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인사동에 위치한 ‘인사아트프라자’ 3층에서는 김해주 작가의 13회 개인전 ‘달빛 코뿔소’ 가 10월 16일까지 전시되고 있다.

김 작가는 추계미술대학을 졸업하고 머니투데이 ‘김혜주의 그림보따리 풀기’를 2015년 8월부터 현재까지 매주 연재하고 있다.

 

달빛 코뿔소 작가노트-

 

지금까지 나는 낙원을 그려왔다.

때가 묻지 않은 곳, 폭력이 없는 곳, 동심으로 언제까지 지낼 수 있는 평화의 세계, 그런 세상을 그려온 까닭은 역설적으로 내가 너무 아팠기 때문이다.

 

세상이 아프다는 소식은 끊임없이 들려왔다.

나는 울었다.

김혜주 작가의 13회 개인전 ‘달빛 코뿔소’ 인사아트프라자에서 열려

뉴스를 접할 때마다 눈물을 흘리고 또 흘렸다.

공감이 너무 커서 병이 되었다.

몇날 며칠을 울다 자리에서 일어나면 그림을 그렸다.

아픈 사람에게 위안이 되는 세상, 너와 내가 고통을 잊고 잠시 쉴 수 있는 곳을 꿈꾸었다.

세상에 위안이 되고 싶었다.

왜? 그래도 표현하기엔 내가 견딜 수 없으니까, 너무 아프니까.

이번 전시에는 무소를 그렸다.

김혜주 작가의 13회 개인전 ‘달빛 코뿔소’ 인사아트프라자에서 열려

무소는 너와 나, 우리들의 모습이다.

다시 말해서 어른이다. 내 입자에서는 그만큼 성숙했다는 의미다.

받아들이고 버텨낸다. 세상이 힘들어도 묵묵히 걸어간다. 한걸음 또 한걸음, 낙원 같은 곳은 원래 없을지도 몰라. 도착할 수도 없겠지. 하지만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잖아. 어디로도 갈 수 없을 테니까. 일어나 걸어야 한다. ‘그 곳’을 찾아가야 한다.

 

그림을 그리고 싶어 10대에 가출했던 나다.

그 애는 철썩 같이 믿고 있을 거야. 내가 아직도 예술가의 길을 걷고 있다고. 게으르지 않고 한걸음 한걸음씩. 어딘가에 있을 ‘그 곳’을 향해.

 

“홀로 행하며 게으르지 말며 비난과 칭찬에도 흔들리지 말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흙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숫타니파타 중에서)

코뿔소는 당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김혜주 작가의 13회 개인전 ‘달빛 코뿔소’ 인사아트프라자에서 열려

나는 짐작한다.

달빛 아래 걸어가는 장면엣 당신은 느끼리라.

“이것은 나다.” 함부로 보지 말라. 실제로는 강인한 게 나다.

상처? 나는 가죽도 두껍고 힘도 세다 묵묵히 세상을 헤쳐 나간다.

고독? 그럴 때도 있겠지. 원래가 혼자 가는 길일지도 몰라. 아니지, 해가 뜨면 다를 거야. 주위에는 가족이 있겠지. 친구도 옆에서 나타날 거야.

김혜주 작가의 13회 개인전 ‘달빛 코뿔소’ 인사아트프라자에서 열려

어쨌든 나는 걷는다. 이 밤이 끝날 때까지. 쉴 곳이 나를 반길 때까지. 밝은 해가 떠오를 때까지.

내게 코뿔소가 마음에 들었던 것은 힘이 센 동물이기 때문이다.

튼튼한 갑옷이 있고 건장한 근육이 있고 위협적인 뿔이 있다.

남을 헤치지 않는 초식동물이지만 당하고 살지는 않는다.

약한 자가 당하는 것이 세상이다.

걷어차이고 잘리고 뜯어 먹힌다.

 

우리는 코뿔소가 될 수 있다.

너는 나에게 갑옷을 다오. 나는 너에게 뿔을 주겠다.

손을 잡으면 우리는 힘센 초식동물이 될 수 있다.

그때까지 걷자. 그런 곳을 향하여 걸어가자.

김혜주.

김혜주 작가의 13회 개인전 ‘달빛 코뿔소’ 인사아트프라자에서 열려

허은경 평론(프로듀서, 자미영화사 대표)

슬픔이 파라다이스를 지나 달빛 코뿔소가 되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그러나 잊고 사는 어던 감정을 독창적이고 개성 있게 표현하여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작가가 있다. 윤동주를 읽으면 죄책감에 숨고 싶고, 고흐를 보면 외로움에 쓸쓸하다.

김혜주 작가의 13회 개인전 ‘달빛 코뿔소’ 인사아트프라자에서 열려

나의 죄책감을, 외로움을 알아주고 숭고한 감정으로 새삼 깨닫게 해주니 감동이 일어난다. 우리에게 이런 감정을 불러 일으켜 감동을 줄 만큼 표현하려면 작가는 얼마나 조책감에 시달리고 외로움에 고통 받을까?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며 차디찬 감옥에서 생을 마감하는 시인과 귀에 붕대를 감은 초점 잃은 퀭한 눈의 고흐를 생각한다.

 

그러한 감정을 일상으로 후벼 파서 들어가 끝내 가슴에 구멍이 뚫리는 고통 없이는 불가능할 것 같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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