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택 아트코리아방송 논설고문칭찬합시다 운동본부 총재

북한에도 언어 예정이 있다고 한다. 웃어른에겐존칭어를 쓰고 직장 동료에겐 ‘동무’, 상사에겐 ‘동지’라는 호칭을 붙여야 한다. 얼마 전 김여정이 관장하는 노동당 기관지가 간부 덕목으로 ‘언어 예절’을 강조하기도 했다.

일상생활에선 욕을 해도 속담을 비틀거나 우스개를 담는 경우가 많다. “갈비뼈 순서를 혁명적으로 바꿔 놓겠다.” “낮가죽이 소발통(소발굽) 같은X”라는 식이다. 그런데 한-미를 향해선 말 폭탄을 퍼붓는다.

한국 전 대통령을 ‘쥐새끼’, ‘박쥐’라고 부른 건 양반이다. 다른 대통령에겐 ‘정치 창녀’, ‘민족 매음부’, ‘애기도 못 낳은’이라고 했다. ‘미국 위안부’라고도 했다. 오바마 전 대통력은 ‘아프리카 원숭이’였다.

인종, 성, 신체 등 문명국에서 금기로 돼 있는 공경을 골라서 한다. 북 외교관을 지낸 래영호 의원은 한-미 비난 글을 쓸 때는 “불타는 적개심으로 원수의 심장을 찌르는 심정으로 쓰라”는 교육을 받는다고 했다.

이 욕설들은 김일성대 역사, 어문학부 등을 나온 엘리트들이 만들어 낸다. 대남 막말은 통일진선부 대미는 외무성, 군 관련은 정찰총국이 맡는다고 한다.

부서마다 100명 이상 옥설 전문 인력들이 신박한 표현을 매일 궁리한다. 김씨 일가 선전, 선동을 직접 챙기는 만큼 눈에 띄면 고속 출세할 수 있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북측 주역이던 송호경 통진부 부부장이 대표적이라고 한다.

북 선전 기관이 문재인 대통력의 남, 북, 미 선순환 관계 구상을 “달나라 타령”이라고 비난했다. 고위 탈북인은 ‘문(Moon) 대통령을 빗대려고 지여낸 표현일 것’이라고 했다. ‘더러운 개무리’같은 욕도 평소엔 잘 안 쓴다고 한다. 전문 인력들이 개발한 표현일 것이다. 효과가 있다고 판단하면 반복 사용한다.

작년 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삶은 소대가리가 웃을 노릇”이라고 했는데 이명박 정부 때도 했던 말이다. 북한이 욕설 개발 인력까지 운영하는 것은 김씨 일가가 좋아하는 데다 말 폭탄도 중요한 무기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욕설 무기가 안 통하는 상대에겐 조심한다. 2018년 싱가포르 미, 북 회담을 앞두고 외무성 부상이 펜쉬 부통령을 “어둔한 얼뜨기”라고 비난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취소를 선언했다. 이후 북은 트럼프와 펜시에 대한 원색적 비난을 못하고 있다.

북한이 개성에 있는 남북 공동 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김여정이 “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위협한 지 사흘 만이다. 우리 세금 약 180억원으로 지은 건물이 김여정 한마디에 가루가 됐다.

연락사무소 설치는 2018년 남북 정상이 판문점 선언에서 항의한 것이다. 이번 폭파는 북이 판문점 선언을 파기한다는 행동으로 불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북을 달랜다며 ‘전단 금지법’을 만들고 탈북민을 수사 의뢰하고,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을 재개한다고 했지만 북은 ‘그걸로는 어림도 없다’며 걷어찬 것이다.

북의 이런 행동은 계획된 것이다. 북한군은 이날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지역 등에 다시 군사를 전진 배치할 것을 예고했다. 대남 삐라(전단) 살포 계획도 밝혔다. 북한군은 “군사 계획을 작성해 당 중앙군사위원회 승인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핵, ICGM 같은 전략 도발이나 우리 영토, 영해를 직접 위협하는 수준의 공격이 중앙군사위 승인 사안이다. 연락사무소 폭파를 시작으로 개성공단, 금강산, NLL 등을 건드리며 한반도 윅 지수를 끌어올리겠다는 의미다.

북한은 무엇보다 협박과 남북 관계 단절, 무력 사용 등을 통한 난관 돌파는 원천 불가능하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북한 스스로 더욱 깊은 쇠퇴의 수렁에 빠질 뿐이다. 

북한은 어려울수록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북한의 예상되는 파괴적 행위에 정부와 군 당국의 대응은 가장 중요하다. 대화의 끈은 놓지 않더라고 국민이 불안하지 않도록 예상되는 모든 도발의 경우에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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