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해作 연정 그리고 아폴론의 고독

                       

아폴론의 고독 그림에 붙여

                                           

여인들의 저주였을까

신들의 산 올림푸스에서 추방되기도 했던 태양신 아폴론은

빛나는 외모와 지성에도 실연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고대 바빌론의 공주를 사랑했지만

아폴론을 연모하던 물의 님프 클리티에의 발설로

공주는 왕에게 죽음을 당하고 그 사랑의 향기를 잊지 못해

향나무로 변하게 해 주었다고 하는데

아폴론의 사랑은 빗나간 큐피드의 화살처럼 이룰 수 없었던 것일까

사랑하는 여인들은 꽃이 되고 나무가 되고......

뮤즈에 둘러싸여 리라를 켜도 행복하지 않았고

동쪽에서 서쪽으로 얼굴을 돌리며 쫓는 몸에 뿌리가 돋고

해바라기 꽃이 되어버린 클리티에의 짝사랑도 싫었다

그가 사악한 왕뱀을 퇴치하고 사람들의 행복과 불행을 예언하며

까마귀를 날렸던 델포이 신전

이제는 무너진 돌 틈에 한숨을 흘려보내며 어디쯤 서 있는가

해바라기는 애절하게 꽃잎을 드리우고

올림픽 우승자의 머리에 씌워주는 월계수가 된

돌아올 수 없는 옛 연인을 생각하는가 날카로운 푸른 잎에 베인 듯

창백한 입술이 말이 없다

 

델포이 박물관에서 의외로 만난 디오니소스 

                 

 

*2022 여름에 다녀온 그리스 델포이 아폴론신전에서

 

인간과 신적 거리를 두며 인간의 죄를 깨닫게 해 주고 정화시켜 주었다는

아폴론은 리라를 연주하며 음악과 시,춤을  나누었다고 한다

늘 이루어질 수 없는 실연의 아픔으로 인간과의 사이에서 얻은

아들 아스클레피오스도 켄타우로스족인 케이론에게 양육되어

인간의 병을 치료하고 불멸의 존재로 만들까 두려워한 제우스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데 사후 신의 반열에 오른다

박물관에서 의외로 디오니소스의 조각상 파편을 만나는데

두 신성이 차지하는 다른 영역, 이성과 질서를 아폴론이 상징한다면

무절제와 인간적 본능에 더 가까운 디오니소스적 문명이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하룻밤 묵었던 아테네 호텔의 2층에서 바라본 마을의 집들은 동화처럼

아름다웠고 한밤중 달빛에 이끌려 발코니로 나오니 다시는

이곳에 올 수 없을 것 같은 슬픔이 밀려온다

늙지도 죽지도 않는 신들의 이야기를 박물관 스핑크스는 침묵으로 전할 뿐

이곳을 다녀간 수많은 인간의 발자국을 아폴론은 보고 있을까

사막을 날며 강을 건너 나는 아주 먼 곳에서 왔는데

늙고 병들어 죽음을 맞이하는 가엾은 인간의 삶에 따뜻한  햇살 한 움큼

건네주었으면 아폴론이여!!

 

시인화가박정해

 

*프로필

개인전 4회(L.A Park View Gallery)
일본 신원전 은상 수상
쇼슈가이전, 대한민국회화대상전 입상
뉴욕세계미술의 소통전
BAMA부산국제아트페어 
서울국제아트엑스포 2023 초대전 다수
신화를 찾아 이집트 그리스 사모스 크레타섬 스케치 및 전시
2007월간시사문단 시로 등단
센토 그림과 시로 달리다 제2시화집 출간
현재, 한국미협 한국전업미술가협회 버질아메리카 회원
센토와 소녀작가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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