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종로구 자하문로에 위치한 공간 일리에서는 2018년 6월 16일~6월 28일까지 김병민(Kim Byungmin)의 '사 . 람 . 사 . 진'전이 열리고 있다.

사 . 람 . 사 . 진 - 김병민展

사 . 람 . 사 . 진 - 김병민展
황수경

인물 사진은 사람을 주제로 표현한 사진이다. 인물 사진의 종류는 다양하다. 그 중 증명사진(證明寫眞)은 신분 확인을 위해 나라별로 다양한 양식과 형식이 정해져 있다. 또한 초상 사진은 초상화에서 나온 사진으로 인물의 시대적인 상징성을 잘 표현해 만들 수 있다. 주로 부나 권력을 가진 인물이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하도록 표현한다. 정치인들은 각자의 목적에 맞는 초상 사진을 제작해 사용하기도 한다. 자화상 사진은 자신의 다양한 모습을 통해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키우게 한다. 이런 용도 외에도 사람은 나의 아름다운 모습을 기억하기 위해 그리고 나를 기억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도 사진을 찍는다.

결국 스튜디오를 찾아 찍는 인물 사진은 얼굴에 집중하여 자신의 상태와 존재를 알리기 위한 수단이 된다. 나의 존재를 알리고 확인한다. 그것은 다시 ‘자아’라는 범위로 들어서게 된다. 자기 자신이 지금 어떤 환경과 조건에 처해져 있고, 어떤 가능성과 이상을 가지고 타인들과의 관계 형성을 하고 있는지? 진정한 나를 알고 있는지? 그리고 자신의 현재 삶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와 같은 많은 질문에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살아나갈지에 대한 해답을 찾으며 나를 믿고 생활하는 것 또한 자아 발견의 과정이다. 하지만 자신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고 이 과정에 도달하기도 쉽지 않다. 그것은 사람들이 자신의 사고 과정과 사회를 통해 ‘자아’를 바라보기 때문에, 그 방향을 되돌려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기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이렇게 자신에게 관심을 두는 것보다도 자신을 정확하게 알고 자신을 바로 아는 것이 힘든 이유는 사회에 의해 규격화된 자신의 주관으로 자신을 합리화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사 . 람 . 사 . 진 - 김병민展

‘김병민’ 작가의 직업은 개인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사진사이다. 원래 음악을 전공한 그는 다양한 삶의 모습으로 직업을 바꾸며 현재는 사진기라는 사물을 통해 다른 이들의 삶을 담고 있다. 사람이 태어나 첫 백일을 맞는 시간으로부터 자라는 모습, 사회에 나아가 나를 증명하고, 즐거운 날들을 기념하며 결국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찍는 영정사진까지 그는 다양한 사람사진을 찍고 있다. 그런 그가 처음 주목한 사람의 손과 발을 통해서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다가 사람의 얼굴에 주목하게 된다. 조선시대 초상화가 전신(傳神), 즉 인물의 정신세계를 표현하기 위해 얼굴 표현에 전념하는 경향을 보였던 것처럼 작가는 사람들의 얼굴에 그들의 정신과 삶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사람들의 얼굴에 집중하여 빛과 색을 제한하는 것은 세상의 편견을 버리고 그들의 얼굴을 바라보려는 작가의 의도이다. 타인의 삶의 예측이 사람에 대한 평가나 비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사람마다 지닌 삶의 소중한 가치를 편견 없이 사진 속에 담고 싶었으며 사람의 삶이라는 것이 세상이 정해 놓은 기준에 맞추어 비교되는 대상이 아니라 각자의 삶 자체가 소중한 의미가 있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렇게 매일같이 다른 사람들의 사진을 찍으며 그들을 삶과 가치를 인정하고 있는 작가는 반대로 결국 자신을 위로하며 자기 스스로를 찍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전공과는 전혀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는 그가 여러 삶을 살아가는 모습에 주위 사람들은 걱정 어린 시선을 보냈다고 한다.

사 . 람 . 사 . 진 - 김병민展

그 시선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세상의 기준에 두지 않고 다른 이들의 삶을 인정하듯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고 자기 자신에게 위로를 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그것은 앞서 말한바와 같이 자신의 주관으로 자신을 합리화하기 때문에 자아를 재대로 되돌아보기란 매우 어렵다. 사회에 의해 규격화된 시선의 방향을 되돌려 자기 자신을 향해 편견 없이 자신을 되돌아보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시선은 밖을 향해 있지만 관심은 내 자신에게 있다." ‘김병민’ 작가의 말이다. 작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얼굴에서 그들의 가치 있는 삶을 앵글에 담지만 결국 자신을 찍고 있는 자화상이었으며, 자신을 향한 위로였고 나아가 사람들도 함께 위로 받기를 바라고 있다. 사람마다 지닌 삶의 소중한 가치를 담아 오늘도 그는 사진을 찍는다. 사. 람. 사. 진을...

이번 전시에서는 전시 기간 중 관람객은 설치된 포토존에서 자신을 증명하는 사진을 직접 찍는다. 찍은 사진들은 다음날 <사람이 사람을 채우는 벽> 에 붙게 된다. 전시 마지막 날까지 벽은 사람들의 얼굴로 채워지고 전시 마지막 날 작품이 완성된다. 전시가 끝나면 관람객들은 사진을 배달 받게 되고 시간과 공간으로부터 배달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시선은 나에게로 향한다. 그렇게 전시는 끝이 난다.

"시선은 밖을 향해 있지만 관심은 내 자신에게 있다."

나는 매일 같이 사람의 사진을 찍는다.
2.5x3.0, 3.0x4.0, 3.5x4.5 정해진 사이즈에 맞추어 찍는다. 누군가의 표정은 예쁘고 누군가는 편안하다.

사 . 람 . 사 . 진 - 김병민展

음악으로부터 사진까지, 변화하는 삶과 직업으로 살아온 내게 사람들은 묻는다. "괜찮겠냐고? "그 질문에 대답 대신 난 내 자신을 위로를 해야 했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이런 세상의 걱정은 큰 돌덩이가 되어 나를 가라앉히기도 했다. "괜찮다!" 대답한 나는 괜찮지 않았기 때문에, 나 자신을 다독이며 버티기를 반복한다. 내 시선은 밖을 향해 계속 바라보고 있지만 두렵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사람들의 시선이 나를 향할 때마다 다시 다독이고 버틴다. 세상의 관점에 맞추어 나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는 것을 멈추기 위해 밖으로 향해 있는 시선을 내 안으로 돌리며 세상을 바라보았고 카메라에 담았다.

사 . 람 . 사 . 진 - 김병민展

 "시선은 밖을 향해 있지만 관심은 내 자신에게 있다."

밖을 향한 시선의 시작은 손과 발이었고, 타인들의 손과 발은 카메라를 통해 그들의 삶을 예측해보며, 그렇게 시작한 작업은 사람의 얼굴로 집중하게 되었다.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타인의 삶의 예측은 사람에 대한 평가나 비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증명의 용도가 아닌 사람마다 지닌 삶의 가치를 사진 속에 담고 싶었다. 사람의 삶이라는 것이 세상이 정해 놓은 기준에 맞춰 비교되는 대상이 아니라 그 삶 자체가 소중한 의미가 있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사 . 람 . 사 . 진 - 김병민展

지금의 나는 매일 같이 사람들을 찍는다. 그들이 나의 스튜디오에서 요구하는 것은 용도와 규격 사이즈이다. 그들은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또는 기억하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 그들은 매우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다. 매일 같이 카메라에 담기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에서 나의 변화되는 삶이 오버랩 되기도 했다. 매일 같이 정해진 용도와 사이즈로 대화하며 찍어내는 증명사진들에서 나는 그들의 삶을 드러내어 표현할 수 있게 꾸며진 것들을 제한해 보았다.

빛을 제한하고, 색을 제한했다. 오로지 얼굴과 손만을 드러내고자 했다. 제한된 시선에서 오히려 편견 없는 자유로움을 느끼며 사진을 바라보기를 바란다. 그렇게 시작된 제한적 작업의 시작은 내 삶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되었으며 세상의 비교와 시선이 두려워 내 자신을 위로하기 위함이었다. 그것을 함께 바라보며, 같은 위로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세상이 바라는 기준에 맞추어 비교되는 삶이 아닌, 자신을 바라보며 삶에 대한 가치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 작가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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