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전시할 공간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갤러리는 빈 공간에 작품을 전시해줄 작가가 필요하다. 이 둘의 관계는 약간은 과장된 표현일 수 있지만, 마치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처럼 공생이자 상생의 삶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간혹 이러한 상부상조의 관계가 뒤틀릴 때 문제는 발생한다. 사실, 따지고보면 갤러리보다는 힘없는 아티스트가 더 힘겨운 상황에 처하는 것이 허다하다. 특히 대학을 갓 졸업하고 뭔가 전시회의 기회를 얻고자 노력하는 사회초년생 작가에게는 갤러리는 근접할 수 없는 막대한 권력을 가진 군단이라 할 수 있고 어쩔 수 없이 비굴해지는 경우가 있다.

전설 PhD. Art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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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계약을 작성할 때 상생의 관계를 중시하지 않는 갤러리는 작가를 자기 휘하에 두거나 좌지우지하기 위해 심지어 전시회를 빌미로 돈을 받은 후 나중에 거의 노예계약에 가까운 조건을 제시한다. 전시에 목마른 작가는 계약관계가 불공정하고 불공평하며 도저히 현실적으로 말이 안되는 것을 알면서도 받아들이게 된다. 받아들이기보다는 말도 안되는 계약에 굳이 신경써가면서까지 논쟁을 벌이기를 원치 않는다. 이러한 점을 악용하여 거의 아랫사람이나 조선시대 하인을 부리듯이 작가를 대하는 경우가 있다. 계약서를 발설하면 형사조치를 취한다고 협박적인 문구를 작성하는가 하면, 갤러리가 하는 말에 이의를 제기하면 위약금 20프로를 제한 후 아예 전시회를 하지 않겠다는 말로 협박하는 등 안하무인인 경우가 있다. 그리고 심한 경우는 전시대금을 받은 후 아예 종적을 감추는 경우도 있으며, 작품을 설령 판매했다고 해도 당장 돈을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몇 달이 지나서 주는가하면 아예 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심지어 소송으로 해결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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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에서는 패자도 승자도 없다. 모두 힘겨운 사투를 벌여야 한다. 그럼에도 소송을 하는 이유는 힘없는 아티스트의 경우, 막강군단을 이끄는 갤러리에게 잘못 보이면 더 이상 전시회를 할 수 없음에도 진실을 밝혀서 억울함을 달래기 위해서이다. 설령 계란으로 바위치기가 되는 형국이라고 해도 정의와 진실을 위해 소송을 감행하는 것이다. 인기연예인을 이끄는 군단급 대형 연예기획사처럼, 미술계에도 소위 잘나가는 갤러리는 인기 작가를 영입 후 관리하고 있다. 이 장벽을 뚫고 진입하기 위해 일명 새내기 신진작가군단은 온갖 굴욕을 감당하면서 갤러리에게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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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갤러리와 작가가 관계가 호전되거나 좋아서 서로 윈윈하는 경우도 많다. 능력있는 작가를 발굴하여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기량과 능력을 발휘하도록 최대한 어시스트하는 선의의 갤러리도 있기 때문에, 무조건 해외아트페어를 거부할 필요는 없다. 다만 아무리 달콤한 열매라고 해도 그 열매에는 치명적 독이 있을 수 있으니 절대 쉽게 그 유혹에 빠져서는 곤란하다는 말이다. 계약서를 보여주지 않고, 돈부터 입금하라고 종용하는 갤러리와는 애시당초 관계나 계약을 하지 말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차분히 절차를 밟고 오롯이 작가를 위해 일하는 갤러리를 찾아 작품을 전시해야 한다. 그나마 국내는 형편이 괜찮은데 해외는 번드르한 이름만 걸고 실속이 없는 아트페어가 있기 때문에 해외진출을 희망하는 작가는 주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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