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불꽃

[백지상의 아트힐링] 물의 불꽃

우리는 흔히 자신과 반대되는 속성을 지닌 사람에게 이끌린다. 자신에게 없는 어떤 능력이나 자질을 보완하려는 인간의 본능일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차이가 서로 친해지거나, 결혼을 통해 결합을 하고 나면 막상 비난과 분노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 서로간의 차이가 자신을 보완해주기도 하지만 자신을 불편하게도 하기 때문이다. 처음엔 보완 쪽에 좀 더 시선이 가면서 이끌리지만, 사람 마음은 일단 보완이 되고 나면 나머지 차이가 두드러져 보이게 마련이다. 그러면서 상대방을 서로 평가하고 판단하면서 비난하고 분노한다. 이것이 대부분의 인간관계 및 남녀 사이에서 흔히 벌어지는 갈등의 요소가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인간관계에서 어떻게 이러한 다름을 받아들이고 성장할 수 있을까?

 

백지상, 물의 불꽃, 130.3 x 162.2 , Acrylic on canvas, 2023
             백지상, 물의 불꽃, 130.3 x 162.2 , Acrylic on canvas, 2023

 

물은 불을 품을 수 없기에

꿈꾼다.

스스로 불타오르는 순간을

-작가노트 중에서.

 

물은 불을, 불은 물을 품을 수 없다. 물은 자신을 증발시키는 불을 증오할 수 있고, 불은 자신을 사그라지게 만드는 물을 증오할 수 있다. 그러나 서로간의 차이는 곧 자신 안의 어떠한 결핍을 의미하기에 결핍을 채우려는 욕구는 해소되지 않은 채로 증오와 이별을 하게 되면 결국은 어떠한 공허감에 빠지게 된다.

그러한 우리에게는 성장을 위한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자신의 아집의 모서리가 닳고 닳아서 소멸될 정도에 이르기까지 상대방에게 맞춰가거나, 혹은 자신 안의 결핍을 스스로 채우는 길을 가는 것이다. 둘 중 어느 방법이든 우리를 성숙하게 만든다. 미성숙이란 결국 자신만의 개성과 색깔을 ‘내가 옳다’라는 프레임으로 주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로 간의 차이를 옳고 그름이 아닌 차이로만 받아들이는 것은 실제 현실에서는 매우 어려운 도전이다. 또한 자신이 타고 나지 않은 자질이나 능력을 개발하는 것도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다. 어느 쪽이든 쉽지 않지만, 성숙이라는 결실이 쉽게 주어질 리는 없지 않은가.

스스로 성숙하여 불타오르는 물을 필자는 100호 사이즈의 캔버스에 신나게, 춤을 추듯 그려보았다. 물은 타오를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상식이지만, 물이 불을 동경하며 따라하는 것이 아닌, 물이 물답게 타오를 수 있다면 어떤 형상일지 상상해보았다. 이 그림은 필자의 삶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언제나 밖에서 구하던 것을 자신 내면에서 구하고 찾는 순간부터 인간은 비로소 성장하기 시작한다.

 

-백지상 프로필-

서양화가. 상담심리학 박사. 치유예술작가협회(HAA)부회장

단국대학교 교육대학원 초빙교수. 호주국가공인 예술치료전문가

저작권자 © 아트코리아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