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해作 로빈새의 정원
박정해作 로빈새의 정원

                                                                       

-로빈새의 정원- 


가시나무 영혼 노래하는 숲
붉은 열매 내 치마폭에 떨구어라
시인의 새여
밤과 낮을 짜는 여신의 베틀가에
실타래 물고 나는 새여
한여름밤의 꿈처럼
인생은 짧고
저무는 노을 속으로 날아가 버리면
너는 내 어깨 위의 적갈색 상처
시인은 외로워라
에밀리 디킨슨의 탄식으로 열리는
오래된 고대의 정원에서
차라리 바람에게 묻는 말
너 날아간 곳 몰라라
그리운 날갯짓 너를 기다리네

 

  아크로폴리스2013
 아크로폴리스2013

                                                                 

   아테네국립정원2013 
  아테네국립정원2013 

                                                                                                                                                                                                                                            

*아테네의  국회의사당 오른쪽에 있는 국립정원은  고대정원을 재정비해 만든 

왕궁의 정원이었다 500종류의 식물과 나무들이 자라고 있는데

신타그마역에서 가깝다

신타그마 광장은 1843년 최초의 헌법공포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으로

메트로와 트램, 공항이 연결된 중심지이다

그리스 오토국왕의 왕비 아말리아가 가꾼 정원에서 처음 만난 로빈새는

호랑가시나무관을 쓴 예수님을 향해 6각형 날카로운 잎의 가시를 빼내려다

가시에 찔려 죽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새는 어떻게 골고다 언덕에서 예수를 만났을까

나는 그리스를 두 번 방문했고 첫 방문 때 아크로폴리스 신화의 언덕을 오른다

괴물 미노타우로스에게 아들이 패한 줄 알고 투신한

아테네왕의 비극의 장소를 접하며 파르테논과 에렉티온 신전을 뒤로

바람의 언덕을 돌아내려오고 있었다

어디선가 고운 새의 울음에 이끌려 들어온 국립정원은 아름다웠고

봄과 여름사이 신록의 나무사이로 날아다니는 주황색 가슴의 새를 만난다

정말 가슴이 가시에 찔려 붉은색을 띠고 있는 듯 신비롭고

만약 울고 있는 지빠귀 한 마리를 둥지 위로 올려놓을 수 있다면 

내 삶은 헛되지 않으리라 노래한 디킨슨의 시가 떠오르는데

로빈새는 시인의 새 그리고 하나님의 새였던 것을......

미국 캐나다에서 먼 알래스카 남부 해안까지 푸른 알을 낳으러 갔을까

그 이후로 다시는 로빈새를 보지 못한다

앉아있는 등나무 그늘로 날아들어와 귓가에 노래하던 로빈새는

늙은 연인들의 벤치주위를 잠깐 맴돈다

거북이 떼 노는 연못에 물보라 일며 무지개 뜰 때

새는 내 어깨 위에서 이별한다  황천(黃泉)도 함께 가자던 사랑

속삭임 같은 새의 노래, 새의 노래

 

시인화가박정해

 

*로빈새의 정원은 김영란작곡가에 의해 노래로 2018년 발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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