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그림은 이런 정경을 어떻게 그려낼까?

[아트코리아방송 = 정병길 기자] 폭염은 물론 국내외의 물난리 그리고 외국의 상상을 넘는 대형 산불 등, 소란을 넘어 기후위기 의식으로 너무 불안하기까지 했던 여름이었다. 9월이 가까워지더니 다행히 한풀 꺾이고 아침저녁으로 조금 시원한 감을 갖게 된다.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유튜브에서 큰 가수 패티김의 ‘9월의 노래를 들으니 다소의 감상에 빠진다. 그 노래의 가사처럼 이직 가로수에 나뭇잎은 무성해도어디선가 쓸쓸한 감정이 날아들고 불현듯 낭만에 젖어들기도 한다.
모바일 화가인 나는 문득 모바일 그림으로 이런 감정을 그려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모바일에 반비구상(구상과 비구상의 중간 정도 되는 방식으로 아직 네이버 어학사전에도 보이지 않는 용어)으로 쓱싹쓱싹 그려보고 악보 이미지 일부도 붙이는 등 한 시간 남짓 작업해 보니, 그 큰 가수의 노래에 못지않은 낭만적인 그림이 되었다

K1모바일화가 정병길 작, 모바일 그림인 패티김의 ‘9월의 노래’ 이미지
K1모바일화가 정병길 작, 모바일 그림인 패티김의 ‘9월의 노래’ 이미지

그새 궁금증과 함께 장난기가 발동한다. AI작업에서는 이 그림을 어떻게 표현할까?

그런데, AI에게 이 노래를 들려 줄 기술은 없고, 어떻게 한다? 그래, 프롬프드라는 명령어가 있다고 했다. 그들이 미국에서 온 친구들이지만 워낙 똑똑해서 한국어로 해도 잘 알아먹는다는데, 만일에 대비해서 영어로 해 주면 더 좋을 것 같다.

한국 가수 패티김의 '9월의 노래'를 폴 세잔 스타일의 풍경 이미지로 그려 주오.”라고 세잔 시대의 어법으로 명령이 아닌 정중한 요청을 해본다. AI가 알아먹기 쉽도록 구체적인 문장을 만들다보니 다소 매끄럽지는 못하다. 이어, 이것을 내 영어가 짧으니 파파고에 의뢰해 본다.
Please draw a landscape image of Paul Cezanne style of Korean singer Patty Kim's "Song of September.”

먼저 접근하기 쉬운 ‘Microsoft BingImage Creator’에 요청해 보니, 금방 다소 입체감이 나는 세잔 풍의 그림을 한 세트 보내온다.
 

Bing의 Image Creator,가 만들어 낸 세잔 스타일의 패티김의 ‘9월의 노래’ 이미지
Bing의 Image Creator,가 만들어 낸 세잔 스타일의 패티김의 ‘9월의 노래’ 이미지

그럼, AI 그림으로 명성을 날린 미드저니(Midjourney)는 어떻게 그려낼까? 앞과 같은 주문 을 해본다. 미드저니는 1~2분 정도 만드는 과정을 잠깐 잠깐 보여 주더니 역시 4장 한 세트를 만들어 준다
허참, AI, 딱 맘에 들지는 않더라도, 참으로 놀랍기는 하다. 같은 요청을 반복하면 비슷한 스타일의 다른 그림을 금방 또 보내 준다.

Midjourney에게 주문한 세잔 스타일의 패티김의 ‘9월의 노래’ 이미지
Midjourney에게 주문한 세잔 스타일의 패티김의 ‘9월의 노래’ 이미지

6~7년 전, AI 문제가 일반 사회에 본격 대두하기 시작할 때 한국고용정보원의 자료를 인용해, 어느 신문은 직무가 정교하지 않은 동작을 반복적으로 수행하거나, 사람들과 소통하는 일이 상대적으로 적은 특성을 가진 직업은 인공지능과 로봇 등 자동화로 대체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직업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직업군까지 나열했다.
반면, ‘주어진 주제나 상황에 대해 독특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는 창의성이나, 음악·무용·미술 등 감성에 기반한 예술 직무를 인공지능과 로봇이 대체하기는 어렵다면서, 대체 불가능 1위의 영광의(?) 직업군이 화가 및 조각가였다.

그런데 요즘, 이렇게 나 같은 일반인이 AI에게 명령하여 세잔 스타일로, 때로는 피카소 스타일로 그림을 뚝딱뚝딱 그럴듯하게 만들어 내니, 위의 전망들이 무색하고 화가 당사자들에게는 적지 않은 고민거리가 생긴 것이다.

미술 분야나 시장이 상당히 혼란스럽고, 이 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 같다. 그래서 AI가 만든 그림과, 화가들이 창작한 그림, 나아가서는 모바일 그림에 대해서 나름 생각해 보고, 지면 관계상 간단히 의견을 피력해 본다. 우선 미술 시장에서 AI 그림이 비중 커질 것은 확실해 보인다. 예를 들면 책의 삽화나 표지, 디자인, 장식 그림 등이 종전에는 화가들의 작업이 필수적이었다. 이젠, 보통 사람들도 AI 그림에 대해 몇 시간의 관련 지식 습득과 적정한 그림을 도출해 내는 연습만 조금하면 전문 화가의 도움 없이도 쉽게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고 미술 분야 전체가 사양 산업 또는 분야가 될 것인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순수 미술 분야는 그대로 유지되거나 오히려 차별 효과를 낼 수도 있다. AI 바둑 알파고가 바둑계의 최고 위치에 있는 이세돌 9단 등에 크게 이겨, AI가 바둑계도 재패하다시피 했지만 바둑계는 그대로 건재하다. 더 와닿을 예를 들어 보자, A1 축구 로봇 선수가 나와 세계 최고 선수의 골 득점력 보다 높다고 하면, 그 로봇이 축구 선수를 대체하고 관중은 이를 즐길까? 물론, 이세돌 기사와 알파고의 대결처럼 몇 차례 실험 또는 흥행을 시도 할 수 있으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인간 선수의 새로운 묘기와 능력 발전을 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AI 그림이 드로잉이나 색감 선택까지도 나보다. 월등한데 이를 어쩌란 말인가? 그렇다. 드로잉 최고의 시대는 이미 르네상스시대에 끝났다. 그 시대의 드로잉을 능가 할 수 없고 능가할 필요도 없다. 더구나 사진기가 가장 정확하고 선명하게 이미지를 전해 주지 않는가? 이제, 어떻게 자기의 개성을 담고 스토리를 만들 것인가가 더 중요한 시대다. 사진도 사진같이 찍으면 사진사요, 안 사진 같이 찍어야 사진 작가다.
그 지저분한 낙서를 최고 미술의 반열에 올려 놓은 미국의 화가 장 미쉘 바스키아(Jean Michel Basquiat)를 보면 어렵지 않게 수긍이 갈 것이다.

인간이란 먹고 사는 일이 가장 기본적이지만, 배가 좀 부르면 가만히 있지 못하는 존재이다. 뭔가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존재이며, 그 뭔가 하나가 예술 창작이다. 그래서 원시 동굴 시대부터 최첨단 현대까지 예술의 분야의 하나인 미술 창작도 이어져 오고 있다. 또 인간이 존재하는 한 예술 창작은 면면히 이어질 것이다. 단 시대마다 흐름이 다를 뿐이다.

그런데 모바일 미술이란 무엇인가? 간혹 디지털 낙서 정도로 치부하거나, 요즘 AI 그림으로 오인하는 사람도 있다. 종전 붓 물감 등으로 스케치북이나 캔버스에 표현하던 그림을, 디지털 기반인 모바일 내에 내장된 디지털 붓이나 물감 등으로 모바일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고 활용하는 미술이다. 디지털이 간편하고 다양한 면이 많듯이, 모바일그림 역시 매우 간편하게 접할 수 있고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 맞는 미술로도 볼 수 있다.

세계 생존 최고 화가인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의 모바일(아이패드)그림에 조각 투자하면서도, 그 그림이 어떤 방식인지 모른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9월을 맞이하며, 큰 가수 패티김의 노래를 들으며 모바일그림을 그리고 생각하다 보니, 내가 좀 멀리 나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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