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해作마지막 왕자
박정해作마지막 왕자

                                                   

-마지막 왕자 迷宮에서-

 

오랜 옛날 문명은

에게해 푸른빛으로 열렸을까

바다의 신이 한 사람을 왕좌에 앉힐 때

무화과나무는 숲을 이루고

황소머리 술잔과

곡식을 담는 흙항아리 문양 고왔어라

천 개가 넘는 침실 크노소스 궁전은

깃털 달린 모자

마지막 백합왕자 뛰어놀던 곳

약속을 깨뜨린 왕과

신의 저주로 태어난 미노타우로스(半人半牛),

영웅에게 죽임을 당한 미궁이었네 

복수는 여기서 끝났어야 했다

궁을 만든 匠人조차 아들과 가두어

태양 가까이 간 밀랍날개 녹아 추락하고 만

이카루스의 날개여

가끔 인간의 삶도 迷宮에 갇힌 듯

영웅을 구한 저 공주의 실타래를 찾아

미로를 헤매는가

무너진 궁전 프레스코 벽화의 왕자는  

무심히 사슴을 쫓아 달린다

 

 크노소스궁전 유적지2013
크노소스궁전 유적지2013

                                             

   백합왕자
   백합왕자

                                                               

*5월에도 잔설로 흰빛을 띠고 있는 산 아래

올리브 나무가 자라는 저 미노아 문명의 발상지 그리스 크레타섬,

크노소스 궁전의 왕자가 사냥을 나간다

어린 순록의 뿔을 잡아당기거나 들의 백합 향기를 좋아하는 왕자는

천이백여 개의 미로 같은 방에서 파리지엔느 같은 여인들과

체스를 하고 싫증 나면 정감 있는 섬의 구릉지대를 달려간다

지진으로 다시 완공된 BC1700년경의 괴물 신화를 간직하고 있는

궁전의 프레스코 벽화에 남아있는 백합왕자는

미노스 왕조의 마지막 왕자는 아닐까

발굴된 계단과 외벽의 복구공사로 아직 한창인 크노소스 궁은

세계에서 모여든 관광객들로 붐빌 뿐,

이제 지중해의 바람으로 슬쩍 곁을 지나가는 왕자를 알아보는 이가 없다

 

저작권자 © 아트코리아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