기마병과 기사의 방도 전시되어 있는데 백설공주를 구한 말을 탄 왕자의 모습이 幻처럼 다가온다.

몇 송이 붉은장미가 남아있는 정원에 사과나무가 있었던가?

간악한 계모왕비의 계략으로 독사과 한 입 베어 물고 쓰러진 공주를 구한 왕자 그리고 충직한 일곱 난쟁이 안데르센의 동화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세 여신의 아름다움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싸움 그리스 로마신화 파리스의 황금사과가 떠오르는데 선택한 결과로 펼쳐지는 희비극 또한 삶이었고 전쟁이었다.

모든 것이 그랬다 가질 수 없는, 이루어질 수 없는 저 난공불락(難攻不落)의 사랑 같은 것, 계모 왕비는 형벌로 불타는 구두를 신고 끝나지 않는 길을 아직도 달려가고 있는가 나는 무엇에 이끌리어 이곳까지 왔을까?

나의 길도 언젠가는 잊히듯 끝나겠지!

 

시인화가박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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