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경_인연의 탐구

인연의 싹은 하늘이 준비하지만

이 싹을 잘 지켜서

튼튼하게 뿌리 내리게 하는 것은

순전히 사람의 몫이다.

인연이란, 인내를 가지고

공과 시간을 들여야

비로소 향기로운 꽃을 피우는

한 포기 난초인 것이다.

- 헤르만 헤세 -

 

우리는 혼자서는 존재할 수 없다. 나를 먹여 살리는, 오늘 아침 밥상에 올라온 밥과 반찬들 속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인연이 포함되어 있다. 어느 이름 모를 농부로부터 이름 모를 유통업자와 판매업자, 이름 모를 택배기사님 등 내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먹여 살리고 있다. 직접 만나지 않았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닌 인연들을 우리는 눈으로 볼 수 없어도 마음의 눈으로는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삶이 고독하지 않고 풍성하게 다가오기 시작한다.

또한 인연에도 계절과 순환이 있다. 혼자였다가 누군가를 처음 만나면 새롭고 설레며, 상호 교류가 꽃처럼 피어나기 시작하고, 그 만남이 풍성하게 열매를 맺을 무렵이면 다시 썰렁하게 바람이 불어 하나의 관계가 기울며 낙엽처럼 지게 된다. 또 다른 만남이 시작되기까지 모든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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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지상, 妙景(묘경)1_40x40_mixed media_2021

 

산은  물이 되고, 물은 산이 된다. 

 

무형의 山水로부터

가난한 나무가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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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로 인하여 새가 날아오고

새와 벗하여 꽃이 피어나고

꽃을 보러 나비가 날개 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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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어와 나비와 새와 꽃은 지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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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인연으로 펼쳐질

묘한 순환과정은 영원하므로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 작가노트 중에서-

 

만일 지금 고독하다고 느낀다면, 주변을 둘러보라. 먹고 입고 누워 자는 모든 것들에 숨어 있는 인연들을 살펴보라. 감사함은 결국 거시적, 순환적 관점에서 우러나오게 된다. 또한 여러 흔들림에도 불구하고 인연을 지키는 힘이 바로 그 감사함이다.

 

백지상 프로필

상담심리학 박사. 서양화가. 호주국가공인 예술치료전문가

단국대학교 교육대학원 외래교수. 치유예술작가협회(HAA)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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