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꿈꽃팩토리 12기 사진전이 종로구 청운동 류가헌 갤러리에서 2024년 1월 23일~28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김미자 박종권 유일한 유제호 이강호 이정순 장천익 조효선 최경덕 최원석 최윤민 최장욱 최현주 피성호 등 14명의 사진작가가  참가한다.               

‘살아내는 일’의 힘겨움을 우리는 안다. 
많은 세월을 지나 보내고, 사진을 통해 나를 다시 찾아가는 오늘의 길목에서 그동안 등한시했던 낯선 자신과 만나게 된다. 우리가 내버려 둔 어떤 현실의 부조리함과 과잉에 정면으로 카메라 포커스를 맞추기 위해서는, 과거의 자신에 대해 의문을 가져야 한다. 시대의 현상에 공명해야 한다. 재능을 넘어서, 날것 그대로의 자기 자신을 무기로, 아무런 보호 장치도 없이 시대의 정수리를 지나거나 마주치는 사람들의 마음을 두드려야 하는 체험적 인문은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두려움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두려움의 과정을, 작가들은 4개의 개념으로 작업을 나누어 통과했다. 
첫 번째로 이주와 정착 과정의 불안과 조화에 주목한 유제호, 장천익, 최윤민, 최현주, 피성호의 작업이다. 
두 번째는 개발과 욕망이 뫼비우스 띠처럼 끝없이 이어지는 땅을 그린 박종권, 조효선, 최원석의 작업이다.
세 번째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피어나는 슬프지만 아름다운 존재가치를 논하는 유일한, 이강호, 최경덕의 작업이다.
네 번째는 현실의 익숙함을 비틀어 낯선 시선으로 보여주는 김미자, 이정순, 최장욱의 작업이다.

넘치게 생산되고 쉽게 소비되는 이미지의 포화 속에서, 사진을 통해 신중히 자신과 시대를 되돌아보고 진실의 문턱에 다가가고자 하는 이들의 발걸음이 아름답다. 두려움의 실체를 알고도 현실과 사람 사이로 걸어 들어가는 불안한 뒷모습이 아름답다. 그들은 누구의 지시 때문이 아니라 오롯이 자신의 의지로 열망하는 것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이제 넘치지 않는 그릇에 담아 펼쳐 보인다. 

세상의 진실함은 모두 아름답다.

2024. 1    성 남 훈

꿈꽃팩토리 12기 사진전 '어떤 위로'-김미자
꿈꽃팩토리 12기 사진전 '어떤 위로'-김미자

김미자
달콤 씁쓸한 아파트
나는 아파트에 산다. 단독주택보다는 아파트가 더 많은 도시에서 꼭 단독주택이어야 한다는 특별한 이유가 없는 나로서는 아파트가 쉬운 선택지였다.
편리함과 안전함, 쾌적한 환경 등의 이유로 아파트에서 아파트로 전전하며 살았으나 예나 지금이나 경비원이 서 있는 입구와 높이 솟은 각 동의 건물은 위압감을 느끼게 한다.
경제발전과 기술의 발달로 아파트는 호화롭게 변하기 시작했으며 안전과 입주민보호라는 명목으로 출입문을 닫아걸고 외부인 출입금지라는 안내문을 버젓이 내놓기도 한다.
입주민의 쾌적한 주거환경을 위해 값비싼 조경과 인공구조물을 조성하고 편의시설을 구비하고 이들이 또 아파트 가격에 영향을 미치곤 한다. 하지만 이런 잘 만들어진 아파트의 정원에서 내 집 앞마당 같은 정겨움은 기대하기 어렵다. 내 손으로 가꾸고 꾸밀 수 없기에 그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 내 나름의 판타지를 넣기 시작했다.
아파트 건물 사이로 보이는 뿌연 하늘과 안락과 평온을 위해 흉내 낸 자연의 모습을 더 많은 것을 가지기를 바라는 도시인의 욕망으로 채색하고, 그 안에서 갈등을 안고 살아가는 도시인의 모습을 AI에게 알려줘 그리게 했다.
지금 우리 삶의 모습이 이 시대상을 나타내는 의미 있는 것이라 생각하기에 그 모습을 담아가는 사진작업이 즐겁다.

꿈꽃팩토리 12기 사진전 '어떤 위로'-박종곤
꿈꽃팩토리 12기 사진전 '어떤 위로'-박종곤

박종권 
섬의 섬
경기도 화성시 송산면에 위치한 섬으로 바닷물의 밀물정도를 기준 삼는 저울대 같은 섬이라 하여 형도라 불렸다. 본래는 무인도였다가 한국 전쟁 때 피난민들이 유입되면서 70여 가구의 실향민 마을로 형성되었으나, 현재는 정부의 성산 그린시티에 따른 인근지역 이주로 몇 가구만이 남아 섬을 지키고 있다.
섬의 중앙에는 신성시되는 계명산 봉우리가 있었으나 시화 방조제 건설 당시 이 산을 헐어 매립에 사용하면서 없어졌고 섬 주변의 갯벌과 어장도 사라져 섬사람들은 삶의 터전이 황폐화 된 환경에 놓여 있다. 
산업화로 소멸되어 가는 일상의 일터에서 우수에 젖어 있는 사람들의 모습, 특히 주민들이 떠난 뒤 짙은 공허와 애수의 그림자 속에 널브러진 집안의 가재도구와 함께 홀로 남아 섬을 지키고 있는 버려진 고양이, 강아지 등을 기호적, 미학적으로 표현하였고 이를 통해 과거 섬사람들의 순박했던 삶의 모습과 정황을 투사해 봄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존재와 부재의 관계 속에 삶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도록 하였다.
여기서 본 작품의 부제인 메멘토모리(Mementomori)는 죽음을 지시한다기보다는 인간과 사물의 존재론적 사멸, 즉 현존에서 소멸되어 멀어져가는 부재성에 대한 이야기로 소멸과 부재를 비가시적으로 드러나게 하는 현상적 사유작용이라는 관점에서의 표현이다.

꿈꽃팩토리 12기 사진전 '어떤 위로'-유일한
꿈꽃팩토리 12기 사진전 '어떤 위로'-유일한

유일한
Remnant, 2023
모든 인간과 사물은 생겨나서 존재하다가 사라진다. 탄생 - 삶 - 죽음의 흐름 앞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다. 삶과 죽음은 자연의 이치이며 우리는 삶을 사는 동시에 죽음을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다가올 죽음을 두려워하고 늦추고 회피한다. 죽음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인생이 죽음으로 매일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것이라면 차라리 잘 준비하여 맞이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철학자 키케로는 ‘지혜로운 사람은 삶 전체가 죽음에 대한 준비’ 라고 말했다. 죽음이 갑자기 다가오더라도 놀라지 않도록 준비하고 공부할 필요가 있다.
나는 올해 두 번의 죽음을 아주 가까이에서 지켜보았다. 외아들로서 어머니의 죽음을 초여름에 목도했고, 큰 사위로서 장인의 장례를 11월에 치렀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갑작스럽게 이별하면서 죽음이 전보다 훨씬 가깝게 느껴졌고 죽음에 대해 더 깊이 사유하게 됐다.
나 역시 한 세대 안에 죽을 것이고 그때는 자녀들이 지금의 내 자리에서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Remnant 시리즈는 장인의 죽음 이후 남겨진 것들에 관한 사진기록이다.
삶에서 무엇을 남기기 위해 굳이 애쓸 필요는 없다. 누군가에 대한 사후의 평가도 이미 죽은 사람은 들을 수 없으니 살았을 때 신경 쓸 이유가 없다. 지금은 남겨진 것으로 여겨지는 것조차 시간이 흐르면 결국은 사라진다.
  

꿈꽃팩토리 12기 사진전 '어떤 위로'-유제호
꿈꽃팩토리 12기 사진전 '어떤 위로'-유제호

유제호
K Dream
이제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인구 100명 중 4.5명은 외국인이다. 이들 중 대부분은 취업이 목적이고 또 대부분은 제조업이 몰려있는 경기도에 집중한다.
김포에 거주하며 외국인노동자들과 마주하는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들의 삶이 궁금해졌다. 국적 포기자가 날로 늘어나는 차가운 한국 땅에는 왜, 무엇을 이루고자 왔는가.
무집은 방글라데시에서 경찰 공무원이었다. 평균보다 높은 임금과 안정적인 직장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들어온 지 8년째다. 그동안 한국에서 번 돈으로 고국에 집을 지었고 동생이 운영하는 공장도 만들어 대가족이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했다. 하지만 두 아들들이 걷고 말을 배우는 동안 곁에 있어 주지 못한 점은 항상 마음의 짐이다. 캄보디아에서 남편과 함께 취업비자를 받고 온 리티아는 네 살배기 아들이 캄보디아에서 시어머니와 자라고 있다. 영상통화로 아들 얼굴을 볼 수 있지만 만질 수는 없다. 부부가 목표한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최소 2,3년을 한국에서 떠날 수 없다.
이제는 우리나라 제조업 현장직에서 50대 아래 한국인을 찾기란 쉽지 않은 현실에서 외국인노동자의 증가는 당연한 현상이다. 사회적 분위기나 정부의 정책 또한 이러한 흐름을 타고 있다. 지금까지는 이에 따라 나타나는 사회적 문제에만 대중적 관심이 맞춰져 있었다면 이제는 그들의 삶과 배경을 궁금해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꿈꽃팩토리 12기 사진전 '어떤 위로'-이강호
꿈꽃팩토리 12기 사진전 '어떤 위로'-이강호

이강호
다시 학교
마포구 염리동 45. 주택가와 아파트 둘러싸인 그곳에 일성 여자 중고등학교가 있다. 1952년 야학으로 시작하여 올해 개교7 2년의 만학도 학교이다.
가정형편으로 혹은 장녀로서 저마다의 사연으로 가지 못한 배움의 길에 대한 열망으로 다시 학교를 찾은 중장년의 여성들. 나이도 살아온 길도 저마다 다르고 누군가에게는 엄마, 할머니, 아내, 딸이지만 이곳에서는 모두 다 똑같은 학생이 된다.
교실에는 돋보기 너머로 칠판을 바라보는 학생들의 진지한 눈빛이 빛난다. 주름진 손이 한 글자, 한 글자 자판을 누르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려 퍼진다. 책상에 펼쳐진 책에는 빼곡히 밑줄이 그어져 있다. 점심시간이 되면 저마다 싸온 밥과 반찬을 서로 나누고, 다 같이 모여 얼마 뒤 있을 영어 말하기 대회 연극을 연습한다.
이것은 단순한 공부를 넘어 잃어버린 시간을 찾고 삶의 새로운 장을 여는 과정이다. ‘하면된다’ 복도에 걸린 액자에는 이들의 도전에, 나 그리 고 우리를 위해 응원하고 있었다.

꿈꽃팩토리 12기 사진전 '어떤 위로'-이정순
꿈꽃팩토리 12기 사진전 '어떤 위로'-이정순

이정순
Outsider
비닐하우스에는 농부가 키우는 귀한 작물만 자라는 게 아니다. 누구하나 관심을 주는 이도 없고 씨를 뿌린 것도 아닌데, 구석에서 이름 모를 생명들이 꾸역꾸역 자란다.행여 발길에 거슬려 제거될까 싶어 가장자리 비닐 면에 바짝 붙어 산다. 때론 처절하게 때론 당당하게... 때가 되어 거둬들이는 작물들과 또 다르게, 그렇게 멋대로 자라서 혼자 시들어가고, 계절과 싸우며 마지막까지 붙어 있다가 얼음 속에 갇혀버리기도 하며, 앙상한 잎맥만 남은 잔해가 그림자처럼 빛바랜 채 붙어있기도 한다. 나도 여기 존재했었다고 눈을 흘기면 벌써 멈춰버린 비닐 틈의 곤충들이 따순 웃음을 짓고, “그래~” 하며 느릿느릿 달팽이가 맞장구치며 토닥이는 하우스엔, 어느새 뚫린 구멍 사이로 허허롭게 바람이 드나든다.

꿈꽃팩토리 12기 사진전 '어떤 위로'-장천익
꿈꽃팩토리 12기 사진전 '어떤 위로'-장천익

장천익
내어준 너른 가을
1942년 일본군대의 비행장건설과 1952년 미군기지가 주둔하면서 대추리 주민들은 고향 땅에서 두 번의 강제이주를 당하고 야산과 갯벌을 일궈 마을을 만들고 살았으나, 2004년 미국의 동북아정책 변화에 따른 기지 확장 요구에 따라 집행하는 경찰과 군인에 맞서 4년간 치열하게 투쟁을 벌였지만 끝내 고향을 내어주어야 했다.
대추리라는 이름마저 사라지고 만 그곳에는 전 세계 최대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가 버티고 서 있다.
어언 20여 년이 지난 지금의 안정리 부대 앞 풍경은 많이 달라져 있다. 치열하게 저항하던 원주민들의 애절함과 아픔을 딛고 태극기와 성조기가 나란히 걸려 휘날리고 있으며, 골목골목 그들이 필요한 상점들이 즐비하다. 각종 어울림 문화행사가 주말이면 축제처럼 부대 앞 주 도로에서 열리고, 우리와는 다른 외모와 체격과 언어와 문화를 지닌 그네들이 그들의 연인이나 가족과 나와서 한껏 주말을 즐긴다.

꿈꽃팩토리 12기 사진전 '어떤 위로'-조효선
꿈꽃팩토리 12기 사진전 '어떤 위로'-조효선

조효선
위로의 조각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에는 각자 나름대로의 방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난 삶의 지루함을 많이 느끼는 편이고 그 기간의 순환도 빨리 찾아온다. 그때는 그냥 내 자금과 날짜가 감당할 수 있는 곳이면 다녀온 곳도 상관하지 않고 나선다. 역마살이 많은 탓이리라 생각하면서 시작된 여행이 누군가는 마음이 설레일 때 여정에 오르라고 말했지만 인생의 황혼에서 이제는 걸음을 걸을 수 있을 때 다니자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그렇게 일주일쯤 지나면 집이 그립고 돌아갈 곳이 있음의 감사함이 내 가슴에 차오른다. 
늘 뭔가 손에 잡히지 않는 갈증을 여행으로 조금 해소하고 일상으로 돌아오면 말없이 이것저것 챙겨서 보내준 나의 옆지기에게도 마음이 따뜻해져 있는 내가 된다.
여기 모아 본 사진들은 그렇게 떠나서 얻어 온 위로의 조각들이다. 지금 내 사진 앞에 서 있는 누군가도 삶의 지루함을 여행으로 메꾸고 온 나의 흔적들에서 여행이 주는 작은 기쁨과 낯선 풍경들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얼마의 시간이 내게 허락되어 있는지는 몰라도 나는 계속 그렇게 어딘가로 떠날 것이며 어느 길에 선가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만나기를 기대해 볼 것이다.

꿈꽃팩토리 12기 사진전 '어떤 위로'-최경덕
꿈꽃팩토리 12기 사진전 '어떤 위로'-최경덕

최경덕
은빛정원
예쁘지만 낯선 건물에 매료되어 나의 작업은 시작되었다. 
파란 꿈을 안은 듯한 건물외벽엔
기다림만큼이나 긴 목의 기린이 나를 부르고,
정겹게 그려진 유치원생들을 위한 그림들이 가득한 건물 안엔 
어르신들이 머물고 계셨다.
엄마 손을 잡고 등교했던 유치원이 
자식 손을 잡고 등교하는 노치원으로 
시간과 함께 변한 이곳은
나의 어린 시절과 노후를 모두 비추는 은빛 정원이다. 
어린이와 어른 그리고 노인이란 이름으로,
시간은 짧게 때로는 긴 호흡을 하며 흐르고 있다. 
그리고 난 계속된 은빛 정원을 거닐고 있다.

꿈꽃팩토리 12기 사진전 '어떤 위로'-최원석
꿈꽃팩토리 12기 사진전 '어떤 위로'-최원석

최원석
기억의 서
평택주공 1단지 2단지 3단지 하면 아! 거기 하던 그곳. 초등학교 동창이 호프집을 하던 그곳.
3단지 호프집으로 ‘모여’ 하면 만남이 있었던 그곳. 재개발 현수막이 걸리고 하나하나 빈집이 늘어나더니 어느새 적막만이 감도는 곳으로 변하네요.
차량들이 주차되어 있던 곳에는 고양이와 새들만이 자리 잡았네요. 이제는 주위에 성벽이 쌓이고 아무도 출입을 못하게 하더니 부서진 잔해만이 보이네요.
80년대 평택역까지 500미터 이상을 줄까지 서면서 분양을 받았던 그곳.
이제는 적막만이 감돕니다.

꿈꽃팩토리 12기 사진전 '어떤 위로'-최윤민
꿈꽃팩토리 12기 사진전 '어떤 위로'-최윤민

최윤민
경계 위, 자라지 않는 아이들
개에 관한 기억은 크게 몇 가지가 있다. 케이지 너머 있던 포메라니안, 마당에 묶인 채 짖어대다가 물린 개 한 마리. 그리고 스무살 너머 잠깐 키웠던 새하얀 개 한 마리다.
바닥에서 꼬물거리던 그 녀석은 첫날부터 낑낑거렸고, 지인이 마련해둔 스티로폼을 외면한 채 옆에 와서 잤다. 다음 날 내 이불이 그 녀석의 소변으로 젖었다. 갑작스러운 만남은 낯설었다. 행동들은 이해할 수 없었고 때로 화도 났다.
시간이 지나서 보면 그 녀석 나름대로 아마 최선을 다했을 거다. 외려 개라는 동물이 원하고 자라온 습성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던 나는 그닥 좋은 주인, 반려인도 아니었다. 저들이 살고 싶은 대로가 아닌, 인간이 만든 틀과 규칙 사이에 끼었다 튕겨 나가기를 반복한다. 번식장에서 태어나 쇼윈도에서 전시되고, 운 좋게 행복한 가정에서 견생을 살면 다행이지만, 살짝 벗어나면 길거리를 떠돌다 번식장과 유기견센터로 향한다. 
트라우마를 가지고 문제가 생기면 다시 파양되고 언제까지 살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탄생부터 죽음까지 예쁜 집과 길거리, 삶과 죽음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살아가는, 영원히 자라지 않는 아이들의 눈을 바라보며 이들의 삶이 궁금해졌다.

꿈꽃팩토리 12기 사진전 '어떤 위로'-최장욱
꿈꽃팩토리 12기 사진전 '어떤 위로'-최장욱

최장욱
평택의 색
노을의 고장 평택이 농업중심 도시에서 반도체와 평택항 개항으로 대규모 물류의 중심 첨단도시로 변하고 있다. 아름다운 농어촌 풍경도 도시화의 바람으로 점점 줄어들고 있으나, 사람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건강한 도시와 농촌으로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평택의 무늬로 색을 지어본다.
평택항에서 평택강으로, 소풍정원, 너른 들판, 아름다운 평택이 만들고 있는 형상을 묶고 쪼개고 붙이고… 
평택이 모이고 퍼지며 내는 소리들이 색깔 가득히 촘촘이 들어서서 웃고 있다. 붉은 노을의 고장 평택.

꿈꽃팩토리 12기 사진전 '어떤 위로'-최현주
꿈꽃팩토리 12기 사진전 '어떤 위로'-최현주

최현주
삼태기에 담긴 조화
삼태기 마을은 ‘서울시 성북구 상월곡동’에 위치한다. 천장산 위에서 내려다 본 상월곡동 마을 모습이 삼태기 모양을 닮아서 ‘삼태기 마을’이라고도 불린다.
마을 골목 안 풍경에서는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따스한 시선들을 만날 수가 있다. 따뜻한 봄날, 골목길 모퉁이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내주시는 김향자 할머니의 손길은 바쁘기만 한 일상에서 쉼표를 찍고 갈 수 있는 고마운 시간이다. 하루 반나절이 지나갈 무렵이면, 어르신들은 약속이나 한 듯 안주거리를 들고 골목 안으로 모이신다. 막걸리 한 잔과 함께 나누는 이야기꽃은 자식들의 자랑거리가 되기도 하고, 속상했던 일들을 털어내며 위안을 받는 시간이기도 한다.
마을에는 어르신들만의 삶이 있는 것은 아니다. 젊은 예술가들은 삼삼오오 삼태기마을로 모여들고 있다. 이들은 마을과 협력해 도서관에 극장을 만들고, ‘삼태기 마을 축제’를 열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사라져가는 마을의 전통을 되살려 ‘천장산 산신제’를 예술작품으로 재탄생시키기도 한다.
이들이 마을에 갖는 관심과 애정은 삼태기 마을에 젊은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도심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이웃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젊은 예술인들의 마음에 녹아들어 예술 행위의 한 장면으로 남는다.

꿈꽃팩토리 12기 사진전 '어떤 위로'-피성호
꿈꽃팩토리 12기 사진전 '어떤 위로'-피성호

피성호
복구불가
복구된 사진을 보니 2009. 2. 12. 나머지는 데이터 인식불가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100여점은 데이터가 복구되었다. 카메라는 송탄과 소통하고 싶어 2009년부터 한 SOLO 작업이다. 한국과 미국 문화를 동시에 품고 있는 독특하고 특이한 송탄 문화에 카메라는 피사체에게 계속 질문한다.
“송탄 너는 어느 나라?”
송탄 출장소 경고문에는 한글, 영어, 중국어가 동시에 쓰여 있다. 이런 지역은 한국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지역이다. 타 지역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4 개의 성당과 4개의 고등학교가 있고 무속인이 많은 지역이다. 미군들에게는 맞춤 양복과 군복이 유명하고 보들보들한 호랑이 모양 담요 등이 본국에 보내진다. 먹거리로 송탄 부대찌개, 미스 리 햄버거, 붕어빵, 양식음식 등이 많은 곳이다.
주말이면 외출 나온 미군들이 송탄관광특구를 거닐고 송탄역은 내외국인을 조용히 맞이한다.이런 송탄이 재개발과 재건축으로 옛날 모습이 소리 없이 사라지고 있다. 이런 송탄의 독특한 문화를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나만의 송탄 사진이 타자에게 좋은 자료로 활용되기를 기대하면서 송탄을 걷는다.
‘여기가 어디야?’ 하면서 소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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