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택 아트코리아방송 논설고문칭찬합시다 운동본부 총재

병로 초대 대법원장은 이승만 대통령과 자주 충돌했다. 국회 프락치 사건, 의원 횡렬 사건 등에서 정권 뜻에 반하는 판결이 속출하자 이 대통령은 국회 연설에서 “우리 법관들이 세계에서 유례없는 권리를 행사한다.”고 정면 공격했다.

김 대법원장은 “이의 있으면 항소하시오”라는 짧은 말로 받아넘겼다. 서슬 퍼렇던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았던 그는 ‘사법부 독립’의 상징이 됐다. 서초동 대법원 입구에 그 흉상이 서 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공해 관련 사건이 대법원에 넘어왔다.

박 대통령이 ‘보릿고개 간신히 넘기고 있느데 연기 좀 마신다고 문제 삼으면 조국 근대화는 어지 되겠느냐’는 메시지를 사법부에 전달했다. 그럼에도 당시 대법원은 공해 피해자들을 보호하는 판결을 내렸다.

과거 권력이 판사를 늘려도 법과 양심에 따라 꼬장꼬장 판경을 내리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권력은 이런 사법부를 어떡해서든 통제하려 했다. 5-16 직후 박정희 정권은 판사 인사를 담당하는 법원행정처 처장에 육군 대령을 임명했다.

고위 법관이 맞던 자리였다. 정권에 거스르는 판경을 한 대법관을 날려버리기도 했다. 사법 장악에 저항하던 숱한 판사들이 고초를 겪었다. 사법부가 정치 권력에 물드는 것을 막아야 민주주의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검사와 달리 판사 하다가 곧바로 국회의원이 되거나 청와대로 가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 거래 의혹을 “사법 독립 부정”이라고 몰아세웠던 부장판사가 법원을 떠났다. 여당 출마설이 파다하다. 양 전 대법원장의 강제징용 판결 연기 의혹을 제기했던 부장판사도 여당으로 총선에 나온다고 한다.

모두 특정 판사 서클출신으로 ‘양승태 때리기’에 앞장섰던 사람들이다. 청와대 법무비서관 두 명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전 정권 대법원을 비난한 배경에 자신의 정치적 목적이 깔린 것은 아닌가. 이 정부 들어 한 판사는 법원 게시판에 ‘재판이 곧 정치’라고 썼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결정문에는‘최순실 일파’나 ‘국정 농단’같은 정치적 표현이 등장한다. 병역 거부 무죄 판결문에 “5.18 진실을 알린 건 택시 운전사”라고 쓴 판사도 있다. 재판이 정치판으로 변하고 있다는 탄식이 나온다.

이제 정치 성향이 같은 판사들이 베지를 달고 승진에 목을 메는 판사들이 그 눈치를 본다면 사법부가 어떻게 되겠나! 자기 재판에 만족하는 사람은 드물다. 100% 무죄 선고를 받거나 완전히 승소한 경우가 아니라면 불만이 있게 마련이다. 그래도 사회가 법원을 존중하는 것은 판사가 법률과 양심에 따라 판결한다는 기본적인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법원에 대한 신뢰는 만인 대 만인의 투쟁으로 공동체가 붕괴하는 사태를 막는다. 법관들도 직업적 소명을 생각할 때마다 사법부에 대한 이런 믿음과 기대를 떠올렸을 것이다. 법관들이 권력을 얻기 위해 판사 경력을 이용한다는 인식이 국민 사이에 퍼지면 법원과 재판의 권위가 무너진다. 법정에 서는 모든 사람이 정파적 이해나 신념에 따라 판사가 재판한다는 불신을 떨칠 수 없게 된다.

헌법을 통해 법관의 독립적 지위를 보장하고 정부가 판사에게 고액의 급여를 지급하는 것에는 세속의 욕심에 현혹되지 말고 공명정대한 재판을 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 판사는 임용 때 3급 공무원에 준하는 대우를 받고 지법 부장판사가 되면 1급 공무원 위치가 된다.

그런 지위와 예우를 누리고 정치 권력까지 탐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우가 아니다. 지금이라도 잘못을 깨닫고 자신에게 맡겨진 소임에 충실한 대다수 법관, 그리고 국민에게 사과하기 바란다.

법원이 흔들리고 있는데도 최고 어른인 김명수 대법원장은 침묵하고 있다. CORDAL 방기이고, 직무유기다. 집안 가장이 이러니 판사들이 본분을 망각하는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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