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태와 색채가 빚어내는 사유의 공간- 김지현의 근작
김종근 미술평론

형태와 색채가 빚어내는 사유의 공간- 김지현의 근작
형태와 색채가 빚어내는 사유의 공간- 김지현의 근작

 

김지현 작가는 오랫동안 현실과 이상, 의식과 무의식 등 이분법적인 세계를 초월하려는 욕망을 날개 이미지로 형상화했다.
이것은 작가로서뿐만 아니라 인간이 가지고 있는 사유와 갈등, 고민의 세계에서 벗어나려는 강렬한 본능의 표현이기도 하다.
작가가 작품 제목 앞에 'Fly'(날다)라는 단어를 꼭 붙였던 이유도 바로 그런 것 때문이었다.
추계예대에 재직하던 교수 시절 이후 작가는 문의면 두모리 산속 조용하고 고즈넉한 작업실에서 칩거했다. 그리고 엄청난 양의 작업을 제작했다.

형태와 색채가 빚어내는 사유의 공간- 김지현의 근작
형태와 색채가 빚어내는 사유의 공간- 김지현의 근작

 

그 방대한 양의 작업들은 단순하게 대작에서 오는 것도 있지만, 그가 해왔던 작업의 변화와 파격적인 변신이었다.
물론 이전에 보여주었던 리얼리티는 줄어들고 상대적으로 형태와 공간에 대한 해석과 간결한 색채의 구성이 압도적으로 돋보였다.
이러한 변화의 근저에는 작가가 인식하는 현실의 변화와 시각이 중요하게 간주 되었음을 증명한다.

형태와 색채가 빚어내는 사유의 공간- 김지현의 근작
형태와 색채가 빚어내는 사유의 공간- 김지현의 근작

 

김지현 작가는 일찍이 타고난 뛰어난 손재주의 재능과 표현 욕구를 1985년부터 한지 부조 작업에 집중한 바 있다. 그러다 2004년부터는 한지의 부조와 회화의 접목을 시도하면서 화폭의 형식을 변혁했다.

'Fly-지적인 관습의 해방'을 화면에 책 표지를 붙이고 그 위에 한지 날개를 다는 형식이 그것이었다.
이렇게 작가는 굳어지는 관습으로부터의 해방을 꿈꾸고 그것에서 벗어나 새 영토에 도달하길 열망했다.
왜냐하면, 그럴 때 비로소 진리에 눈뜨게 된다는 함축적인 의미와 메시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형태와 색채가 빚어내는 사유의 공간- 김지현의 근작
형태와 색채가 빚어내는 사유의 공간- 김지현의 근작

 

그러한 공간과 메시지의 변화는 청주에 정착하면서 훨씬 더 구성적이면서 사유의 상징처럼 타원형의 소묘 적인 선을 끌어들였다.
여기서 가장 특징적인 측면은 간략하게 그리고 구성적인 회화 스타일로 옮겨왔다는 것이다.
즉 이상세계에 대한 갈망에서 어떤 진실을 발견한 듯한 감정이 깊게 스며들었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그의 공간은 극도로 단순한 공간을 형성하면서 붉은 색채의 형태들이 화면을 지배한다.

여기서 특히 색채와 공간 그리고 수묵의 굵은 형태는 그 구성의 조화로움에 중심에 바탕을 이루고 있다.
김지현의 이 작품세계에 진전과 변화는 공통적으로 지적하듯이 현실과 이상, 의식과 무의식, 안과 밖 등 이분법적 분별력을 ‘날개’를 통해 해방하고자 한 것이다.
즉 작업에서 이미지 ‘상’의 집착을 놓고 해체하는 마치 불교의 空한 율법과 이치를 이해하듯 작품으로 풀어낸다.

형태와 색채가 빚어내는 사유의 공간- 김지현의 근작
형태와 색채가 빚어내는 사유의 공간- 김지현의 근작

 

그것은 궁극적으로 작가의 발언처럼 멈추어진 ‘상’의 거푸집을 버리고 나면 거기에 날 것 같은 움직이는 ‘상’과‘색’의 본디가 존재한다는 작가의 철학이며 그 존재의 아름다움을 찾아 탐닉하는 것이다.
화폭 속에 색과 형태만의 조화와 구성만으로 완성하려는 그 배경 속에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언어나 보편적 가치 개념으로 규정지어 놓은 것이기에 그것을 버리고 놓아 버리면 본디만이 남는다는 작가의 삶의 깨달음과 무관하지 않다.

형태와 색채가 빚어내는 사유의 공간- 김지현의 근작
형태와 색채가 빚어내는 사유의 공간- 김지현의 근작

 

작가는 그것을 “계절의 가을 끝에 나무가 마치 스스로 가지치기를 하듯 한평생 이어온 화업에 정화 작업”으로 고백했다.
작가는 이를 일컬어 마치 건축물을 위한 ‘거푸집’에 비유했었다. 어떠한 ‘상(像)’도 언어밖에, 보편적 이념이나 개념 밖에, 그 실체가 존재하며 거푸집을 버리고 나면 거기에 시작이 있고, 기본이 있고, 본디가 있으며, 실체가 있다는 것이다.
이 대상의 본질을 드러내기 위해 거푸집을 버리고 본디로 돌아가려는 것이 최근작들이다.
우리가 이번 전시에서 김지현의 형태와 색채를 통한 회화의 아름다움, 바로 여기에 그의 새롭고 철학적인 예술세계를 기대하는 이유이다.


김종근 (미술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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