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제115회 김달진미술사이야기는 충무로갤러리에서 2023년 3월 22일 ~ 2023년 4월 7일까지 열리고 있는 김승환 사진전 'Pills 네모심장'을 취재하기 위해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관장과 25일 오후 2시 김승환 사진작가가 있는 갤러리 현장을 찾았다.

김승환 사진작가
김승환 사진작가
김승환 사진작가와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관장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김승환 사진작가와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관장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김달진 관장이 “이번 작품전이 알약에 대한 사진전인데 설명을 부탁합니다.” 질문하자 김승환 작가는 “전시된 작품이 알약처럼 보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전시되어 있는 모든 작품들이 알약을 소재로 작품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제가 알약을 선택하고 소재를 하게 된 이유는 저희 어머니께서 15년 전에 암투병을 하시다 마지막 한 달 전에는 호스피스 병동에 계시다 돌아가셨습니다. 그때 제가 호스피스 병동에서 한 달 정도 있었는데 호스피스 병동에서 나오는 약들이 대부분 마약성 진통제입니다. 그 약을 받아서 어머니께 먹여 드리는데 처음에는 세 알, 일주일 후에는 다섯 알, 알약이 점차 늘어나면서 약효가 세졌죠. 그 때 그 알약들이 빨강, 파랑, 노랑, 초록 등 너무 색이 예쁜 모습들로 이루어 져 있었어요. 그래서 그 알약이 머리에 색인되었는데 후에 사진작업을 하면서 그 모습을 형상화하기 위해 그때부터 집착하고 알약 작업에 들어갔는데 단순히 알약만 가지고 사진 작업을 하면 지금의 모습이 나올 수 없지요. 그런데 제가 어머지 곁에서 보았던 모습은 알약을 먹으면 몸은 편해지지만 정신이 몽롱해지는 결과를 보면서 알약에 대한 집착하면서 알약에 대한 사진적 연구를 시작하게 된 것”이라고 답했다.

김승환 사진전 'Pills 네모심장'
김승환 사진전 'Pills 네모심장'
김승환 사진전 'Pills 네모심장'
김승환 사진전 'Pills 네모심장'

작가노트 

초상(肖像)이 된 공간
아돌프 히틀러는 2차 세계대전 당시 힘으로 유럽 전역을 손에 넣었다. 그의 힘은 광기였고 그것이 미치는 곳은 광대했으며, 홀로코스트의 인간들에게는 생사를 가름 짓는 잔인한 권능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그는 인간을 생체실험의 대상으로 사용 할 만큼 무자비한 권능을 가지고 있었지만, 전쟁에 패하게 되자 베를린 구석의 좁은 지하벙커에서 비참하게 생을 마감하게 되었다. 

 공간은 힘으로 만들어졌으며, 창조됨과 그 영역의 크고 작음은 힘의 행사에 비례된다. 힘을 가진 자가 공간을 지배하고, 그 공간은 물질까지도 소유한다. 
 이 공간은 국립보건원, 질병관리본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사십여 년 간 터를 잡고 인간의 생명 연장과 안락한 삶을 위해 수많은 동물의 생체 실험을 진행했던 곳이다. 일 년에 이만여 마리 가량의 동물이 실험대 위에서 배가 갈린 채 사라져 갔다. 인간의 권능에 대항할 능력이 없는 동물들은 그들의 장기를 실험실 소품으로 고스란히 내놓을 뿐 달리 대항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처음 폐허가 된 이곳의 굳게 닫힌 문을 열고 발을 디뎠을 때 차가운 냉기와 음습한 곰팡이 냄새가 턱밑으로 다가왔다. 대낮에도 햇빛 한 점 들어오지 않아 앞뒤를 분간할 수 없고, 외기와 완전히 차단돼 썩은 공기만 가득한 실험실은 아직도 그들의 가쁜 숨이 남아 있는 듯했다. 그들은 벗어날 수 없는 권능의 공간에 갇혀 언제 닥쳐올지 모르는 죽음의 칼날을 기다리며 공포에 몸서리쳤을 것이다

우리는 그들을 직접 해(害)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땅에 어느 누구도 그들의 죽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모든 사물과 생명체는 서로가 공존하는 관계를 맺고 있을 때 존재를 확인할 수가 있으며 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은 공존의 대상이 이 땅 위의 모든 사물과 생명체임을 간과하고, 타 개체의 존재가 인간을 위한 것이고 그것이 그들에게 부여된 가치이자 의미인 것으로 착각하며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이제 이 공간에 남겨진 그들의 자취와 함께 이 공간마저 또 다른 힘의 논리에 밀려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가고 있다. 새로운 힘은 폐허로 변한 이곳에 또 다른 공간을 건설 하겠지만 그것 또한 누군가의 희생을 필연적으로 수반하고 있을 것이다. 
 이번 작업은 인간 권능에 의해 백만 가지 이상의 생명이 사라진 공간에서 진행하였다. 이 공간에 대한 거창한 역사적 기록이나 시대적 변화의 흐름을 담아내려는 것이 아니다. 
 이 공간 안에서 인간의 힘에 의해 존재의 가치를 깨달을 새도 없이 우리 손에 살해된 그 어떤 생명을 연민하고, 그 공간이 주는 단절과 차별, 그 이기적 의미를 되돌아보기 위해 이곳의 마지막 흔적을 초상으로 오롯이 남긴다 / 김승환

part 1 PiLLs 메세지와 이미지의 변주
part 1 PiLLs 메세지와 이미지의 변주
part 1 PiLLs 메세지와 이미지의 변주
part 1 PiLLs 메세지와 이미지의 변주
part 1 PiLLs 메세지와 이미지의 변주
part 1 PiLLs 메세지와 이미지의 변주
part 1 PiLLs 메세지와 이미지의 변주
part 1 PiLLs 메세지와 이미지의 변주
part 1 PiLLs 메세지와 이미지의 변주
part 1 PiLLs 메세지와 이미지의 변주

part 1 _ Pills (메시지와 이미지의 변주)

생명 현상은 화학적인 반응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모든 생체 세포와 조직 또는 생물의 생활 기능은 무수한 화학반응 체계로 구성되어 있고, 약은 세포의 생활 반응에 직접 관여하여 구조와 기능을 개선하는 화학물질이다. 이러한 약은 인간의 생명 연장과 안락한 삶이라는 욕망을 직접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물질이라는 것을 아무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자연으로 부터 받은 치유의 약을 욕망의 크기와 더불어 그 용도를 확대시켜 나갔고, 결국은 축복이었던 그 쓰임새를 치유와 중독이라는 양날의 칼로 탈바꿈 시켜놓았다. 그 중독은 타인의 시선을 항상 염두에 두며 사회적 통념이 요구하는 대로 사고하고 행동할 수밖에 없는 숨 막히는 현실의 탈출구를 중독을 통해 찾아내려 한 것이 아닐까 한다. 
 작품은 우리가 먹는 알약 캡슐(PILL)을 촬영한 이미지다. 작품에서 알약은 수많은 인간 군상이기도 하며,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cell)이기도 하다. 하나하나의 알약들이 같은 모양으로 만들어졌지만, 태어난 인간이 제각각의 품성을 가지는 것처럼 시간과 조건에 따라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변형되어 간다. 
 부드럽고 포근하며 화려한 색상으로 욕망을 꿈꾸고, 숨 막히게 옥죄어 오는 현실은 까맣게 불타버린 모습으로 대변한다.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그 이면에 따라오는 또 다른 모습을 수만 개의 알약으로 배열하여 구상하고, 그것을 변형시켜 가는 모습으로 추상하여 표현하였다./김승환

Part 2 PiLLs spin-off
Part 2 PiLLs spin-off
Part 2 PiLLs spin-off
Part 2 PiLLs spin-off
Part 2 PiLLs spin-off
Part 2 PiLLs spin-off
Part 2 PiLLs spin-off
Part 2 PiLLs spin-off
Part 2 PiLLs spin-off
Part 2 PiLLs spin-off

part 2 _ Pills spin-off 

 작업은 조그마한 호스피스 병실에서 형형색색의 알약(Pill)을 한 움큼 쥐어 들었을 때부터 시작되었다. 비극은 체험을 통해 인간을 체념으로 끌어내려 생존의 의미를 무력화하려 한다. 이제는 무수한 시간이 흘러 그 체험이 무뎌질 때도 되었건만, 어머니께서 삼키지 못해 침대 보 위로 굴러떨어진 빨간 알약과 구겨진 비닐 조각의 모습은 내 눈앞에 그대로 멈춰있다.
 이미지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가상이나, 표현할 수 없는 심상에서부터 가시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사물들까지 포함하여 이르는 광범위한 개념적 의미를 함유하고 있다. 사진 이미지는 재현된 현상을 포착하여 이미지화하는 것이지만, Pill spin-off는 현상의 포착보다는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표현에 의미를 부여하였으며, 시각적인 감각뿐만 아니라 감정 상태에 따라 달리 각인되는 Pill의 반영적 모습을 단순 미메시스[mimēsis]에 그치지 않고 추상한 작업이다.
  오랫동안 물리적 외형에서 치유의 의미를 찾고자 했다면 이제는 그 형상을 차츰 지워내고 매몰되었던 내부에서 새로이 작업을 시작한다. 대상의 형태에 집착하지 않고, 기억의 재현보다 의식의 흐름 속에서 변화하는 감정을 끌어내 마음속 치유의 본질을 찾고자 한다. /김승환

part 3 Pills 네모심장
part 3 Pills 네모심장
part 3 Pills 네모심장
part 3 Pills 네모심장
part 3 Pills 네모심장
part 3 Pills 네모심장
part 3 Pills 네모심장
part 3 Pills 네모심장
김승환 사진전 'Pills 네모심장'
김승환 사진전 'Pills 네모심장'

part 3 PiLLs 네모 심장

 우리는 어딘가에서 오는 통증이나 말초신경의 쾌감을 느끼는 순간이 돼서야 자신의 육체를 인식하게 된다. 그렇게 하얀 사각의 방 안에서 탈출하려 몸부림치고 나서야 뜯겨나간 통증을 통해 과거의 흔적을 돌아볼 수 있었다.

 과거를 감싸는 껍데기에 대한 묘사에 의존했던 순간에서 껍질을 뚫고 나와 거울에 비춰진 나의 심장을 들여다본다. 제각각 모습으로 뜯겨진 그것들의 모습은 변화의 결과를 옳고 그름으로 논하지 않고 탈출한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준다. 사각의 흰색 틀은 더 이상 우리를 감싸고 있는 현실의 공간이 아니다. 내게는 무한한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는 네모난 요람이다.

 틀에서 빠져나온 심장은 묵직하게 원색적 자취를 남긴다. 거울에 비쳐 사면으로 분절된 심장의 흔적은 거울 넘어에서 과거의 모습을 상상하게 하고, 그 시간 동안의 고통을 흐릿하게 상기시킨다. 시간이 지나면 고통의 실재(實在)는 흐릿해질 것이고 뇌리의 이미지는 실제(實際)의 대상보다 오래 각인될 것이다.

 작가는 표현에 있어서 무제한적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 시간의 한 켜를 평면에 못박아 고정시킨 이미지로 창작된 결과물에서 형태와 소재 그리고 형식의 전이를 통해 평면을 독립시키고 대상을 실재(實在)로 연장시켜, 창작의 의미를 가지런히 하고자 한다. /김승환

김승환 사진전 'Pills 네모심장'
김승환 사진전 'Pills 네모심장'

 

저작권자 © 아트코리아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