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택 아트코리아방송 논설고문칭찬합시다 운동본부 총재
우리 집 가운은 ‘SKSK’였다. ‘SKSK’는 시키면 시키는 대로 다 전교 1등 하던 남매가 고교를 자퇴한 이후 엄마의 솔직한 고백을 담은 책, 엄마 반성문의 저자 이유진씨 얘기다.

 

이 씨는 현직 초등학교 교장이다. “그 학원 얼마짜리인 줄 알아? 너희가 하는 일이 뭐가 있어. 밥을 하래, 빨래를 하래. 그런데 뭐 하느라 학원을 늦어?” 그런 잔소리를 입에 달고 살았다. 전교 1등에 임원까지 도맡았던 모범생 남매는 1년 6개월간 방 안에 틀어박혀 게임만 했다.

 

엄마는 그 기간 세 번 교통사고를 당하고 세 번 교통사고를 냈다. 자랑거리이던 남매가 돌변했는데 넋 나가지 않은 엄마가 어디 있으랴. 세상을 원망하던 저자는 ‘칭찬 한마디’ 하지 않고 아이를 몰아갔던 자신이 문제였음을 발견한다.

 

결국 아들은 이름도 모르는 대학 문예창작과를 나온 뒤 현재 철학공부를 하고 있고, 딸은 제과 제빵을 배우다 뒤늦게 미국에서 심리학을 공부해 청소년상담기관에서 일하며 제몫의 삶을 살게 됐다.

 

엄마가 집작을 놓은 뒤의 결과다. 모 신문사가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와 공동으로 소아청소년 전문의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9%가 과도한 사교육에 기인한 이상 증상을 보인 학생을 진료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아직 어려서 의사표현을 못하는 아이들은 “학원가기 싫다.”는 말 대신 우울감, 자살충동 등 이상반응을 보이게 된다. 때리고 굶기는 것만이 학대가 아니고 좋은 대학을 나와야 한다는 이유로 과도하게 학원을 보내는 것도 정서적 학대라는 신문 기획 시리즈에 독자들의 반응은 뜨겁고 또 무거웠다.

 

사교육의 원인은 학벌 위주의 사회구조에서 자녀만큼은 성공적인 삶을 살게끔 하고자 하는 교육열에 있다. 그러나 사교육의 폐해는 묵과할 수 없는 수준이다. 사교육비로 인해 중산층이 무너지고 노후자금이 말라간다.

 

‘사교육 1번지 대치동은 우리나라에서 학원이 가장 많은 동네지만 동시에 소아정신과 의원도 가장 많다.’ 과보호나 지나친 동서고금 엄마들의 공통 관심사다.

 

국내 대학 입시는 엄마들의 대리전으로 변한 지 오래다. 입시전형이 복잡다단 해지면서 자녀를 일류에 보내려는 엄마들의 두뇌와 재력 경쟁도 치열해졌다. 대한민국 상위별 대학에 “너는 공부만 하면 된다.”는 엄마 말씀에 고분고분 따라준 ‘엄친아’ ‘엄친딸’이 수두룩한 이유다.

 

현재 염재호 고려대 총장이 연세대 특강에서 “엄마 말, 절대 듣지 마세요.”라고 말해 관심을 끌었다. 말인즉, 뒤늦은 반항을 부추긴 것이 아니라 ‘개척하는 지성’이 되라는 주문이었다.

 

이날 특강은 고려대와 연세대 총장이 상대 학교를 찾아가는 교차 특강으로 마련된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염 총장은 “여전히 삼성이나 현대 들어가서 정년퇴직을 바는 게 목표라면 그건 넌센스고, 이제 인간이 하는 일 대부분은 인공지능(AI)이 대체함을 명심해야 한다.”며 발상의 전환을 강조했다.

 

1960년대 학령인구 대비 6%만 대학에 갔다면 지금은 75%가 간다. 학벌이 큰 의미가 없어진 셈이다. 문제는 세상이 달라져도 엄마들은 20~30년 전 20세기의 잣대로 자녀의 미래설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교 1등의 공부 비법을 다룬 책을 보면 이들의 엄마 가운데 자녀에게 공부하라고 다그치거나 아이의 하루 스케줄을 관리, 감시하는 사람은 없었다. 헌신적 엄마와 극성 엄마는 어쩌면 종이 한 장 차이다. 아이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대신해 주는 것이 바로 극성 엄마다.

 

어린 시절부터 내내 과잉보호에 익숙해지면 사회에 나와서 문제해결 능력과 자신감이 떨어진다. 자식이 내 뜻에 따라오길 바라기보다 스스로 길을 찾도록 믿고 응원하는 것이 자식농사에 성공한 이들이 말하는 엄마의 역할이다.

 

2017년 11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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