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과 대상의 문제에 있어서 새로운 표현을 원리적으로 변혁시킨 방법적 의미는 『순수이성비판』의 가장 중요한 성과이다. 
이 전환은 칸트가 이 점에서 일반적 논리학으로부터 초월론적 논리학으로 이행한 것에서 결정적인 가능성이 열렸다. 이 이행에 의해 개념론은 처음으로 전통적 수법을 근거로 점차 깊게 빠져 있었던 경직상태로부터 해방시킨 것이다. 

[박명인의 미학산책] 개념과 대상Ⅰ
[박명인의 미학산책] 개념과 대상Ⅰ

 

그러므로 해서 개념의 활동은 분석적·형식적인 것이 아니라 출산적·구축적인 것으로 드러나게 된다. 즉, 이미 개념은 무엇인가 그것 자체로 존립하고 있는 절대적 현실이 퇴색한  모상(模像)이 아니고, 경험의 전제가 되어 경험에 의해 객관적인 가능성의 조건이 된 것이다. 칸트에 있어서는 대상에 관한 질문이 타당성에 관한 질문이 되고, 권리문제에 관한 질문이 된 것이다. 그러나 대상의 권리문제에 결착(決着)을 내기 위해서는 달리 개념의 권리문제에 관한 또 하나의 질문이 답을 도출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개념이야말로 대상의식의 진전에서 인식이 높아져 가는 구극(究極)의, 또는 최고의 단계이다. 

‘직관에 있어서의 지(覺知)의 종합과‘구상력에 있어서의 재생’의 종합에는 객관 인식의 구축에 있어서의 참된 요석(要石)이 되는‘개념에 있어서의 재인(再認)의 종합’을 부여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하나의 대상을 인식하는 것은 직관의 다양성을 그 질서에 관해서 대상을 규정하는 하나의 규칙을 따르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규칙의 의식이나 그것에 의해서 설정되는 통일성의 의식이야말로 개념인 것이다.

‘우리들의 모든 직관의 다양한 종합에는 객관일반의 제 개념의 종합에서도, 경험의 모든 대상의 종합에서도 의식의 통일이 있는 초월론적 근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근거가 없으면 직관에 대응해서 대상을 사고할 수 없을 것이다. 대상이란 개념을 종합한 필연성을 표현하는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개념의 문제와 대상의 문제를 함께 종합적 통일의 문제로 거슬러 올라가면 관계를 맺는 것에 의해 비로소 개념은 처음부터 일반적 논리학에 있어서 보다 넓은 기반 위에 있게 된다. 
개념을 단순한 유개념, 즉(conceptus communis 공통개념)이라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유개념에는 특유한 결정적 계기가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유개념은 의식의 분석적 통일의 표현에 미치지 않으며 종합적 통일의 표현이 아니다. 그런데 분석적 통일은 이미 사고된 가능한 종합적 통일의 힘을 빌려서 처음으로 표상될 수 있다.

[박명인의 미학산책] 개념과 대상Ⅰ
[박명인의 미학산책] 개념과 대상Ⅰ

 

‘다양한 표상에 공통적인 것과 생각되지 않으면 안 되는 하나의 표상은 그 표상 이외에도 여전히 다른 것을 갖는 표상에 속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따라서 그 표상은 내가 그것에 의하고 이 표상을 공통 개념(conceptus communis)으로 하는 의식의 분석적 통일을 사고할 수 있게 되기 전에, 다른(단지 가능한 것 밖에 없는) 표상과의 종합적 통일 가운데에서 미리 사고되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여기에서 물개념(物槪念)의 성격에 관한 사정(射程)의 풍부한 통찰도 생긴다. 구래(舊來)의 형이상학이나 존재론은 물질의 통일성을 실체적 통일성으로 포착한다. 즉, 형이상학이나 존재에 대해서의 물질이란 상태변화에 있어서 지속하는 동일적인 것이다. 따라서 물질은 자존(自存)하는 것, 자립하는 것으로서 이들 상태는 대치하게 된다. 물질이란 확고한 핵이며 단지 외부로부터 가해져 오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렇지만 여기에서도 초월론적 논리학은 물질의 분석적 통일을 종합적 통일로 바꾼다. 이 논리학에 있어서는 물질과 변해가기 쉬운 다양한 규정이 있어서 빨랫줄과 같이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러한 필요 요건에 의한 일정한 절차를 병치하는 방법이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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