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택 아트코리아방송 논설고문칭찬합시다 운동본부 총재
[아트코리아방송 = 나경택 칼럼니스트] 국방부가 철원 육군 6사단에서 발생한 이모 상병의 총탄 사망 사고원인을 도비탄이 아닌 유탄이라고 최종 발표했다. 사격장에서 발사된 총알이 순직한 이 상병 주변의 나무 등 물체에 튕긴 게 아니라 이 상병을 향해 곧바로 날아갔다는 것이다.

 

군은 사격훈련통제관인 중대장과 병력인솔부대 소대장 등 3명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사단장 등 16명을 징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군 사격장 안전관리와 군기가 얼마나 허술하고 심각하게 무너졌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사격장 구조상 200m 표적지를 기준으로 총구가 2.39도만 높게 조준돼도 총탄이 방호벽의 두 배 높이로 사고지점까지 직선으로 날아갈 수 있었다.”고 밝혔다.

 

더구나 사고 지점은 시선에서 340m 밖에 떨어지지 않은 유효 사거리 내 전술 도로상이었다. 당시 사수 12명이 20발씩 사격 중이었는데 전술 도로 좌우 끝의 경계병은 이 상병 등을 그냥 통과시켰다.

 

병력을 인솔하던 소대장은 병력 이동을 중지하거나 우회하기는커녕 무선 스피커로 음악을 들려주면서 그대로 이동하게 했다. 사고현장 주변 나무에서 70여개의 탄흔도 발견됐다.

 

유탄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었음에도 예방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이다. 누가 봐도 유탄일 가능성이 높은데 군이 당초 도비탄에 의한 사고로 추정한 것도 의문이다. 군은 도비탄이나 유탄이나 차이가 없어 은폐할 이유가 없다고 하지만 양자는 그 책임의 강도가 다르다.

 

진상을 밝히기보다 책임을 면할 궁리만 했다는 의심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유족의 요구와 문재인 대통령의 철저한 조사 지시가 없었으면 진상이 밝혀졌을까 의구심이 든다.

 

군에 대한 국민의 질타가 쏟아지는 와중에 이 상병의 아버지는 “누가 쏜 유탄인지 알고 싶지 않다. 다만 너무도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군대에 보낸 아들을 잃은 일이 다시는 없었음ㄴ 하는 바람뿐”이라고 밝혀 가슴 뭉클한 울림을 전했다.

 

진정한 아들을 나라에 맡긴 부모라면 고질적 안전 불감증에 은폐 의혹까지 군의 무책임과 부실 대응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천금 같은 자식을 가슴에 묻어야 하는 부모의 절절한 아픔과 비통함은 더 말할 나위도 없을 터다.

 

그럼에도 순진 병사의 아버지는 “누군지 알게 되면 원망하게 될 것”이라며 “빗나간 탄환은 어느 병사가 쐈는지는 드러나더라고 알고 싶지도 않고 알려주지도 말라”고 당부했다.

 

내 자식을 잃은 슬픔에만 매몰되지 않고 아들 또래의 병사가 자책감과 부담감을 같지 않게 배려한 것이다. 사회적 이목을 집중시키는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하면 한국 사회가 몸살을 앓은다.

 

이런 세태가 대비되는 유족의 의연한 태도가 더욱 고맙고 품격 있게 다가온다. 그의 아버지는 “그 병사도 나처럼 아들을 군대에 보낸 어떤 부모의 자식 아니겠는가. 같은 부모로서 더 이상의 희생과 피해를 원치 않는다.”고 했다.

 

작년 이맘 때 동해에서 대잠수함 훈련 도중 헬기 추락으로 해군의 세 장병이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이들 장병 영결식에서 유가족 누구도 소리 내 울거나 해군 탓을 하며 소란을 피우지 않았다. 시민단체가 가족들에게 영결식을 거부하라고 부추겼지만 가족들은 의연하게 사후 수습을 했다.

 

세 중 한 명인 김경진 소령의 부친은 “군인들이 훈련 업무를 수행한 것뿐이지 누구한테 무슨 죄가 있겠냐?”고 했다. 너나없이 자기 목소리만 높이는 데 익숙한 공동체를 향해 타인에 대한 관용과 자제력의 귀감을 보여준 셈이다.

 

바로 이 같은 성숙한 정신의 축적이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진정한 자산이 될 것이다.

 

2017.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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