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택 아트코리아방송 논설고문칭찬합시다 운동본부 총재

1920년대 한국인 평균 수명은 37.4세였다. 10년 후 40.9세로 늘었다. 불과 100년 전 마흔 안팎의 나이로 노인행세를 했고 그런 대접을 받았다. 소설가 이무영이 1950년대 소설에서 묘사한 일흔 노인의 모습은 이렇다.

허리는 불에 튀긴 새우 꼴, 손가락은 갈퀴 발, 손등은 기름기 뺀 가죽... 지금 우리 주변에서 그런 고희 어른은 보기 어렵다. 한국은 지금 평균 수명 83세 사회가 됐다. 그러고도 세계에서 가장 빨리 고령화 하는 중이다.

1960년대 아프리카 민속학자가 말했다. ‘아프리카에서는 한 노인이 숨을 거두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과 같다. 공자는 나라 정치가 잘되고 못되고를 동네에 돌아다니는 어린이 얼마나 있나로 판단했다고 한다.

어른의 경험과 식견이 활용되는 곳일수록 튼튼한 나라라고 본 것이다. 영국에서는 왕이 40년 전까지 100세가 된 국민에게 손수 축전을 보냈다. 지금은 관공서에서 대신한다고 한다. 어른을 높이 모시는 것이다. 세상은 많이 달라졌다. 동양이나 서양이나 나이 듦을 부끄러워해야 하는 분위기가 있다.

독일 작가 막스 프리슈는 사회가 노화를 터부시하기 때문에 우리는 드러나는 신체변화를 두려워하게 된다.”고 썼다. 대표적 신체 노화가 관절 악화일 것이다. 노후를 행복하게 보내는 세 가지 비결이 관절, 인간관계, 할 일이라고 한다.

어른들에게 수영이 인기 있는 이유는 관절을 보호하면서 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데 어른들을 불편하게 하는 수영장이 적지 않다고 한다. 재등록 하려면 건강검진 결과를 제출하라. ‘1년 등록은 안되고 한 달씩 들록하라.’고 하는 곳이 생겨나고 있다. 핑계는 수영장에서 미끄러져 다치는 사고가 잦고 생리 현상을 통제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멀쩡히 다니던 수영장에서 그런 식으로 눈치를 주면 섭섭할 수밖에 없다. 헬스클럽도 60세를 넘으면 새로 등록을 받아주지 않는 곳이 있다. 요즘 60세면 한창인데 물을 흐린다고 한다. 미국 시인 헨리 롱펠로가 이렇게 썼다.

노령은 젊음보다 못한 기회가 아니고
다만 다른 옷을 입었을 뿐
저녁 황혼이 스러져 갈 때
하늘은 낮에는 보이지 않던
별들로 가득하다.

칸트는 칠십 대 중반에 인간학을 썼고 미켈란젤로는 팔순을 넘기면서 성베드로 성당 천정을 어떻게 만들지 고민했다. 제임스 와트는 예순이 넘어 독일어 공부를 시작하고 여든까지 발명했다. 누구나 늙는다. 나이 드는걸 서럽게 만들면 곧 자신이 당한다.

장수 여부를 결정짓는 데 유전자도 중요하지만 생활습관과 환경 등이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뷰트너는 시간과 돈 들여가며 따로 운동하는 대신 일상생활에서 몸을 부지런히 움직이라는 것. 배가 80% 정도 불러 오면 미련 없이 수저를 내려놓고 시계에 매이지 않고 느긋한 삶을 산다는 것도 100세 노인들에게 배울 점이다.

요즘은 잘사는 사람들이 대체로 장수를 누린다. 건강보험료 납부액을 기준으로 소득과 수명의 관계를 조사해 보니 2015년 상위 20% 고소득츠으이 기대수명은 85.14, 하위 20% 저소득층은 78.55세였다. 빈곤 계층은 흡연 음주 영양불균형 같은 위험에 노출되기 쉽고 병에 걸려도 적절한 치료를 받기 어려운 탓이다.

소득에 따른 수명 양극화는 세계 각국에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미래에는 고령자의 거주환경으로 외딴 장수촌이 아니라 첨단의료시설을 갖춘 도시가 1순위로 꼽힐 것이다. 경제적 풍요는 많은 이들이 소망하지만 원한다고 누구나 누릴 수도 없다.

하지만 질병 없이 장수하는 전력에 돈 안 드는 방법도 있다. 규칙적 생활과 절재된 식습관은 기본이고, 여기에 삶에 대한 긍정적 생각, 가족 및 사회적 관계가 중요하다. 가족이든 친구든. 즐거움과 힘든 일을 함께 나눌 사람을 곁에 가까이 두는 것이야 말로 장수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2018517

저작권자 © 아트코리아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