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택 아트코리아방송 논설고문/칭찬합시다 운동본부 총재
[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공여 등 혐의가 인정돼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박 전 대통령은 삼성의 승계 작업을 인식하고 있었고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의 승마지원 요구가 최순실 딸 정유라에 대한 지원 요구임을 알고 있었다.”며 “둘 사이에 삼성 승계 작업이라는 포괄적 현안에 대한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는 취지로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의 관건은 이 부회장의 경우 언제 정유라에 대한 지원 사실을 알게 됐는지 재판부는 주로 정황으로 판단하고 있다. 인지 시점과 묵시적 청탁 시점 사이의 관계도 명확하지 않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적극적으로 청탁하고 뇌물을 공여했다 기 보다 박 전 대통령의 적극적인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한 것”이라고 밝혔다. 묵시적 청탁도 청탁이니만큼 명시적 청탁만큼은 아닐지라도 뇌물 요구를 받은 측의 적극성이 어느 정도는 요구된다.

 

이 사건 핵심 쟁점은 2011년 7월 25일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조차 독대가 있은 후 삼성이 최순실·정유라 모녀를 지원한 것이 박 전 대통령이 경영권 승계를 도와준 대가였느냐는 점이다.

 

삼성은 “독대에서 박 전 대통령이 승마 지원이 지지부진하다고 역정 내며 승마협회에 파견된 두 삼성 간부교체를 요구했다”면서 “대통령의 질책에 깜짝 놀라 승마 지원에 나선 것일 뿐”이라고 주장해 왔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역시 독대 1주일 전에 이미 이뤄진 상태여서 선후 관계로 볼 때 승마 지원 대가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과 이 전 부회장이 서로 마음속으로 청탁을 주고받았는지는 이들 마음속에 들어가 보지 않는 이상 확인 할 수 없다.

 

두 사람이 이심전심 청탁을 주고받았을 수도 있고, 반대로 박 전 대통령의 요구에 이 부회장이 어쩔 수 없이 응한 것일 수도 있다. 이쪽이면 유죄고 다른 쪽이면 무죄다. 이는 증거가 아니라 판사의 판단에 달린 문제다.

 

형제재판은 민사재판과 달리 사람에게 형벌을 가하는 재판이다. 그래서 형사재판의 대원칙은 합리적으로 의심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혐의가 입증될 때 유죄를 선고한다. ‘두 사람이 말은 안했어도 마음속으로 청탁을 주고받지 않았느냐’는 추정은 과연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인가?

 

형사재판에서 양쪽 가능성이 다 있다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법률을 적용하는 것도 사람에게 형벌을 가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번 경우엔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법률을 적용했다. 삼성뿐 아니라 큰 이업치고 현안이 없는 기업이 없을 것이다.

 

마음속 청탁이라는 판단 기준이라면 미르·K스포츠재단에 돈을 낸 기업 모두가 뇌물죄에 해당할 수 있다. 다른 기업 모두 현안이 있었는데 이 경우엔 대통령에게 바라는 마음을 품었다고 보지 않는 이유는 뭔가 이 부회장에 대해 이 부분만 뇌물에서 제외한 것은 법리 때문이 아니라 다른 기업 전체를 뇌물죄로 모는 데 대한 부담 때문 아닌가.

 

국민의 다수가 수긍할 수 있는 명쾌한 판결을 기대했지만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재판부는 “ 이 사건의 본질은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밀접한 유착”이라고 밝혔다. 이 사건이 전형적인 뇌물 사건이라면 그런 표현이 가능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기업 쪽이 수동적으로 끌려간 사건에 자본권력이란 말은 어색해 보인다.

 

그럼에도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을 계기로 정치권력과 기업의 관계를 보는 시각이 훨씬 더 엄격해진 것은 사실이다. 정치 외풍과 여론 몰이 속에 진행된 재판의 판결 이유가 석연찮은 ‘이심전심의 묵시적 청탁’이다. 상급심의 판결을 주목한다.

 

2017년 9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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