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렌의 절망-
먼 나라
지중해 연안
밀랍으로 귀를 막은 영웅과
노래에 미혹된 어부의 배 좌초시키는
반은 인간
반은 조류(鳥類)로 날던
세이렌 자매들이여
어느 비극의 시인
한(恨)으로 포도나무가 자라고
음악가가 탄식해 쓴 곡의 음(音)을
날개로 끌어모아
바다로 가는 길 끝에서 노래했던가
악기의 달인 오르페우스에게 패배한 날
울면서 바위가 되어버린
세이레네스섬의 기괴(奇怪)한 이야기
그대들의 전설에
무심한 객선 낙원이었던 곳을 지날 때
스크루에 감기는 물보라
고운 아마빛 머리칼의 기억
*새의 섬이라 불리는 터키 쿠사다시에서 그리스 사모스섬으로 들어갔던 게 벌써 10년 전이던가
여름 태양아래 해안가 오래된 호텔 주변의 오드아이 고양이를 보고 놀라기도 했는데
신화를 찾아 배낭 하나 메고 아이와 함께 떠난 여행길이었다
제우스와 헤라여신의 사랑이 싹튼 곳 사모스섬, BC 7세기에 세워진 여신의 신전을 보러 갔다가
일요일 교통편이 안 좋아 못 보고 돌아온다
아테네 고고학 박물관에서 만난 세이렌은 머릿속에서 계속 떠나지를 않았는데
신화에 의하면 저승의 신에게 납치당한 친구 데메테르를 찾으러 가려고
제우스에게 날개를 얻었다고 하며 한편으론 말 많은 바다의 님프였던 세이렌을
벌주려고 반인반조로 만들었다고도 한다
수십억 년 전 지구가 탄생하고 용암바다는 비를 만나 물의 바다가 되고 다시 뜨거운 태양열로
별이 된다는 바다, 그 바다를 사랑하며 뱃사람의 생명을 앗아간
그녀들이 갈구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다리를 잃은 모멸감으로 신에 대한 복수였을까
신들의 섬으로 전 속력으로 달려가는 페리호를 향해 구름 속을 뚫고 날아드는 새떼를 보았다
아, 세이렌 그대들이었구나 이제는 더 넓은 대양으로 자유롭고 희망차게 날아가기를
그대는 내 그림 속에서 불멸하다
시인화가박정해
*프로필
개인전 4회(L.A Park View Gallery)
일본 신원전 은상 수상
쇼슈가이전, 대한민국회화대상전 입상
서울국제아트엑스포 2023 초대전 다수
신화를 찾아 이집트 그리스 사모스 크레타섬 스케치 및 전시
2007월간시사문단 시로 등단
센토 그림과 시로 달리다 제2시화집 출간
한국미협 한국전업미술가협회 버질아메리카 회원
센토와 소녀작가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