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종로구 평창36길에 위치한 금보성아트센터에서는 2019. 11. 20 ~ 2019. 12. 11까지 이흥덕展 - PART1 '제2회 한국작가상'이 전시될 예정이다.

이흥덕展 - PART1 '제2회 한국작가상'

2018 한국작가상 심사평
이범헌(사단법인 한국미술협회 이사장)


이흥덕의 창작욕은 인간에 대한 애정으로부터 출발한다. 현실의 부조리와 부당함에 신음하는 인간군상을 향한 애정 어린 분노와 연민이 작품의 동력이기 때문이다. 작가의 애정이 유의미함은 인간이 보편적으로 가지는 심리인 위선, 현학, 탈속의 도사연하는 허위의식을 뛰어넘고, 일상의 부조리와 모순을 들추고 비판하는 녹록치 않은 용기를 획득하기 때문이다. 불편한 현실을 불편하다고 발언하는 것은 자신이 갖지 못한 것에 대한 피해의식과 자격지심을고백하는 수줍은 일이며, 공고한 기득권에 저항하는 용기백배의 버거운 일이기도 하다. 관객은 이흥덕의 작품 앞에서 일상의 인간욕망본연의 민낯을, 감춰온 허위의식을 들킨,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불편하지만 동시에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이흥덕展 - PART1 '제2회 한국작가상'

진지하되 심각하지 않고, 비판적이되 기지가 넘치는 희화화한 기술방식은 사회주의 리얼리즘보다는 비판적 리얼리즘에 가까워 고맙고 다행스럽다. 40여년 넘는 화업을 한결같이 인간의 심연에 천착하는 이흥덕의 작품은 인간의 오욕칠정을 가장 희망적인 조형언어로 풀어내어, 대중들로 하여금 해방감과 면죄부를 받게 하는 구원의 손길이기도 하다. “세상 모든 상대적가치의 사이에서 균형감을 갖고 싶다”는 작가는 “도덕을 세상의 중심에 놓고 희망을 노래”하는 값진 창작물을 세상에 부여하기에 간단없이 계속되어야 한다.

이흥덕展 - PART1 '제2회 한국작가상'

제2회 한국작가상
심사위원장 김종근(미술평론가)


최종수상 후보에 오른 3인의 본심 심사 진행에 앞서 공모와 심사제도에 대한 위원의 제안이 있었다. 앞으로는 좀 더 폭 넓고 우수한 작가를 선정하기 위해 공모제도와 추천제도를 병행하여 훌륭한 작가가 심사에서 제외되는 일이 없도록 개선하자는데 동의 했다. 그리고 운영위원회는 이상을 한국미술협회와 공동으로 주최 하자는데 합의 했다.

이흥덕展 - PART1 '제2회 한국작가상'

이후 심사위원들은 3명의 후보 가운데서 각자가 추천하는 작가의 추천 이유와 의견을 각각 발표했다. 심사위원 의견 중에는 특정한 수상후보 2인이 이미 다른 미술상을 수상해서 심사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심사의 제도상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이견이 제시 되었다.

이흥덕展 - PART1 '제2회 한국작가상'

또 다른 의견은 현재 화단에 침체 위기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동양화단의 상황을 고려하여 후보 중에 오른 한국화가를 적극적으로 추천한다는 견해도 제시 되었다.

그러나 심사위원단은 본 상의 취지와 성격, 정체성을 지키는데 동의 했다. 그리하여 오랫동안 독창적인 시선으로 현실에 비판적인 문제들을 일관되게 다뤄온 이흥덕 작가를 한국작가상 2회 수상작가로 결정했다.

이흥덕展 - PART1 '제2회 한국작가상'

특히 이흥덕 작가는 1980년에서부터 현재까지 40여년 동안 우리 시대 욕망의 다양한 도시풍경을 유머러스한 그만의 화풍으로 해석 해내는 작품을 보여주었다. 특히 화면 구성에서 일상적 대중 공간을 무대로 현대인의 삶과 불안의 본능을 강렬한 색채로 독창적으로 풀어낸 점에 크게 주목했다.

이흥덕 작가는 민중미술과 또 다른 형상성 있는 어법으로 성, 불안, 폭력 등의 소재를 풍자적으로는, 때로는 에로티시즘적인 수사학을 통해서 동시대의 인간상을 형상화한 점을 크게 평가하여 수상작가로 선정 되었다.

이흥덕展 - PART1 '제2회 한국작가상'

2018 한국작가상 심사평
고충환(미술평론)


객관적인 현실은 없다. 다만 우연하고 무분별한, 우발적이고 산발적인 현실의 조각들이 있을 뿐. 이런 산만한 현실의 편린들로부터 추상해낸 것이 전형이고, 그 전형이 전개되는 장소가 객관적 현실이다. 그러므로 객관적 현실은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상상력을 매개로 추상해낸 것이다. 게오르그 루카치가 전형을 창조라고 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므로 다시, 전형을 창조하기 위해선, 객관적 현실의 지평을 전개해 보이기 위해선 무분별한 현실 그대로가 아닌, 현실을 극화해야 한다. 극화된 현실을 통해 비로소 산만한 현실이 더 잘 보이고, 무분별한 현실이 분별되게 보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흥덕 작가의 서사적 장치가 있다. 바로 극장이며 무대다. 흔히 삶을 극장에다가 비유한다. 인생극장이다. 이흥덕 작가의 그림은 삶이라는 연극이 실연되는 무대를 보는 것 같고, 한 시대의 풍속도가 상연되는 극장 같다. 작가는 각각 카페를 그리고 지하철을 그 무대로 설정한다. 작가에게 카페 그리고 지하철은 한 시대의 풍속도가 오롯이 그 실체를 얻는 삶의 축도다. 특히 지하철이 그렇다. 흔히 지하철을 지옥철이라고 한다. 콩나물시루 같은 열악한 교통현실을 빗댄 말이지만, 왠지 그 말은 삶이 곧 지옥이고, 지하철이 그 지옥의 축도라는 말처럼 들린다.

이흥덕展 - PART1 '제2회 한국작가상'

고무바지를 입고 배로 기는 거지, 노숙자, 술주정꾼, 신문 너머로 옆자리에 앉아 졸고 있는 여자의 허벅지를 힐끗거리는 사내, 마사지 걸에게 엉덩이를 내맡긴 채 느긋하게 담배를 피우는 남자, 성기마냥 빨갛고 긴 코를 킁킁거리는 남자, 헐떡이는 남자와 껄떡거리는 사내, 귓속말하는 사람, 예수와 부처, 무당과 12지, 쫒는 자와 쫒기는 자. 그리고 그 모두를 관망하는 작가. 그 카페와 지하철에는 형이상학이 있고 형이하학이 있다. 종교가 있고 욕망이 있다. 자본이 있고 잉여(잉여인간?)가 있다. 표면을 소비하는 대중문화가 있고 끈적거리는 에로스가 있다. 몰염치가 있고 용서가 있다. 그것들이 무차별하게 등가치를 이룬 카오스적 현실이 있다. 여기서 작가는 다만 풍자할 뿐, 사회적 현실에 대한 비판을 대중의 몫으로 남긴다. 다시, 여기서 풍자는 객관적 현실을 위해 사회적 현실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게 해주는 미학적 장치로 보면 되겠다.

이흥덕展 - PART1 '제2회 한국작가상'

2016년 첫 제정된 한국작가상이 올해의 작가로서 이흥덕 작가를 선정했다. 그동안 작가가 보여준 성과에 비해, 그리고 작업이 갖는 위상에 비해 각종 수상제도로부터 소외된 작가를 발굴 선정하는 것이 본 상의 취지다. 돌이켜보면 1회 수상작가(유휴열)나 이번 2회 수상작가(이흥덕)는 이런 취지에 걸 맞는 선정이었던 것 같다. 향후 숨어있는(?) 근성 있는 작가가 선정될 수 있도록 지금의 제도를 더 정교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본 수상제도가 지향해야 할 성격에 대해서도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한국작가상이라는 타이틀에 대해서도 제고해볼 여지가 있다는 생각이다. 여하한 경우에도 이런 듬직한 수상제도가 하나 더 생겼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이흥덕展 - PART1 '제2회 한국작가상'

2018 한국작가상 심사평

박영택(경기대교수, 미술평론가)


한국의 모든 미술상은 모호하다. 개별 상들이 지닌 정체성을 파악하기가 무척 곤혹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상들이 도열해 있다. 물론 모든 상들이 저마다 특별한 개별성, 차별성을 온전히 지니기가 어렵다는 것은 안다. 그러나 최소한 상을 제정했다면 그 상이 지향해야 할 성격, 이념 같은 것들은 최소한 유지되어야 하고 그것을 견지하려는 노력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점을 심사위원들은 숙지하고 공유하여야 할 것이다.

이흥덕展 - PART1 '제2회 한국작가상'

제2회 한국작가상 수상자로 이흥덕 서양화가가 선정되었다. 추천되어 올라온 작가명단 중에서 선정되었다. 심사위원들은 주어진 조건 속에서 가능한 이 상이 지닌 의미를 생각하고 그것에 합당하다고 여겨지는 작가를 뽑는 것이다. 솔직히 추천명단이 너무 제한적이고 아쉬웠다. 이는 향후 보완되어야 할 문제다. ‘한국작가상’이란 명칭이 무척이나 모호하고 애매하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우선적으로 이 상은 국내 화단에서 활동하는 중진 작가를 대상으로 하고 꾸준히 자신의 작업세계를 심화해온 작가를 대상으로 하며 활동에 비해 저평가되거나 소외되었다고 여겨진 작가를 우선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 결과 2회 수상자로 이흥덕 화가가 선정되었다. 1980년대 이후 이른바 형상미술계열의 화가로 활동해오면서 풍자와 패러디를 빌어 한국사회의 다양한 모순, 도시 문명의 속살과 인간 존재의 어두운 욕망 등을 탐사해온 작가는 읽는 그림, 일러스트레이션의 형식을 빈 이미지, 메시지를 전달하는 의미가 내재한 그림을 통해 자신의 삶에서 관찰한 다양한 생의 이면을 그리기로 고백해온 작가다. 그 이력이 어느덧 30여 년을 훌쩍 헤아린다. 이 시점에서 이흥덕의 그간의 화력과 작업에 대한 의미와 성과를 반추해보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고 한 작가가 평생 매달린, 미술에의 길에 바친 노고를 진지하게 들여다보는 공간도 요구된다고 본다. 이 상의 의미가 바로 그 자리에 놓여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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