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해作 폐허의 노래
  박정해作 폐허의 노래

                                                                     

-폐허의 노래, 신전의 민들레-

 

수 천년의 발자국을 담아내던

신전(神殿) 아래

노란 민들레 꽃

홀씨는 날아들어 옛 왕국 자리에서 자란다

문화를 꽃피운 고대 페르가몬

아크로폴리스 언덕에 펼쳐지는 호수

비탈진 노천극장에 정착했던

술의 신은

푸른 물굽이 따라 돌아오지 않고

로마 오현제의 트라야누스 황제는 

이교도를 존중해 

단테의 천국에서 유유자적(悠遊自適)

무너진 기둥 사이 바람의 길을

바라보고 있는가

거대한 장서(藏書)와 대제단

돋을새김 조각들 

그를 의지했던 시민과 공화정

위용을 떨치던 로마군단을 생각할까

민들레 꽃줄기는

이른 봄 다시 피어나는데

어느 먼 곳에선가 퇴역한 기병의 나팔소리

구르는 작은 돌들 

 

페르가몬 노천극장2013
페르가몬 노천극장2013

                                                             

 
트라야누스신전에서2013
트라야누스신전에서2013

                                                             

*BC 5세기에 번성했던 페르가몬 고대왕국의 아크로폴리스에서 만난 무서운 폭우를 나는 기억한다. 150년 된 터키 고택 게스트하우스에서 사람없는 집안을 유령처럼 돌아다니던 일...

한가족의 여행자가 늦은 밤 나타나기까지 희미한 벽등에 의지해 밤을 맞고 있었다.

주인은 이슬람사원에도 나가지 않고 아침이면 빵과 커피를 차려주고는 사라진다.

거실 창으로 멀리 바라보이는 노천극장은 40도 급경사에 만들어진 1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길을 찾아 오르다가 이상한 들꽃향기에 취했는지 딸 아이는 폰을 분실하고 만다.

우리가 앉았던 노천극장에도 가보고 생존영어가 튀어나오는 순간 제우스의 번개가 일며 무서운 폭우가 쏟아지는데 젖은 몸으로 벌벌 떨다 어둠 속을 뚫고 오는 택시 한 대를 발견한다.

그리고 숙소까지 태워준 고마운 터어키사람들을 잊을 수 없다.

트라야누스신전은  로마 오현제의 황제 중 트라야누스의 치적을 기리며 세워진 신전으로 그는 세금을 경감하고 로마를 풍요롭게 하였다.

폐허의 미학이 묻어나는 허물어진 신전에서 황제에게 경의를 표한다.

아트코리아 아트페어에서 '폐허의 노래' 작품 사간 이는 이 언덕에서 별자리를 가르쳐준 저 페르가몬의 목동은 아니었을까?

그도 나도 어린애였던 세상에서...

시인화가박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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