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종로구 평창11길에 위치한 아트스페이스 퀄리아에서는 2018. 11. 15(목) ~ 2018. 11. 21(수)까지 채수평 展이 열릴 예정이다.

채수평 展

우리가 지각하는 환경의 모든 것이 미적 특질을 지니고 있는 미적인 것과 이런 특질이 없는 비미적인 것으로 나누어 질 수 없다는 전제하에 대상들을 주시하면 관념적 지각에 가려 미처 보지 못한 형태적 구조를 새삼스럽게 인식하게 된다. 그런 면에서 정신과 형식의 끊임없는 교차상황 와중에 자신의 관념적 지각을 물음의 대상으로 던지는 작가의 새로운 작업 시도는 기존의 인식을 젖혀두고 작업구조를재편성하는 조형의지가 작용하는 변동이라고 할 수 있다.

채수평 展

평면예술인 회화의 경우, 특질들을 다듬고 고양시키면서 화면이라는 최종적 틀에 시각적으로 안착시키는 과정이 작품의 성패를 결정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작가들은 작업의 형식적 진로를 놓고 때로는 모티브에 대한 사상적 고찰보다 더 고민하게 된다. 채수평 작가 역시 이러한 작업의 행로를 거쳐 왔고 현재진행형으로 조형적 특질에 대한 부단한 탐색과 시도를 치열하게 전개해 나가고 있다.

채수평 展

채수평 작가의 2017년 개인전 주제어 멸아에는 하잘것없고 빈약한 멸치의 관념적 실체를 분해하고 재조합하는 ‘전이(轉移)’와 ‘작가적 제의(祭儀)’가 자리하고 있다. 채수평 작가의 작업적 변동에는 - 대상의 특질뿐만 아니라 의미적 상태를 바꿔놓음으로 오브제(Objet)의 이면성(裏面性)을 통한 동적 생명체에 대한 질문과 의구심이 복선을 형성하는 - 제의적 기호가 기저를 이루고 있음을 서 한 바 있다.

채수평 展

마른 멸치를 원형으로 한 주형물에는 오브제를 넘어서는 의미적 상태가 함축되어 있으며 색감에 의한 화려한 역동성과 오브제의 화석(化石)적 동태(動態)가 이루는 일루젼이 화면의 주요 프레임을 형성하는 구조에서 관념적 실상에 대한 작가의 의구심은 명확하게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 작품 화면의 전체적 조망과 개별적 부분 사이에서 시점을 화석적 동태를 이루는 개개의 마른멸치 주형물로 옮겨가다보면 작가가 심어놓은 멸치의 실재성에 맞닥뜨리게 된다. 화필에 의한 묘사로 이루어지는 이미지가 내재된 관념적 시각영역 내에서 살아 움직이는 멸치들의 군집형상 또는 군무와도 같은 일루젼이 기실 이미 죽은 멸치의 사체(마른멸치)를 복제한 주형물로 이루어졌다는 생소함은 작가의 의도를 되묻게 하며 실재성에 대한 반문을 끌어낸다. 그것은 생명에서 무생명으로 전이(轉移)라는 은밀한 작가적 제의를 치룬 기호(記號)로 LED전구처럼 강하진 않지만 개별 또는 집합적 부분으로 기능하는 그런 시스템에 유사하게 작동한다. 멸치는 아주 깊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의 수심대에 서식하며 얕은 바다에 출몰하는 경우는 아주 드문데도 불구하고 작가의 화면에는 모래바닥과 조개, 돌멩이가 있는 얕은 물속에서 유영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가하면 깊은 수심에서 무리를 지어 유영하는 장면도 있고 비구상 회화의 바탕면처럼 붓자국과 표면 질감이 혼재된 공간적 깊이감이 없는 평면위에 보란 듯이 터를 잡고 있기도 한다. 더 나아가 이번 신작들에서는 멸치집합이 방사형으로 팽창하기도 하고 장미꽃 형상을 구현하기도 한다. 작가는 이번 작품들을 거쳐 어족(魚族) 일반으로 프리즘을 확대할 생각이라 한다. 거기에는 ‘어린왕자’의 별이 어느 별을 특정한 것이 아닌 어린왕자의 별인 것처럼 딱히 어종이 정해지지 않은 작가가 상상한 어류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채수평 展

[풍선 개]의 작가 제프 쿤스처럼, 아주 근사하게 매끈하고 샤프함은 현재의 미술계를 관통하면서도 곤혹스럽게 하는 텍스트이다. 아름답다는 것은 ‘숭고’라는 개념과 전통적 관계를 잃어가는 중이고 자본이 밀어붙인 ‘미를 만족하다’는 스마트폰의 화면과 터치감에서 현재의 미학적 가치를 획득하면서 ‘매끄러운 아름다움’의 유용성에 대해서 설파하는 중이다. ‘여수의 멸치’ 보다는 ‘여수 포장마차 거리’가 대세인 시대에 예술과 자연간의 간극을 주시 할 필요가 희박해지는 것이더라도, 마른 멸치와 오브제의 순수형태와 의미상태가 변곡점을 형성치 못하더라도 채수평 작가의 ‘변동’은 종래에는 아주 깊게 농익은 조형적 쾌감과 회화미를 가져 올 것이리라 생각한다. 작가의 조형의지는 때때로 놀라운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임 상완(조형예술작가, 미술평론)

채수평 展

채수평은 홍익대학교 서양화과졸 및 동국대 영상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후 개인전 14회 마이얘미,싱가폴,홍콩,중국 및 국제아트페어(8회) 및 기획초대전 4회, 단체전 270회를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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