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정문규미술관에서는 배달래 작가의 개인전 ‘Blue Life’가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배달래 작가는 자연을 통해 다양한 삶의 모습과 생명의 메시지를 발견하고 회화와 보디페인팅 퍼포먼스로 표현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바다와 우리의 삶을 담은 이야기를 ‘Blue Life’라는 주제로 전하고 있다. 전시장을 들어서면 바다가 가득 찬 것 같은 기분이 드는 파란 물결이 넘친다.   
배달래 작가는 자연 풍경을 직접 보고 거침없는 붓터치와 나이프로 자유롭게 풀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전시에서도 직접 본 풍경을 거침없는 터치와 리드미컬한 작가의 화풍은 여지없이 드러난다. 그동안 다루지 않았던 바다지만, 때로는 거칠게,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처연하게 일렁이는 장면들이 전시장에 펼쳐진다. 

‘나는 그저 그런 Blue가 아니다’라며 날 것 그대로의 바다가 작품을 보는 이에게 항변하는 것 같다.   한 겨울의 추위처럼 차갑게 느껴지는 Blue는 역설적으로 강렬하고 뜨거운 열정을 드러낸다. 이러한 느낌은 작가노트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이번 전시의 작가노트는 ‘어릴 때부터 물이 무서웠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작가는 중년의 나이에 아직도 수영을 하지 못하지만 바다 속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싶었다. 그런 의지로 몇 해 전 스쿠버다이빙을 배웠다. 결코 쉽지 않았던 도전 덕분에 바다시리즈를 창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미 굳어질 법한 나이인 작가의 바다가 이렇게 젊고 역동적인 에너지를 표출하는 이유이다.  

작가가 발견한 바다는 역동성이나 도전의 에너지에서 멈추지 않는다. 작가에게 바다는 공포에서 신비로움으로, 두려움에서 평온으로, 역동적인 물결에서 심연 같은 고요와 평화로 변했고, 오로지 자신의 심장소리만 듣게 했다. 이렇듯 단정할 수 없는 변화무쌍한 바다의 감정은 ‘바다’라는 이름 하나로 불릴 뿐이다. 하지만 모양이나 내용이나 단 한 번도 같은 적이 없는 Life, 삶이기도 하고 생명이기도 한 우리네 인생을 그대로 닮았다. 

단 한 마디 말이나 글로도 설명하지 않았지만 파도 속에 담겨있는 인간 내면의 다양한 모습과 사건들을 자꾸만 찾아보며 공감하게 된다. 작가는 바닷 속을 보고 온 게 아니라 마치 관객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속을 헤엄치고 와서는 다독여 주는 것 같다. 예술이 큰 위로가 되는 건 이런 이유라는 걸 가장 잘 보여주는 전시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는 정문규미술관에도 큰 의미가 있으니 꼭 직접 관람하길 권한다. “나의 가장 바람직한 목표는 완전한 자유를 가지고 그것을 향락할 수 있는 정신적 위치까지 나를 밀고 가는 일이다.”라고 했던 정문규 화백을 기리는 정문규미술관의 대학로 시대는 이번 전시로서 마감하게 된다.   

정종산 관장은 배달래 작가의 작업들은 조금도 작위성이 없는 그리고 순수하게 응결된 내면을 갖고 그것을 설득력 있게 형상화하였던 선친 정문규 화백의 정신과도 닮았다고 설명한다. 이번 전시를 미술관의 마지막 전시로 초청한 이유이기도 하겠다.   

연말연시 배달래 작가의 개인전 ‘Blue Life’를 통해 2023년의 삶을 돌아보고 2024년 힘찬 에너지로 시작하는 의미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

BLUE LIFE no 1, 227 x 181.8cm, pigment in medium on canvas, 2023
BLUE LIFE no 1, 227 x 181.8cm, pigment in medium on canvas, 2023
BLUE LIFE no 2, 227 x 181.8cm, pigment in medium on canvas, 2023
BLUE LIFE no 2, 227 x 181.8cm, pigment in medium on canvas, 2023
BLUE LIFE no 12, 45.5 x 53cm,pigment in medium on canvas, 2023
BLUE LIFE no 12, 45.5 x 53cm,pigment in medium on canvas,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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