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인사동에 위치한 갤러리 인사아트에서는 2018. 09. 05 ~ 2018. 09. 10까지 칠흑에 새긴 빛 - 정광복展이 열릴 예정이다.

칠흑에 새긴 빛 - 정광복展

칠(漆)흑에 새긴 빛 - 옻칠화
정광복

옻칠을 주된 재료로 사용하는 옻칠화는 전통옻칠공예에 뿌리를 두고 외래문화의 영향을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형성한 예술인 동시에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간직하고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옻칠화라는 명제는 새로운 화종에 대해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 옻칠예술가들이 지칭하는 명사임을 인식하고 옻칠화를 새로운 회화 장르로 바라본다면 그 매력에 매료 될 것이다.

칠흑에 새긴 빛 - 정광복展

1940년대 베트남의 옻칠화가들은 자국 문화의 역량과 가치를 알리기 위해 순수미술품 형식의 옻칠화를 선보인다. 이를 계기로 민족의 정체성과 고유성이 함축되어 있는 옻칠화 예술운동에 자극을 받은 한국, 중국의 미술가들 역시 옻칠화 예술운동에 참여하여 독립적인 회화장르로서 자리매김 하는 초석을 다지게 된다.

칠흑에 새긴 빛 - 정광복展

서양 문화의 영향으로 민족의 고유성과 정체성이 사라지는 문제는 동양 예술가들에게 있어 중요 관심사였다. 한국에서는 자국의 문화를 작품에 담아내기 위해 이불, 한복, 고무신, 삿갓 등의 한국적인 소재를 표현한 작품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옻칠이라는 재료는 한국의 문화를 담아내기 위한 소재이고 옻칠화 예술운동 참여는 저평가된 자국 문화예술을 본연의 모습으로 찾아가기 위한 여정이기도 하다.

칠흑에 새긴 빛 - 정광복展

정광복 옻칠화가는 옻칠화 작품 창작에 있어 조합, 변형, 개발이라는 조형 능력을 매우 중시한다. 조합과 변형은 재료의 조합, 기법의 조합, 기법 재료의 조합, 기법의 변형을 의미한다. 옻칠화 작품은 다양한 기법과 재료를 사용하는데 조합과 변형이 효과적으로 수반되지 않으면 기법, 재료에서 이질감이 생성된다. 이는 화면 전체의 통일감과 균형을 무너트리는 결과를 도출한다. 효과적인 수반이라 함은 조합 변형이라는 조형능력의 숙련 정도를 의미한다. 모든 재료에는 두께와 질감의 차이가 있다. 화면에 부착, 고정하는 단순한 과정만으로는 화면을 자연스럽게 구성할 수 없다.

칠흑에 새긴 빛 - 정광복展

매 재료의 특성에 맞춰 옻칠 질감을 덧 입혀주는 복잡한 제작 과정을 필요로 한다. 옻칠과 재료를 조합, 변형하는 조형능력이 숙련되어 있어야만 자유롭게 옻칠화를 창작할 수 있다. 마회(摩繪)기법은 개발에 속하는 옻칠화의 대표 표현수법으로 다른 회화장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옻칠화 고유의 미(美)를 선사한다. 황갈색의 투명한 코팅막 두께를 매우 미세하게 조절하여 빛의 투과율에 의해 생성되는 명암을 만들어낸다.

칠흑에 새긴 빛 - 정광복展

지금까지 알고 있던 색상의 채도, 명도 외에도 투명도라는 조형요소가 가미된 것이다. 옻칠화에서 투명도는 명암 외에도 색상의 느낌을 결정하는 중요한 조형성을 가진다. 투명도에 의해 나타나는 색상은 중후함과 은은한 느낌의 색감으로 옻칠화 고유의 화풍을 만들어 내는데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는 기존 회화영역에서는 전례를 찾아 볼 수 없는 빛을 표현하는 옻칠화 고유의 조형요소인 동시에 조형미가 된다.

칠흑에 새긴 빛 - 정광복展

조합, 변형, 개발은 옻칠화의 표현 형식에 대한 내용을 의미한다면 계승, 발전, 창신(創新)은 예술적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제 1차 세계대전 시기 사회의 불안성에서 출발한 서양의 다다예술운동은 기존의 예술을 부정하고 파괴를 통한 창조 정신을 강조한다. 이에 반해 그는 과거 전통 옻칠문화예술을 계승하여 조합, 변형, 개발을 통해 발전시키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긍정, 구축 정신을 예술관으로 삼고 있다.

칠흑에 새긴 빛 - 정광복展

옻칠화 창작시 얇게 가공 된 나무를 즐겨 사용한다. 옻칠화 판에 나무를 부착하고 나무 표면위에 옻칠을 하여 실제 문, 창과 같은 효과를 만들어 마치 실제 사물에 그림을 그린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켜 실존과 허구의 상반되는 느낌을 선사한다. 또한 구상과 추상, 정형화된 도형의 형상, 비정형의 형상과 같이 대립 상반되는 조형요소들로 화면을 구성한다. 단순화된 블라인드 형상과 창문 형상 역시 안과 밖, 개방과, 폐쇄라는 상반되는 의미를 가진 구성요소로 사용하였다. 이와 같은 이질적 느낌의 상반되는 조형요소들은 조합, 변형, 개발이라는 조형원리에 의해 독특한 화풍으로 구축되는 것이다.

칠흑에 새긴 빛 - 정광복展

작품 내에는 크고 작은 창을 의미하는 사각 프레임이 등장하는데 이는 앞서 기술한 옻칠화의 문화 예술적 가치의 내용을 작가의 크고 작은 창을 통해 창밖의 사람들에게 전하는 외침을 뜻한다. 개개인의 창을 통해 들려오는 작가의 외침에 블라인드를 걷어 올리고 창을 활짝 열어 옻칠화의 진정한 모습을 바라볼 수 있기를 기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각프레임은 소통의 창이라는 의미 외에도 작가 개인에게 있어 소통의 흔적이 남아있는 팔레트를 의미한다.

칠흑에 새긴 빛 - 정광복展

‘칠흑과 같은 어두움’에서 칠흑은 흑칠(黑漆 - 검은색 옻칠)에서 유래되었다. 흑칠은 그 어떤 흑색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고유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한 줄기의 빛도 들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두움에 가려진 옻칠화 캔버스에 빛을 비춰 세상을 밝히는 옻칠화를 ‘칠(漆)흑에 새긴 빛’이라 한다. 새하얀 여백은 안개가 되고 안개를 붓으로 걷어내 안개속의 이미지를 드러나게 하는 수묵화 예술론과 마찬가지로 흑, 백의 차이만 있을 뿐 동양사상이 깃들어 있는 진정한 동양의 화종임을 소통의 창을 통해 이야기 하고 있다.

 

저작권자 © 아트코리아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