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서대문구 연희로에 위치한 카페 보스토크x스페이스 공공연희에서는 2019. 12. 15 ~ 2019. 12. 23까지 개시 Notice of Commencement - 김영경展이 열리고 있다.

개시 Notice of Commencement - 김영경展

개시 Notice of Commencement
김영경


삼선5구역에 거주하거나 그곳을 일터로 삼아 온 사람들의 일상과 개인사를 사적으로 탐구, 기록하고 있다. 삼선5구역은 사람들이 서울 성곽 밖으로 하나둘 모여 집을 짓고 살면서 만들어진 동네다. 여기에는 현재 나의 작업실도 위치해 있으며 이곳은 재개발이 확정됨에 따라 2019년 10월에 ‘이주 개시 공고’가 난 지역이기도 하다. 약 1년 반 전 이곳으로 처음 이사 왔을 때, 아파트에서만 살아왔던 나에게는 이곳의 중구 난방한, 다른 말로 표현하면 다양하고 독립적인 문화가 낯설고도 새롭게 다가왔다.

개시 Notice of Commencement - 김영경展

각 주택의 개성 있는 생김새, 이웃 간의 상호밀착형 소통방식, 그리고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다양한 역할로 쓰이고 있는 사물 등. 계획도시에는 부재하는 여러 가지 의외의 상황들은 이 동네에 대한 애정을 불러일으켰고, 나아가 각 집 안에는 어떤 이야기가 자리하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한편으로는 이제 이런 장면들을 더는 볼 수 없다는 생각에 괜히 조바심도 났다. 그렇기에 나는 삼선5구역을 중심으로, 갖고 싶은데 이제는 가질 수 없는 것들을 사진으로 찍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 사실인 듯 사실이 아닌, 혹은 거짓인 듯 사실인 소설을 쓰고 있다.

개시 Notice of Commencement - 김영경展

어느 지역이 사라지면 그곳의 문화도 사라진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처음의 호기심을 확장하여 작업을 풀어나가는 중이다. 나에게 확장이란 양적 팽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세밀하게 그 내부로 들어가는 것을 뜻한다. 처음에는 혼자 삼선5구역을 배회하다가, 길에서 혹은 어떤 상황에서 동네 사람을 만나고, 알게 된 사람의 집으로 찾아가고, 그곳에 살면서 있었던 일을 듣고, 그만의 의미를 가진 사물을 바라보며 그들의 하루를 따라가 본다. 처음에 하나의 덩어리로 인식되었던 삼선5구역은 작업을 거듭할수록 점차 ‘확장’되어 이곳의 지인들을 고정점 삼아 세분되었다. 나는 이런 의미의 확장을 작업에 대입 시켜 삼선5구역의 주택과 빌라들의 선을 넘고, 그 속에 거주하고 있는 개인에게 들어가고 있다.

개시 Notice of Commencement - 김영경展

‘개시’는 내가 작업을 하는 내내 삼선5구역에 대해 가졌던 인식을 드러내 준다. 현재 삼선5구역은 실존하는 지역이지만 2020년부터는 철거가 진행됨에 따라 ‘존재했던’ 지역으로 바뀌게 된다. 그래서인지 내가 이 동네의 아쉬운 것들을 사진과 소설로 잡아 나갈 때, 지금 마주하고 있는 이곳이 없어지는 상황을 늘 전제하곤 했었다. 나에게 삼선5구역은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지역이었다.

개시 Notice of Commencement - 김영경展

이런 맥락에서 두 매체의 결합은, 우리가 과거를 떠올리는 방식으로 ‘개시’를 관람하게 해주는 장치라고 볼 수 있다. 나중에 과거의 시점으로 옮겨질 이 동네는 실질적인 마주침이 아니라 그곳에 대한 재현물과 상상을 통해서 인식되고 해석될 것이다. 이처럼 ‘개시’에서는 삼선5구역의 실제를 보여주는 재현물로써 사진을, 그리고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로써 소설을 이용한다. 나는 재개발로 인해 없어질 삼선5구역의, 없어진 시점을 상상하며, 작업을 하는 과정 중에 바뀌어갔던 삼선5구역에 대한 나의 인식을 나타내보고자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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