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가 얼마나 큰 것인가를 가르쳐주는 것은 거대한 고독뿐이다.”- Albert Camus
우주를 집어삼키는 나 '추은영 Black Hole Cygnus X-1'에 부쳐 -
“우주가 얼마나 큰 것인가를 가르쳐주는 것은 거대한 고독뿐이다.”- Albert Camus
[이재걸 미술평론]
백조자리 X-1
1964년에 발견된 ‘백조자리 X-1(Cygnus X-1)’은 지구에서 관측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X선 천체 중 하나이다. 거리가 약 7,200광년으로 지구와 가장 가까운 블랙홀이기도 하며, 스티븐 호킹과 영화 《인터스텔라》의 과학 자문을 맡기도 했던 킵 손(Kip Stephen Thorne)이 1974년에 이것의 정체를 두고 내기를 걸면서 유명해지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 1990년에 백조자리 X-1이 블랙홀이 아닐 수도 있다고 주장했던 호킹이 내기에 졌음을 인정하면서, 이 블랙홀은 인류가 발견한 최초의 블랙홀로 공식적으로 등극하게 되었다. 사실 호킹도 이것이 블랙홀이라고 생각했으나 내기에 지더라도 자신의 블랙홀 이론이 옳았다는 성공의 의미를 얻을 수 있었기에 그 결과가 무엇이든 상관없었다. 결국, 호킹은 내기 상품이었던 성인 잡지 1년 구독권을 손에게 보내게 되었다. 두 명의 위대한 이론물리학자들의 유머러스한 내기와 함께 신비와 경이(驚異)의 대상이었던 블랙홀은 그렇게 우리의 현실이 되었다.
익히 알려진바, 블랙홀은 중력이 너무나도 강해서 탈출속도가 광속을 초과하는, 그래서 빛조차도 그곳의 바깥으로 벗어나지 못하는 괴물 같은 천체이다. 그런데 블랙홀이 모든 물질을 삼키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블랙홀은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 안, 즉 무한한 어둠 속으로 물질을 빨아들이는데, 블랙홀의 중력에 끌리기 직전에 빠져나가는 물질은 에너지를 강력하게 뿜어내는 제트(jet)의 형태로 우주 저 멀리 날아간다. 블랙홀 주변의 물질 유입과 방출 기작(機作)이 무엇인지, 어떻게 은하보다 더 큰 크기의 제트가 발생할 수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분명한 점은 블랙홀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숨 쉰다는 것이다.
블랙홀과 나(我)
자신만의 독창적인 조형 언어를 통해 억눌린 실존의 요구와 구원(救援)의 메시지를 작품에 담아 온 작가 추은영이 이러한 블랙홀의 매력에 빠져든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작가에게 블랙홀은 여전히 우리 지성(知性)의 어두운 공백 중 하나이지만, 호기심을 끝없이 자극하는 미지의 대상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실험적인 재료와 방식으로 제작된 소용돌이 모양의 설치 작품과 혼돈과 질서의 성장을 동시에 보여주는 3D 영상 이미지들이 주를 이룬다. 제목도 <Black Hole Cygnus X-1>을 필두로, <Accretion Disk>(강착 원반), <Event Horizon>(사건의 지평선), <Relativistic Jets>(상대론적 제트) 등과 같이 예사롭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