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렌앤 제이의 '11인의 눈과 시선, 그 풍경을 말한다'

1년전 헬렌엔제이가 삼청동에 갤러리를 시작하면서, 이어 LA 베버리힐즈에 스캇엔제이 갤러리를 오픈하였다. 두 갤러리는 권여현 등 한국의 중요한 작가들의전시는 물론, 작품을 미국에 소개하는 등 한미 미술의 교두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나는 이 두 갤러리가 K-컬쳐의 중요한 한국 미술을 해외에 알리는 중요한 몫을 할것이라 생각한다.  

갤러리 개관 1주년 기념전시를 위한 선정한 작가 11명은 비록 그 바라보는 시선과 모습은 각자 다르지만, 매우 독창적이다. 무엇보다 이들은 세대와 나이를 뛰어넘어 각자 독특한 시각을 가진 작가들로 구성되어 있다, 학교, 나이, 경력 그리고 그림에 대한 화풍과 경향도 모두가 각각의 특성을 보여준다.

김선두 작가 작품
김선두 작가 작품

그 작가들의 면모를 한 작가씩 살펴보면 먼저 김선두는 한국화에 정통성을 지키면서 풍경에서 수묵과 채색으로 주목받는 작가이다. 장지에 수십 번 분채로 덧칠해 삶의 느린 풍경을 깊은 삶의 여백 속에서 낮별의 화폭을 만들어낸다. 언제나 꽃과 자연, 그리고 풍경들이 생명력을 가진다.

이종송 작가
이종송 작가

반면 이종송은 그만의 특유한 흙 벽화 기법을 창안해 섬세한 필치와 기법으로 자연의 고즈넉한 풍경을 천연 안료로 형상화 한다. 거칠면서도 온화한 화풍이 구성에서 탁월한 미적 세계를 보여주는 것이 이종송 작가의 매력이다.

전봉열의 경우에는 일관되게 바다의 풍경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그러나 바다를 있는 그대로 묘사하지 않는다. 다만 그 바다를 모델로 자유롭게 창조적으로 변형시키며 회화로 전이시키는 초현실성의 독특한 구성법을 지키고 있다. 바다의 새로운 세계를 창조적으로 만들어내는 비결도 거기에 있다.

이에 비해 최지현은 숲과 꽃을 중요한 모티브로 하지만 아주 충실한 기법으로 숲의 풍경을 담아낸다. 가득 찬 화면에 충만한 숲의 자태들은 작가의 여성성을 유감없이 보여주며 훌륭한 장식성을 곁들이고 있다. 가장 여성성이 짙게 화면에서 넘쳐난다.

이이정은 작가
이이정은 작가

이이정은은 일상 속 생활의 풍경을 포착하는 작가이다. 작가는 주변의 자연이나 풍경을 다시 내면으로 녹여내어 자유로운 형태의 감정으로 풀어낸다. 그것이 구상이거나 추상이거나 작가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 그 풍경들이 어떻게 작가의 마음속에 이입되고 부활하는가이다. 
수평과 수직과 붓질의 하모니가 그래서 작가에게는 더욱 중요하다.

정수지 작가 작품
정수지 작가 작품

장수지는 드물게 자신의 불안한 감정을 주제로 자화상을 그리고 있는 이색적인 인물화가이다. 일찍이 불안이라는 주제를 다루듯 작품 속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여인의 모습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그 불안은 여자의 불안이자 인간의 불안이다. 그러나 작가는 그 불안이 왜 그런가의 이유와 원인을 알려주지 않는다. 장수지 그림이 생각하게 하는 그림인 이유이다.

정상곤의 작품은 여느 풍경화와 다르게 고요한 듯 거칠다. 정적인 풍경 속에 역동적인 붓질과 투박함이 화폭에서, 물감에서 생동감 있게 꿈틀거린다. 정중동이란 이런 것이다.
붓이 스쳐 지나갈 때 슬며시 일어나는 알 수 없는 감흥, 그 감정이 화폭에 벌레처럼 살아 숨 쉰다.
안성규의 도시와 하늘풍경은 극히 일상적인 풍경처럼 보인다. 어쩌면 도시를 감싸고 있는 맑고 청아한 우아한 하늘을 보여준다. 그러나 사실 작가는 도시를 그리려는 것이 아니라 다만 하늘 아래 도시가 놓여 있는 것이다. 마치 윌리엄 터너처럼 폭풍을 위해 하늘의 그림을 보여주듯. 도시를 그리기 위해 하늘이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늘이 도시 위에 있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조연으로 출연하는 것이다. 

이한정 작가 작품
이한정 작가 작품

이한정은 가장 담백하고 서정적인 화풍의 한국화가이다. 그렇다고 눈에 보이는 풍경을 그대로 담아내는 고지식한 화가는 더더욱 아니다. 눈에 보이는 풍경을 마음에 맞는 색상으로 변형시키고 재구성하면서 한국화의 정통성을 이어가고자 한다. 화폭에 원근법과 낯선 색상들의 대비가 돋보인다.
숲의 작가로 불리는 김건일은 실제의 숲과 가상의 숲을 아우른다. 필터로 본 풍경인가 하면 실제 리얼리티한 숲 풍경이 자리하고 있다.
바다 옆에 있는 바위 풍경과 홀의 모습은 더욱 그렇다. 실재의 풍경보다 더 가공된 풍경들은 색채도 마치 필터처럼 개별적이다. 가상의 숲 이미지를 더욱 마음 가득한 상상의 색채로 그린다. 지워내며 이미지를 중첩 시키는 그만의 기법처럼 특징적이다.

김정선 작가 작품
김정선 작가 작품

김정선은 추억의 이미지를 소환하여 회화작업으로 풀어왔다. 그렇다고 그 풍경이나 기억이 아주 특별한 것은 아니다. 작가는 보편적인 사물이나 풍경의 이미지에 자신의 감성을 펼쳐내고 있다. 그 일상적인 혹은 보편적인 이미지들은 작가의 시선을 통하여 새롭게 해석해낸다.
감각적인 이미지 선택, 그것을 담아내는 감성이 부드럽고 공감대를 지니는 것이 이채롭다.

이렇게 11명의 작가들은 정말 각자의 예술적 시선으로 각각의 특질성과 독특한 표현언어로 예술성과 독창성을 확보하고 있다. 
가장 이채로운 것은 이 작가들이 각자의 메시지와 표현으로 흔들리지 않고 반짝인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작가들의 현 주소 뿐만 아니라 미래를 함께 지켜볼 것이다.
이 1주년의 개관전이 10년이 흘러 30년이 되어도 모두 그 작가들만의 고유한 브랜드를 가진 스타화가로 찬란하게 빛나기를 기대하고 응원 한다.
헬렌엔제이가 앞으로 K-art의 세계를 향한 첫걸음의 교두보가 되길 성원한다.  

김 종 근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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