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영 展 '백두대간'(白頭大幹)
백범영 展 '백두대간'(白頭大幹)
  • 김한정 기자
  • 승인 2019.01.13 1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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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종로구 우정국로에 위치한 동덕아트갤러리에서는 2019. 1. 16(수) ~ 2019. 1. 28(월)까지 백범영 展 '백두대간'(白頭大幹)이 전시된다.

백범영 展 '백두대간'(白頭大幹)
백범영 展 '백두대간'(白頭大幹)

산에는 사람 없으나 물 흐르고 꽃 피네

황정수 (미술평론가)

1.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 1786-1856)의 <세한도(歲寒圖)>에 얽힌 이야기는 늘 읽는 이에게 많은 감동을 준다. 스산한 풍경에서 느끼는 회화적인 감동도 있지만, 그보다는 김정희와 이상적의 사제 간 인연에서 전해지는 인정이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특히 “날이 추워진 뒤에야 송백(松柏)의 푸르름을 안다”는 발문의 한 구절은 세파에 휘둘리는 인간세상을 되돌아보게 하며, ‘오랫동안 잊지 않겠다(長毋相忘)’는 두 사람의 언약은 쉽게 잊고 잊히는 세상풍습에 경종을 울리기도 한다.

필자는 오랫동안 화가 백범영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어느 산중에 늘 서있는 듬직한 소나무 같다는 생각을 해왔다. 그는 성격이 진득하고 학문적 연구에도 열심인 학구적인 화가이다. 그래서 때론 그의 진지함이 감성적인 미술작업에는 독이 될 수 있다는 걱정을 하기도 하였다. 그는 오래 전부터 주로 산수화를 그렸는데 언젠가부터 소나무에 애정을 가지고 집중적으로 그리기 시작하였다. 마치 자신의 전생 모습을 찾듯 전국의 소나무를 찾아 그렸다. 시간만 나면 좋은 소나무가 있는 전국의 산을 찾아 다녔다. 점차 백범영은 ‘소나무의 화가’라 불리며 작가로서 자리매김하는 듯 보였다.

그의 소나무 그림은 자신의 페르소나(persona)처럼 각인될 정도로 애호가들의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예로부터 이인상이나 이인문 등 많은 화가들이 여러가지 소나무를 그렸다. 백범영의 소나무 그림은 이들의 전통을 이으면서도 자신만의 개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 모습을 보며 필자는 그가 찾는 소나무가 예전에 <세한도>에 대해 함께 나누던 이야기 속의 송백과 같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의 소나무 그림이 특별히 <세한도>의 송백과 닮은 것도 아닌데 그의 겨울 눈 맞은 소나무는 ‘추워진 뒤에 더욱 푸르른 송백’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범영 展 '백두대간'(白頭大幹)
백범영 展 '백두대간'(白頭大幹)

2. 근래에 백범영은 유난히 산을 자주 찾았다. 그것도 ‘백두대간(白頭大幹)’이라는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산을 찾아다녔다. 4년 동안 백두대간의 줄기를 따라 한 번에 20km 정도를 한 달에 두 번 산행을 하는 강행군을 하였다. 그가 남쪽 백두대간 줄기를 종주한 것도 이제 거의 두 바퀴는 돈 듯하다. 그의 산행은 단순한 발걸음이 아니라 마치 수행자의 고행과 유사한 느낌이 든다. 수행자가 깨달음을 얻기 위해 수행하듯이 그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고행을 거듭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것을 입증하듯 그는 발길이 닿은 곳들을 기록하듯 그림으로 남긴다.

산행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조선후기 고산자(古山子) 김정호(金正浩)가 조국의 산하를 지도로 남기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닌 고행길을 떠올리게 한다. 조국의 산야를 나무에 새겨 지도 한 장을 남기기 위해 전국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닌 김정호의 마음과 백두대간을 걸으며 그림을 그려낸 백범영의 마음은 필시 같을 것이다. 김정호가 남긴 <대동여지도>가 한반도를 이루고 있는 산야의 뼈대를 찾아 기록하였다면, 백범영의 그림은 그 뼈대 사이에 있는 자연을 찾아 기록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의 화가로서의 열정과 자연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놀랍다. 스스로 힘에 부친다는 말을 하면서도 때가 되면 그는 다시 자연 속에 들어가 붓으로 자연을 그려 나온다.

도대체 그는 무슨 힘으로 그렇게 산을 찾는 것일까? 산에 무슨 매력이 있어 그렇게 끌리는 것일까? 필자의 생각에 그의 산행은 도연명(陶淵明)이 <도화원기(桃花源記)>에서 ‘무릉도원(武陵桃源)’을 찾아가는 심정과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만일 속세에서 느낄 수 없는 희열이 그곳에 있다면 바로 그곳이 무릉도원이 아닐까 공감하기도 한다. 한편으론 아무도 없는 무한한 산속으로 무심코 내딛는 그의 발걸음을 보면, 소동파(蘇東坡) 글에 보이는 ‘산에는 사람 없으나 물 흐르고 꽃 피네(空山無人 水流花開)’라는 구절이 생각나기도 한다. 이러한 무위자연의 질서 속에서 느끼는 카타르시스(catharsis)가 있기에 그는 그렇게 쉬지 않고 산을 찾았을 것이다.

백범영 展 '백두대간'(白頭大幹)
백범영 展 '백두대간'(白頭大幹)

3. 이번 전시의 주제는 그동안 했던 전시보단 훨씬 포괄적인 주제인 <백두대간>이다. 그러나 제목처럼 그렇게 장엄한 순간을 보여주려는 의도는 아니다. 한동안 그의 전시에서 보였던 일관된 주제의식을 버리고 자연을 이루고 있는 다양한 소재들을 보여주려는 관조적인 의식이 더 강해 보인다. 작품의 종류도 지리산 같이 큰 규모의 산세를 멀리서 바라다보는 그림에서 시작하여 산속에 들어가 그린 인간과 가까운 다정한 산도 있다. 또한 산을 구성하고 있는 나무들과 다양한 꽃들, 특히 이름조차 생소한 야생화들까지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이번 전시회의 주류인 산수화는 자연에 대한 경외감으로 가득 차 있다. 특히 백두대간의 맥을 잡아 그린 몇몇 산수에서 종교적인 무한한 신비로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시선을 멀리하여 구성을 하고 수묵으로 그린 그림에서 이런 모습이 더욱 강하다. 산세의 세부묘사를 생략하여 단순화시켜 그린 중첩된 산의 모습은 우리 민족의 역사나 인생역정을 드러내 보이는 듯한 감성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규모가 크지 않은 산수작품에서는 화가로서의 따뜻한 감성이 스며들어 자연에 대한 우호적인 애정을 느끼게 한다.

백범영 展 '백두대간'(白頭大幹)
백범영 展 '백두대간'(白頭大幹)

그동안의 전시에서는 잘 보이지 않았던 꽃그림이 많이 등장하는 것도 이번 전시의 큰 특징 중의 하나다. 특히 이름도 생소한 야생화들은 작가의 자연관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하는 특별한 소재들이다. 그가 백두대간을 걸으며 만난 이름 모를 나무와 벌레들, 봄맞이꽃 · 앵초 · 생강나무 · 나리꽃 등속의 야생화는 그의 다정한 친구들이다. 그에게 있어 자연은 예술의 근원이기도 하려니와 인성도야의 도량이기도 하였다. 그들에게 있어 산속의 모든 자연은 한 몸이나 다름없다.

백범영 展 '백두대간'(白頭大幹)
백범영 展 '백두대간'(白頭大幹)

백범영 회화의 가장 큰 미덕은 적당하다는 데 있다. 중용의 아름다움이다. 특별히 세련되지도 않고 지나치게 졸박하지도 않다. 딱 거기에 맞게 적당하다. 그가 그린 산은 큰 그림을 그려도 그리 우악스럽지 않다. 과장도 없고 잔 기교도 탐하지 않는다. 설령 유명한 소나무를 그려도 그의 손에서 나오면 매우 친근하다. 풀이나 야생화를 그릴 때에도 작고 소박한 것에 대한 애정을 느끼게 한다. 이러한 면은 자연에 대한 그의 인식태도에서 나온 시선이다. 그런 사소한 사물에 대한 기록은 자연에 대한 평등의식이자 애정이다. 이런 민중적인 생각이 그의 그림 속에 내재되어 있음을 그의 작품들이 스스로 보여주고 있다.

백범영 展 '백두대간'(白頭大幹)
백범영 展 '백두대간'(白頭大幹)

백범영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및 동 대학원 졸업 | 성균관대학교 일반대학원 동양철학과 박사과정 수료하고 10회의 개인전과 180여  회의 단체전을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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