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서울시 용산구 이촌로 54길에 위치한 이건용 화백의 화실은 그의 유명세 만큼이나 작업의 흔적들로 선들이 모여 공간의 형태를 이루어 가는 신체드로잉 행위예술로 가득했다.

한국의 개념미술과 행위예술 선구자 이건용 작가
한국의 개념미술과 행위예술 선구자 이건용 작가

이 화백은 화판 뒤에 서서 신체드로잉의 행위를 직접 보여줌으로써 촬영하고 있는 나와 김종근 미술평론가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건용 화백은 실제로 작업과정을 보여주며 설명을 곁들여 주었다.

이건용 화백의 회화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이건용 화백의 회화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자! 보세요.
이렇게 아름다운 푸른색에다 캠퍼스에다 지금 제가 평소에 하는 실제 드로잉을 보여 드리려고 합니다.
저는 두 가지나 세 가지 정도 색만 쓰려고 합니다.
회화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이제 그걸 보여주는 거죠.
자! 보세요.

한국의 개념미술과 행위예술 선구자 이건용 작가
한국의 개념미술과 행위예술 선구자 이건용 작가

나는 어떤 선이 그어지는지 몰라요.
볼 수가 없어요.
뒤에 있으니까 그렇지만 지금 앞에서 보시는 분은 그 선들을 보고 있는 거지요.
자~
뒤에서 선을 이렇게 긋는 거야.
만약에 내가 지금 이렇게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선을 그었는데 앞에서 그었으면 내가 어떻게 그걸 나는 많이 의도가 있으니까, 여러가지로 고려하면서 그었는데 모르겠어요.
내 오른팔 손을 넘겨가지고 선을 그었으니까요.

한국의 개념미술과 행위예술 선구자 이건용 작가
한국의 개념미술과 행위예술 선구자 이건용 작가

자! 그다음에는 조금 밝은색을 이번에 한 번 칠해 보려고요.
어두운색을 먼저 칠하고 밝은색을 칠하니까 자기 색들이 개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기네들끼리 섞이는 거죠.
이런 것들이 회화에 있어서 여러 가지 토론을 만들고, 여러 가지 조화를 만들면서 회화를 성립시키는 거예요.

한국의 개념미술과 행위예술 선구자 이건용 작가
한국의 개념미술과 행위예술 선구자 이건용 작가

나는 내가 규칙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손을 넘겨서 했어요.
어떻게 지금 앞에서도 보시는데 뭐 이 정도 해도 괜찮은 회화가 되는지 모르겠어요?
우리 집사람이 앞에서 봤으면 아! 됐어.
이제 그만해 좀...

한국의 개념미술과 행위예술 선구자 이건용 작가
한국의 개념미술과 행위예술 선구자 이건용 작가

아! 이쪽을 더 그었으면 뭐 이런 요구가 있는데 난 전혀 알 수가 없는 겁니다.
자 이번에는 한번 따뜻한 색깔을 몇 군데 한 번 칠해 보려고 합니다.
앞에 촬영하시는 분도 표정이 아주 좋으신 거 보니까 괜찮게 된 거 같은 느낌이 드는데 자! 이렇게 회화가 가지고 있는, 다시 말해서 그림이 가지고 있는 신체와 재료와 그 평면이 만나는 관계를 이렇게 자연스럽게 보여 줬습니다.
이거는 나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팔을 넘겨서 그을 수 있는 세 살짜리도 할 수 있는거고 100살 먹은 노인도 손만 내밀 수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니까, 이 현상을 통해서 우리는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것이 첫째고, 두 번째로는 회화라는 것은 그런 재료들이 그렇게 만나서 이루어진다는 현상을 갔다가 확실하게 봄으로써 충분히 커뮤니케이션이 된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이건용 작가 실제 작품 현장에서

한국의 개념미술과 행위예술 선구자 이건용 작가
한국의 개념미술과 행위예술 선구자 이건용 작가
이건용 작가와 김종근 미술평론가가 촬영 후 익살스럽게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건용 작가와 김종근 미술평론가가 촬영 후 익살스럽게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건용 작가의 선은 역동적이다. 1960년대 후반부터 한국의 아방가르드 전위예술을 이끌어 온 이건용 작가는 자연의 소재를 활용한 설치 작품부터 다양한 매개체로 표현한 행위적 퍼포먼스의 결과인 회화까지, 전위성과 독창성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본 작품들을 작업해 왔다.

1976년부터 시작된 그의 ‘신체드로잉’ 연작은 캔버스를 등지고 선 채 팔을 뒤로 뻗어서 그림을 그리는 방식을 취했다. 이에 작가 스스로도 예측할 수 없는 선이 그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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