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경_인연의 탐구
인연의 싹은 하늘이 준비하지만
이 싹을 잘 지켜서
튼튼하게 뿌리 내리게 하는 것은
순전히 사람의 몫이다.
인연이란, 인내를 가지고
공과 시간을 들여야
비로소 향기로운 꽃을 피우는
한 포기 난초인 것이다.
- 헤르만 헤세 -
우리는 혼자서는 존재할 수 없다. 나를 먹여 살리는, 오늘 아침 밥상에 올라온 밥과 반찬들 속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인연이 포함되어 있다. 어느 이름 모를 농부로부터 이름 모를 유통업자와 판매업자, 이름 모를 택배기사님 등 내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먹여 살리고 있다. 직접 만나지 않았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닌 인연들을 우리는 눈으로 볼 수 없어도 마음의 눈으로는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삶이 고독하지 않고 풍성하게 다가오기 시작한다.
또한 인연에도 계절과 순환이 있다. 혼자였다가 누군가를 처음 만나면 새롭고 설레며, 상호 교류가 꽃처럼 피어나기 시작하고, 그 만남이 풍성하게 열매를 맺을 무렵이면 다시 썰렁하게 바람이 불어 하나의 관계가 기울며 낙엽처럼 지게 된다. 또 다른 만남이 시작되기까지 모든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산은 물이 되고, 물은 산이 된다.
무형의 山水로부터
가난한 나무가 나타난다.
나무로 인하여 새가 날아오고
새와 벗하여 꽃이 피어나고
꽃을 보러 나비가 날개 편다.
바람이 불어와 나비와 새와 꽃은 지더라도
다시 인연으로 펼쳐질
묘한 순환과정은 영원하므로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 작가노트 중에서-
만일 지금 고독하다고 느낀다면, 주변을 둘러보라. 먹고 입고 누워 자는 모든 것들에 숨어 있는 인연들을 살펴보라. 감사함은 결국 거시적, 순환적 관점에서 우러나오게 된다. 또한 여러 흔들림에도 불구하고 인연을 지키는 힘이 바로 그 감사함이다.
백지상 프로필
상담심리학 박사. 서양화가. 호주국가공인 예술치료전문가
단국대학교 교육대학원 외래교수. 치유예술작가협회(HAA)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