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성북구립미술관에서는 2023년 10월 5일(목) - 12월 3일(토)까지 '생명의 기념비'전을 개최한다.  

최만린, 이브 61-3, 1961, 청동, 86x18x88cm
최만린, 이브 61-3, 1961, 청동, 86x18x88cm
최만린, 이브 58-1,1958,석고_42x29x133cm
최만린, 이브 58-1,1958,석고_42x29x133cm
최만린, 이브 65-8, 1965, 석고, 35x35x80cm
최만린, 이브 65-8, 1965, 석고, 35x35x80cm

 

《생명의 기념비》는 조각가 최만린의 예술 활동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자, 그의 대표작인 <이브> 시리즈를 한 자리에 모은 전시이다. 성경에 나오는 인류 최초 여성이 아닌 사람의 대명사로서의 ‘이브’. 결국 이 전시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브>라는 표제가 붙은 작품들은 ‘한국전쟁’이라는 극한의 경험을 겪어낸 한 예술가의 생명을 향한 몸부림이자, 어쩌면 지금도 전쟁과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인간의 근원에 대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이번 전시에는 조각뿐만 아니라 이브를 위한 드로잉도 함께 전시되는데, 이 작품들에는 폐허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생에 대한 의지가 함께 드러난다. 최만린의 작품 외에도 동시대에 한국전쟁을 겪은 다른 작가들의 작품과 문학도 소개되어 당시의 상황을 함께 증언해준다. 예를 들면, 한국전쟁에서 죽어 간 수많은 동료들을 애도하며 한 땀 한 땀 그려낸 김창렬의 <물방울>, 앙상한 나목 앞에 선 소년을 포착하여 전쟁의 참담함과 희망을 동시에 보여주는 임응식의 <나목>, 최만린이 <이브>를 만든 자신의 심정을 너무 잘 표현했다며 공감했던 안장현의 시 <전쟁>과 한국전쟁을 그린 폴란드 시인 타데우쉬 루제비츠의 <한국의 봄, 파종기에> 등이다. 

2층 자료실에서는 가려진 가족사에서 드러나는 전쟁의 참상을 인공지능을 활용해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표현한 한승훈의 영상 작품 <선명한 꿈>(2023)과 <이브>와 관련된 아카이브 전시가 함께 진행된다. 

부서진 생명을 다시 세워 올리고 싶은 마음, 생명에 대한 애착과 절대적 몸부림을 표현한 <이브>를 통해, 자신도 어쩌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고통 당하고 고뇌하는 보통의 사람들도 공감하고 위로 받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나는 전쟁의 기억들을 떠올리곤 했고, 물방울들이 망자들을 위한 진혼곡을 대신하도록 했다. 그림을 그리는 것은 내게 죽은 사람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행위였고, 불교에서 정화의식을 거행할 때 나쁜 영혼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기 위해 물을 뿌리는 행위와 거의 마찬가지였다. – 김창열

김창열,  물방울, 1978, 캔버스에 유채, 228x182.5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김창열,  물방울, 1978, 캔버스에 유채, 228x182.5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최만린, D-61-37, 1961, 종이에 연필, 26.5x37cm
최만린, D-61-37, 1961, 종이에 연필, 26.5x37cm

 

임응식 나목-1950년대 한국 전쟁기의 부산에서 찍은 사진으로, 헐벗은 나무와 소년, 그리고 하늘의 흑백 대비를 통해, 전쟁이 남기고 간 황폐함 속에서도 희망의 메시지를 담으려 했다고 평가된다.

전쟁을 직접 겪은 세대는 아니지만, 이 땅에 전쟁이 할퀴고 간 상처는 여전히 뿌리 깊게 남아있다. 단지 눈앞에 가려져있어 보이지 않을 뿐, 우리에서 나에게로 돌아오는 근원적인 트라우마는 감출 수 없는 현실이다. - 한승훈 

2층 자료실에서는 <이브>에 대한 아카이브 전시가 ‘여덟 점의 이브’와 ‘이브를 찾아서’ 두 파트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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