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유적 ‘萬人義塚’의 연극화 작업을 하는 남원의 극작가 노경식

[아트코리아방송 = 김종숙 기자] 역사유적 ‘萬人義塚’의 연극화 작업을 하고 있는 下井堂 노경식 (극작가)를 소개한다.

노경식 극작가
노경식 극작가

 

내가 고향 땅 남원시의 북쪽에 있는 역사유적지 ‘만인의총’을 극화하기 시작한 때는 1986년의 일이다. 오늘날 보는 만인의총의 향교동 위치는 그 옛날의 南原驛舍 구건물의 麗水行 철로길 구내에 있는 석탄더미 뒤쪽이었다. 그 새까맣고 산더미같이 높이 쌓여있는 석탄더미 위쪽의 물논(水畓) 가운데에 파묻히듯이 초라하게 버려져 있었던 ‘만인의총 墓地’를 새 자리로 옮겨서 단장한 것이 오늘날의 반듯하고 웅장하고 아름다운 현재 모습이다. 익히 아다시피 만인의총은 16세기 일본의 도요토미 히데요시(豐臣秀吉)가 침략전쟁을 일으켜서 丁酉再亂(1597) 때 전라도 남녘의 전략 요충지 南原城을 포위 공격함으로써 관군과 명나라 군사 및 민간 백성을 포함하여 1만여 명이 옥쇄한, 屍山血河의 천추의 恨이 서린 비극의 땅이다. 그 ‘만인의총’의 역사적 사실을 그 당시 국방부의 육군본부 정훈감실 위촉으로, 우연찮게(?) 희곡작품으로 처음 집필하게 된 것은, 나로서는 고향 땅과의 깊은 世俗 인연이며 과분한 행운이라고 하겠다. 그러고 보니까 어느덧 36년의 세월이 흘러갔다.

(『노경식희곡집』제3권 상재) 그때 발표한 작품의 구성과 주제는 전적으로 民草의 시각에서 바라다본 작가의 문학적 상상력과 연극적 虛構의 산물이었다. 다시 말하면 임현 남원부사와 전라병사 이복남 장군, 접반사 정기원 등 官 · 軍의 등장인물들은 한낱 조연급으로 물러나 있었음을 뜻하는 말이다. 어디까지나 아무 이름도 없이 사라져간 서민 백성들의 죽음의 슬픈 이야기. 왜냐하면 그들 民草야말로 남원성이 함락되는 비극과 비운에 처하였을 때 장렬하게 죽음을 맞이한 殉節의 우국충신들이었으니까. 

이 작품은 그 당시 육군본부 정훈감실의 기획으로 창설된 「육군무열예술단」(2군사령부, 대구)의 창단작품으로 선정되어 공연을 갖게 된 것이다. 나는 그때 <만인의총>의 첫 시작을 작품의 역사적 소재지인 전북 南原市에서 올릴 것을 제안하였고, 그리하여 지금의 남원시립도서관(그당시 ‘남원소방서’)에서 개막공연을 가졌다. 남원시장을 비롯한 남원유지들 및 남원문화원장 등 여러 시민 문화인들이 관극하였다. 그러고나서는 蛟龍山城에 주둔하고 있던 모 특수부대를 출발점으로 하여, 그해 6월에서 10월 사이에 연대 단위의 예하부대 및 해당 지역의 주민 위문을 겸하여 총 120여 회의 순회공연을 거두었다. 그러고 이듬해는 또다시 북쪽 휴전선 일대의 일선부대를 1년간 순회공연하는 등 훌륭한 성과를 기록하였다. 여기서 蛇足삼아 한 가지를 첨언하면 ‘萬人義塚’의 사적지가 곧바로 작가 본인의 고향 이야기라서 나는 더욱이 애착이 깊었으며, 그래서 그런지 나는 육군본부 정훈감 아무개 장군과 함께 남원시장님으로부터 「감사패」까지 받는 기쁨과 영광을 누렸다.

그러고 세월이 흘러서 2010년대에 뜻하지 않은 일이 발생하였다. 정유재란 당시 순국한 南原府使 사또 임현의 후손이 일본 땅에 뿌리를 내려서 면면히 오늘날까지 살아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忠簡公 任鉉의 家系는 豐川任氏. 뜬금없이 풍천임씨 문중에서 나에게 연락이 왔다. 任氏門中에서는 자신들의 선조인 南原府使 任鉉의 殉節記를 극화해 주기를 은근히 희망하고, <만인의총>의 작가에게 이를 요청해 온 것이다. 그런데 나의 또 다른 역사극 <두 영웅>의 소재가 된 임진왜란의 義僧兵蔣 四溟堂 惟政大師 또한 우연찮게도(?) 임현사또와는 같은 宗門이라는 사실이다. 護國聖師 사명대사도 교룡산성을 修築하는 데 남원에서 힘을 보태신 어른이다. 그래서 이래저래 작품을 다시 한번 손대보자고 마음을 굳혔다. 그런데 요번에는 등장인물을 뭉뚱그려서, 관 · 군의 입장에서 총체적으로 새롭게 개작한 셈이다.

작품 제목도 <만인의총>에서 <하늘도 울고 땅도 울고>(『노경식희곡집』제6권 상재)로 바꾸고. 그러니까 나로서는 내 고향의 ‘남원만인의총’의 완결편(?)이라고나 할까? 그러고 이와 같은 작업은 임씨문중의 임영훈 장군(예비역)과 임씨종친회(임용빈 회장)의 적극적 참여와 열성, 후원에 힘입었을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 그리하여 2012년 봄에 새책 ‘忠簡公 愛灘任鉉 南原府使 殉節記’『하늘도 울고 땅도 울고』(충간공기념사업회)가 마침내 나의 책임편집으로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던 것이다.   

여기서 기적 같은 사실을 하나 더 밝혀야겠다. 남원성이 함락될 때 일본군에게 납치되어 간 임현사또의 어린 손자(5, 6세)가 일본에 살아남아서 4백 년이 흘러간 오늘까지 ‘이노모토’(井元)라는 賜姓으로 핏줄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 임씨문중에서도 그런 피 맺힌 血痕의 이야기를 몇 년 전에사 우연히 접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또 하나 작가 내가 뒤늦게 알게 된 사실도 있다. 지금 남원 만인의총의 ‘역사유물전시관’에는 옛날 지도 한 장이 소장되어 있다. 그것은 정유재란(1597) 당시의 전투상황을 그린 『南原城侵攻作戰圖』로 화가 이름은 일본인 가와구미 후사쿠니(川上久國). 이런 귀중한 古地圖의 복사본을 일본에서 구하여 남원시에 기증해 준 사람이 과연 누구일까? 그것은 조선의 핏줄이다. 그때에 남원성에서 순국한 전라병사 이복남 장군의 3남 李聖賢이 일본에 끌려가게 되었고, 오늘날까지 그 후손이 대를 이어오고 있는 문학박사 리노이에 마사후미(李家正文 1909-1998)씨가 어렵사리 구해서 보내준 것이라는 점이다. 한 가문의 면면히 흘러가는 뜨거운 핏줄과 뿌리, 그 뿌리의 血痕이 아니랴! --

우리 남원 고장은 <춘향전>과 <흥보전> <변강쇠타령> 등 판소리 세 마당을 낳은 판소리의 本鄕이자 탯자리이다. 나의 창작연극 <만인의총> 역시 판소리 唱劇으로 창작되어서, 우리네 젖줄 요천수 강변의 ‘춘향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되는 그날을 기대해본다.  

서울로 가는 기차 - 프랑스 번역극
서울로 가는 기차 - 프랑스 번역극

 

 

주요작품

<달집>(71) <징비록>(75) <소작지>(79) <탑>(79) <북>(81) <정읍사>(82) <하늘만큼 먼나라>(85) <춤추는 꿀벌>(92) <징게맹개 너른들>(뮤지컬, 94) <서울 가는 길>(95) <千年의 바람>(99) <찬란한 슬픔>(2002) <反民特委>(2005) <,>(2007) <圃隱 鄭夢周>(2008) 외 40여 편.

저서

『노경식희곡집 1권- 달집』『2권- 정읍사』 『3권- 하늘만큼 먼나라』 『4권- 징게맹개 너른들』 『5권- 서울 가는 길』 『6권- 두 영웅』 『7권- 연극놀이』역사소설 『무학대사』(상하 2권) 『사명대사』(상중하 3권) 『신돈- 그 착종의 그림자』 프랑스희곡집 『Un pays aussi lointain que le ciel』(‘하늘만큼 먼나라‘ 외) 『韓國現代戱曲集 5』(일본어, <달집> 게재) 『압록강 ‘이뿌콰’를 아십니까』(노경식散文集) 『국립예술자료원 구술예술사 ‘노경식’

주요수상

‘백상예술대상’ 희곡상(3차례) ‘한국연극예술상’(1983) ‘서울연극제 대상’(1985) ‘동아연극상 작품상’(1989) ‘大山문학상’(희곡, 1999) ’行願문화상‘(문학부문, 2000) ’동랑 유치진 연극상‘(2003) ’한국희곡문학상 대상‘(2005) ’서울특별시문화상‘(연극, 2006) ’한국예총예술문화상 대상‘(연극, 2009) ’대한민국예술원상‘(예술, 2012) 등 다수

현 재

서울연극협회 고문/ 한국문인협회 자문위원/
(재) 차범석연극재단 이사/ (사) 사명당기념사업회 이사/
(재)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고문ㅅ서울로

저작권자 © 아트코리아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