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과 대상 

‘하나의 대상에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것에 의해, 제표상에 어떤 성질이 주어질 것인가, 제표상이 어떤 것인가 탐구해 보면 이 관계를 맺는 제표상을 결합하는 방법은 필연적이다. 그것을 하나의 규칙에 따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표상의 시간관계가 있는 질서가 필연적인 것에 의해 객관적 의미를 나누어 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하면, 이후 중심 문제가 되는 것은 절대적 객관이 아니라 객관적 의미가 된다. 여기에서 문제되는 것은 ‘물자체’로서의 대상의 성상(性狀)이 아니다. 

서양철학사 5대 천왕
서양철학사 5대 천왕

 

하나의 대상에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가능성이다. 이 관계가 성립하는 것은 인식이 현재에 있어서 각각의 현상에 멈추는 것이 아니라 현상을 경험의 문맥에 편입하는 것뿐이다. 그리고 개념은 끊임없이 짜맞추는 활동으로 인해 경험의 가능성의 기초가 되는 무수한 결합을 만든다. 개념이 작용하는 데는 경험적인 소여의 분산상태를 각각 극복하고, 결부시켜서 하나의 연속체, 즉 공간과 시간의 연속체로 만드는 형태가 된다. 그러나 개념이 정말로 이것을 할 수 있는 것은 개념이 주어진 관계를 맺는 강고한 보편타당적인 규칙을 만들어 내는 것에 의해 공간에서의 공존관계와 시간 안에서 전후관계를 특정한 법칙을 따르게 하는 것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개념에서 또는 개념의 힘에 의해 각각의 지각에 주어지는 이러한 결합이야말로 ‘자연’이라는 관념을 구성해 준다는 관념이 뜻하고 있는 것은 보편적 법칙을 따라 규정되고 있는 사물의 본연의 자세이기 때문이다.

칸트
칸트

 

이렇게 하여 대상은 언어의 형이상학적 의미에서 초월의 자리에서 끌어 내려진다. 그러나 동시에 대상은 -이것이야말로 처음으로 비판적 인식이론을 특징하는 것이지만- 완전히 직관할 수 없는 것, 원리론에 직관할 수 없는 것이라고 규정된다는 것도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의 초월론적 감성론의 모두부에 의하면 여러 가지 감상이 내부에서만 질서를 세울 수 있는 것이며 그 자체 감상은 있을 수 없다. 그같은 식으로 다양한 직관을 서로 결부시키는 규칙도 그 자체 또는 직관도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대상은 언제나 직관의 가치와는 대조적인 단순한 사고의 통일성이 있다. 이 대상이 일반적으로만 생각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용이하도록 통찰해 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무엇이든 인식에 대응할 수 있는 것으로서 대치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개념과 대상과의 엄밀하게 정확한 상관관계를 수립하기 위해서는 대상에 대한 관념의 이러한 새로운 파악이 필요했던 것이다. 

대상을 파악한다는 것은 대상이 사고에 의해 실제로 잡을 수 있다거나 감쌀 수 있다는 의미라면 이미 불가능해진다. 인식이라고 하는 근본적 관계의 이러한 모든 비유는 사물의 특질을 객관적ㆍ조직적ㆍ학문적으로 대신하여 순수한 관념적인 관계, 즉 조건이라는 관계가 등장한다. 개념이 객관에 관계되는 것은 개념이 객관화 작용의 필연적으로 불가결한 전제이기 때문이다. 즉, 개념이라고 하는 것이 대상이 존재할 수 있는 기능에 있어서만 변화되는 경험에서 항상적인 근본적 통일체의 존재와 같은 기능을 나타내고 있다.

일단 이러한 통찰을 얻을 수 있으면 여기에서 제시된 일반적·논리적인 조건의 관계를 다시 특수한 사물적 관계로 바꿔 놓거나, 사물적 관계에 의한 인식의 해명은 모두 그 효력을 잃고 그 의미도 잃게 된다. 이미 인식과 대상은 공간적 객관과 같이 이쪽과 저쪽, 앞과 뒤라는 형식으로 대치할 일은 전혀 없다. 오히려 몇 세기에 걸쳐 인식문제의 표현과 정식화를 지배해 온 이 종류는 모두 완전히 부적절한 것이며, 단순한 메타포(metaphor)에 지나지 않는다. 대상은 밖에 있는 것도 아니며, 안에 있는 것도 아니며, 저쪽에 있는 것도 아니고, 앞에 있는 것도 아니다. 

대상의 관계는 존재적ㆍ실재적인 관계만이 아니라 심볼적인 관계이다. 현대의 심리학자나 인식이론가 중에는 특히 데오도어·립스(Theodor Lipps)는, 칸트로부터 멀리 빗나가고 있지만 근본문제가 예리해서 간결한 정식화에 다시 육박했다. 물론 그의 의식과 대상의 관계는 당초에는 완전히 공간적인 비유를 이용한 언어에서 진술할 수 있고, 그 때문에 양자는 서로 분리된 영역과 같이 생각된다. 의식은 대상과 나와의 대치 점에서 대상과 관계되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초월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초월적인 것에서 이러한 접근이나 이행을 파악하는 것이야말로 의식 특유의 기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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