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 시대, 우리 땅 24절기

[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종로구 청운동에 위치한 갤러리 류가헌에서는 2024년 1월 2일(화) ~ 14일(일)까지 이상엽 사진전 '은어는 안녕하신가' 가 전시될 예정이다.

어디로 갈지 정하지 않고 떠난 길에 눈을 만난 것은 ‘입춘’이었다. ‘경칩’에는 자작나무의 수목생장 한계선인 달래강변에서 자작나무숲에 들었다. 가뭄으로 말라버린 안동호에 물을 마시러 온 고라니와 조우한 것은 ‘청명’이었다. 눈 쌓인 광교산에서 ‘대설’을, 지붕 없는 제주 바닷가 해녀의 집에서 ‘대한’을 맞았다. 

망종, 대전동물원, 2012
망종, 대전동물원, 2012

 

다큐멘터리 사진가이자 르포르타주 작가 이상엽이 지나온 24절기다. 

2020년 국립기상과학원이 발간한 〈우리나라 109년(1912~2020년) 기후변화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절기는 지난 30년 전과 실제로 많이 달라졌다. 무언가 잘못됐다고 느끼면서도 무엇이 얼만큼 잘못되었는 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우리는 절기를 마음대로 해석하며 기후변화를 애써 부정하거나 별것 아닌 것으로 치부하고 싶어합니다. 기후변화를 인정하면 정말 많은 것을 바꿔야 하기 때문이죠. 성장보다는 지속을 선택해야 하고, 소비보다는 절약을 다시 배워야 합니다. 우린 정말 그렇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요?”

입춘, 청주, 2007
입춘, 청주, 2007

 

이상엽은 지난 30년간의 한반도 기후변화를 적용해서, 새롭게 바뀐 24절기를 사진으로 분류해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단순히 각 절기에 맞춘 우리 땅의 아름다운 풍경들을 기록하기 위함이 아니라, 절기를 통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공유하고 환경에 대한 우리들의 의식에 문제제기를 하기 위해서였다. 

카메라와 펜을 들고 오랫동안 ‘변경(邊境)’의 풍경을 담아 온 그이기에, 중심에서 멀리 떨어진 변두리 혹은 주목받지 못하는 주변부의 의미로서 이 땅의 24절기를 바라본 것은 자연스럽다. 

작가는 묻는다. ‘은어는 안녕하신가?’ 하고. 우리나라에서 그 흔하던 은어도 생태계 환경 오염으로 이제 섬진강 정도에서나 볼 수 있게 되었는데, 그마저도 기후변화로 강의 생태계가 변하면서 더욱 보기 힘든 존재가 되었다. 

청명, 안동, 2009
청명, 안동, 2009

 

이상엽 사진전 <은어는 안녕하신가>는 동명의 책을 중심 삼아 여는 전시로, 전시장에서 신간과 함께 책 속에 담긴 111장의 사진 중 24장을 전시작으로 만날 수 있다. 

하지, 신안 홍도, 2008
하지, 신안 홍도, 2008

 

다큐멘터리 사진가이자 르포르타주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에서 태어났고,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다. 1991년 〈사회평론 길〉에서 글을 쓰며 사진을 시작했다. 1996년부터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필리핀 민다나오의 무슬림 반군과 동티모르 독립 전쟁 등을 취재했다. 이를 〈한겨레21〉이나 아사히신문의 〈아에라〉 등에 게재했다. 1999년 사진 웹진 〈이미지프레스〉를 발행했고, 〈여행하는 나무〉 등의 사진 무크지를 발행했다. 『강화 돈대』 『레닌이 있는 풍경』 『파미르에서 윈난까지』 『변경지도』 등을 썼고, 최근에는 비정규직 노동과 신자유주의가 낳은 우리 사회의 풍경을 찍어 ‘이상한 숲 DMZ’, ‘변경의 역사’ 등을 전시했다. 〈한겨레〉 〈시사IN〉 〈르몽드 디플로마티크〉(한국판) 〈농민신문〉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프레시안〉 기획위원, 전 진보신당 정책위부의장, 문화예술위원장을 지냈고, 현재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이사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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